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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眞誠愛칼럼]짧은 시에는 한국인의 생체리듬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유일하게 짧은 시만을 고집하는 그룹이 있다. ‘작은 詩앗 채송화’ 동인들이다. ‘작은 詩앗 채송화’ 동인은 윤효, 나기철, 복효근, 오인태, 이지엽, 정일근, 함순례. 뒤에 김길녀, 나혜경이 합류하여 현재 9인이다. 2008년 창간호를 내고 현재 20호를 내었다. 이들 동인들이 추구하는 짧은 시 운동은 서정시가 갖는 장르적 특성이 동일화의 원리와 더불어 순간성과 압축성이라 할 때 이 특성에 잘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시적 긴장을 지닌 짧은 시는 마치 “주야장천 내리는 빗줄기이기보다는 그 긴긴 날 중 어느 한순간 우지끈 천지를 들었다 놓는 천둥이며 번개 같은 것”(윤효)이라 할 수 있다. 짧은 시는 진실로 ‘씨앗’과 같다. 이미지와 말이 극도의 팽팽한 긴장 상태로 존재하다가 그것을 읽는 이의 마음속에서 순식간에 팍, 하고 터뜨려짐으로써 새롭게 피어나는 말의 꽃씨(신진숙)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작품을 살피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개 팔어요, 개 삽니다 / 큰 개, 작은 개 삽니다 / 개 팔어요, 개~애 하면서 개장수 차가 지나간다

개장수는 차 속도를 줄이더니 / 가만히 서 있는 나를 위 아래로 한참이나 훑어보고 간다

- 복효근, ‘개장수가 다녀가다’전문

개 팔어요, 개 삽니다 /큰 개, 작은 개 삽니다

개 팔어요, 개~애 하면서 개장수 차가 지나간다

가만히 서 있는 나를 한참이나 훑어보고 간다

이렇게 고쳐진 작품은 시조에 해당된다. 이렇게 순식간에 고쳐지면서 이미지가 흐트러지거나 주제 의식이 약화되지는 않았다. 말하자면 짧은 시는 우리 민족의 전통시인 시조와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옥수수 / 개꼬리가 / 붙잡다가 / 놓치고 // 수수이삭 / 서속이삭 / 붙잡다가 / 놓친 것을 // 마당의 / 바지랑대가 / 힘 안 들이고 / 잡았네 //

- 정태모, ‘잠자리’ 전문

초침은 / 달리는 말 / 분침은 / 달팽이 발. // 가는 건지 / 마는 건지 / 시침은 / 부처님 손. // 손 얼른 / 움직이셔야 / 도시락 / 먹을 텐데…. //

― 서벌, ‘넷째 시간’전문

이 작품들은 동시조라는 장르로 구분되고 있는 작품들이다. 전자의 짧은 시 동인들의 작품이 이들 작품과 리듬의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은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생체리듬이기 때문이다.

나, 그대에게 / 들키고 싶지 않았다 / 비밀한 울음을 속지로 깔아놓고 / 얇지만 속살을 가릴 / 화선지를 덮었다. / 울음을 참으면서 나는 풀을 발랐다 / 삼킨 눈물이 / 푸르스름 번지면서 / 그대의 환한 미소가 / 방울방울 떠 올랐다.- 임성규, ‘배접’ 전문

이 작품이 시조라는 사실을 아는 이가 드물다. 실제로 필자가 현직 국어 교사를 대상으로 한 1급 정교사 연수 시 350여 명에게 이 시의 형식적 특성을 묻는 질문에 시조라고 말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시조라는 말에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오늘날의 시조는 이렇게 달라져 있다.

짧은 시에는 한국인의 생체리듬이 있다. 어떤 짧은 시를 가져와도 시조의 절장시조(한 장으로만 이루어진 시조), 양장시조, 단시조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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