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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함께가면 길이 된다

 

 

 

 

 

장애인인 경우 보통 사람들보다 몸이 급격히 쇠약해진다. 아무리 건강해도 보통 사람들보다 10년은 먼저 늙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나는 지금 60세인데 신체 나이로는 70세쯤 생각해야 한다. 체력이 고갈될 때까지 휠체어를 안타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몇 년 전에 팔을 다쳐 정형외과를 찾았을 때 의사선생님은 이제 목발보다 휠체어를 타시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조언해주신다. 그 이유는 양쪽 팔 인대가 모두 달아 지속적으로 목발을 짚고 다닐 경우 그나마 거동도 못하게 될 상황이 올수도 있다고 한다. 그로 인하여 요즘은 멀지 않은 거리도 휠체어를 자주 이용하게 되고 목발을 짚고 다녔던 예전에 비해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20대 중반에는 계룡산과 용봉산을 오를 만큼 체력이 강했다. 친구들과 산에 올라가도 문제가 없었던 나였다. 쇠를 씹어 먹어도 될 정도로 힘이 넘치던 그때는 장애가 큰 벽이 되지 않았다. 이제 60대가 되고 보니 고관절, 무릎관절 등이 시원찮다. 고관절이 망가지면서 계단을 올라갈 때 힘들다. 고관절의 힘으로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관절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1~2계단만 올라가도 몸의 무리를 느낀다.

앞으로 남은 평생 전동 휠체어로 이동하고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슬프기도 하다. 이동의 큰 벽을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근육량이 현저하게 줄어들면 몸의 기능이 점차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건강을 위한 체육시설이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동네마다 장애인 수영장과 체력단련실이 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우리사회가 장애인 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재원마련 및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힘들다. 내가 알기에는 수원 광교지역에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이 계획되어 있었는데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고 알고 있다. 2017년 9월에도 서울 목동 지역에 장애인 특수학교를 짓는다는 발표에 주민들의 반발로 인해 사업이 성사되지 않았다. 장애인과 함께 사는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는 언제쯤 이뤄질까.

장애가 있다는 건 슬픈 일일까?, 불쌍하다고 생각해야 할 일일까? 나는 모든 사람들이 예비장애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한 번 쯤 경험하게 된다. 일시적으로 혹은 영구적으로 장애 상태가 된다. 그렇지 않더라도 누구나 나이가 들어 노년을 맞이하면 신체기능이 떨어져서 불편을 겪게 되는 등 모두 크고 작은 장애의 일환으로 보아야 한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겪는 사람들보다 후천적 사고나 병으로 인해 장애인이 되는 비율이 훨씬 높다. 언제 어떤 사고가 나서 신체의 일부를 잃게 될는지 모를 일이다.

나는 평생 전동 휠체어는 안타겠다고 생각했다. 목발을 짚고 충분히 걷고 활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3~4년 전 전동 휠체어를 타고서부터는 목발을 짚고 다니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었다. 사람은 편한 것에 길들여지게 마련이다. 몸이 편해지면 더더욱 편한 것을 찾게 되는가보다.

후천적 장애인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장애인의 권익 보호와 케어를 위한 사회적인 제도 마련은 더딘 편이다. ‘함께 가면 길이 된다’는 진리는 불변이며 더불어 사는 행복한 공동체가 하루 빨리 이루어져 장애가 슬프고 힘든 일이 아닌 세상이 오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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