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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백]조커

 

 

 

 

 

한 줄의 지문에 불과했지만 호아킨 피닉스가 6주간 감독과 고심한 뒤에 영화전반에서 최고의 장면으로 살아난 강렬한 컷이 있다. 빨간 양복에 광대 분장을 한 조커가 바닥모를 깊은 나락속에서 자신을 옭죄고 있던 답답한 현실의 껍질을 깨트린 기쁨으로 회색의 계단에서 내려오며 자신에 대한 해방감으로 가득한 몸짓으로 추는 춤이 그 것이다.

‘베트맨’영화에서 까닭없이 도시를 파괴하고 특별한 대상도 없는 분노로 혼란을 일으키는 것이 이해되지 않던 악의 대명사 조커가 이번에는 주위에서 언제든 만날 수 있는 평범하지만 우울 가득한 얼굴로 토드 필립스의 손을 빌어 우리에게 자신을 설명하려 찾아왔다.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한 웃음이 되어야 한다는 어머니의 소망을 담아 해피라 불리며 자란 아서플렉(극중이름)은 절망으로 가득찬 고담시에서 광대를 꿈꾸며 존재감 없이 근근이 하류인생을 살고 있다. 과대망상을 앓는 병든 노모를 부양하며 희망조차 꿈꿀수 없는 답답한 하루를 살며 누구에게도 따뜻함을 건네받지 못하는 갈증이 화면에 가득하고 갑자기 터졌다가 순간 끊기는 그의 기괴한 웃음만이 섬뜩한 공포를 아슬아슬하게 전한다.

전작에서 트레이드마크였던 기괴한 그의 분장은 사실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주며 다가가고픈 하나의 시그니처로 서로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사회를 향해 부정적인 그의 내면을 뚫고 나온 반전의 배려였던 것이다. 길거리에서 홍보를 하던 중 동네 패거리 아이들로부터 광고판을 빼앗기고 폭력을 당해야만 했던 그는 그 일로 주의를 받고 동료에게 총 한 자루를 얻게 되는데 병원공연에서 소지한 그 총 때문에 퇴사통보를 받는다.

증오를 숨기고 사람들에게서 고립되지 않으려 애를 쓰며 힘겹게 살던 그가 지하철에서 여성을 희롱하던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다가 그들을 살해하게 되자 여태껏 조롱하던 사람들이 그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역사의 시작은 우연히 일어난 일에 의도치 않게 사람들로부터 해석되어져 물결로 소용돌이치며 고담시를 뒤 흔든다. 자신에게 부당하다고 생각했던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살아남는 새로운 방식으로 조커는 폭력을 수단으로 여기게 되고 그것이 시작이 되어 동료와 어머니, 유명사회인을 대상으로 심연에 잠겨있던 분노를 광기어린 폭력으로써 해결한다. 폭력의 대상이었던 그가 거꾸로 폭력의 주체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의 폭력은 도시의 많은 사람들의 폭력성을 촉발하는 기화점이 되고 도시는 거대한 혼란으로 휩싸이고 조커는 묘한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미소 짓는다.

조커는 영화의 한 단면이지만 주변에서 많은 폭력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듣는다. 폭력은 늘 제공되고 누구나 볼 수 있게 뉴스로 취급되고 그러한 이슈는 사람들의 불온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견제를 위한 전제라고 포장하지만 사실은 저변에 숨은 우리의 폭력성이 자극받기도 한다. 사회와 관계, 도덕과 이성을 적당히 버무려 타협하고 있는 간교한 우리의 질서는 평범하게 보이는 한 사람이 비루한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잘못된 해석으로 자기화하여 쉽게 무너뜨리는지 폭력으로 해결되는 다양한 범죄의 실례를 많이 보아왔다.

한편의 범죄영화 같은 실화가 부지기수로 바로 가까이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그런 폭력의 대상은 자신에게 결핍을 느끼게 하는 불특정 다수이거나 나에게 공평하지 않은 사회라고 오역하고 잘못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소수는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선량한 시민으로서 폭력을 증오한다. 하지만 감독이 주려는 메시지와 호아킨 피닉스의 광기 넘치는 연기에 매료되어 조커가 전하는 위험한 메시지를 자칫 이해할 뻔 했다. 폭력이 문제해결의 수단이어서는 안되는 사회의 규범도 잊을뻔 했다.

나는 폭력을 행사할만한 입장에 있지 못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지 말라. 그대는 아직 폭력에 가담할 기회를 얻지 못한 잠재적 주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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