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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경영] 문명의 발전과 질병

 

 

 

 

 

기나 긴 역사의 흐름을 되새기다 보면, 질병과 관련된 공통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새로운 질병은 발전된 문명에 의해 만들어지고, 이러한 질병들이 다시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 왔다는 사실이다. 즉, 문명화 이후의 인류의 역사는 질병과의 끊임없는 싸움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인류는 질병과 함께했고, 질병의 고통을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인류사회의 보편적 열망이었다. 따라서 질병에 대한 이해 없이는 인류문명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수많은 질병 중에서도 우리는 전염병에 주목하게 된다. 왜냐하면, 전염병은 치사율로만 보아도 엄청난 파괴력을 보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적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어 놓았던 공포의 질병 사건들 중 대표적인 것이 흑사병(黑死病, plague)인 페스트이다. 1348~1361년 사이에 발생한 페스트는 당시 유럽인구 중 2천400만 명을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 이는 중세사회의 몰락을 재촉하였고, 유럽사회의 노동력 감소는 새로운 노동력을 찾기 위한 식민지 건설 및 제국주의 팽창의 계기가 됐다.

흑사병의 전파 경로는 여러 설이 있지만 몽골군의 ‘카파’ 공격을 가장 유력한 설로 꼽는다. 1346년 몽골군이 흑해 크림반도의 카파(Kaffa, 현재 페오도시야)를 포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 도시는 13세기 초반에 이탈리아 제노바 상인들이 세운 교역도시였다.

당시 이 도시는 3년 동안 몽골군의 포위 아래 있었다. 이 와중에 몽골군 진영에서 전염병이 발생했다. 몽골의 병사들이 죽어 넘어가자 퇴각해야만 했던 몽골군은 투석기를 사용해 감염된 시체를 성벽 내부로 날려 보냈다. 성 안의 사람들이 시체를 성벽 너머 바다로 다시 던져 버렸지만, 이미 흑사병은 도시 안에 퍼진 상태였다.

포위된 도시의 협소한 공간은 전염병이 퍼지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다. 미지의 질병이 빠르게 퍼지면서 카파 주민들은 극도의 공황 상태에 빠졌다. 1347년, 몽골군이 철수한 뒤 자유를 찾은 제노바 상인들이 도시를 빠져나와 이탈리아로 피신을 도모했다. 그들과 함께 흑사병도 지중해의 다른 도시들로 빠르게 번져 나갔고, 1350년에는 전 유럽에 전염이 됐다.

감염자의 팔과 다리에 검은 반점이 생겼기에 통상적으로 흑사병이라 부른 이 질병은 원래 버마(미얀마) 북부 지방의 풍토병이었다. 이것이 유럽까지 가게 된 원인은 몽골인이 구축한 동서 무역로 실크로드 때문이었다. 몽골 통치자들이 제공하는 편의와 안전보장 아래 동서 간에 상인, 물품 그리고 사상이 거침없이 왕래했다. 하지만 이때 들쥐와 거기에 붙어있던 벼룩도 함께 움직였다.

흑사병이 무섭게 창궐한 원인 중 하나는 인류가 문명화 되었다는 데 있다. 문명화되면서 사람들은 도시를 이뤄 공동체 생활을 했다. 모여 살기 시작한 탓에 전염병은 쉽게 전파될 수밖에 없었다. 중세유럽은 농업에 기반한 자급자족적 봉건제 시대였지만, 지역별로 필요한 물건들이 존재했기 때문에 이들을 상호 연결시켜주는 교역의 중심지가 바로 도시였다.

이렇게 도시는 교환활동을 가속화시키며, 사람들의 삶을 계속 변화시켜왔다. 이와 더불어 도시의 성장을 제약하는 요소가 질병과 보건이었다. 전염병은 일정 수 이상의 인구를 필요로 한다. 인구가 너무 적거나 넓게 퍼져 있으면 전염병은 확산되지 않고 고립돼 소멸된다.

그 당시 질병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없었고, 위생에 대한 개념도 부족했던 시절 유일한 대비책은 도시를 버리고 밀도가 낮은 시골로 떠나는 것이었다. 이렇게 도시의 인구와 규모는 전염병의 확산을 통해 성장과 축소를 반복해왔다.

21세기 들어서면서 불과 20년 사이에 벌써 여러 차례의 세계적 전염병이 나타나며 인류를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바이러스에서 유래하는 전염병들은 도시의 모든 시스템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 도시의 성장과 확장에 따라 증가한 인구와 함께, 고속철도 및 항공기 등 운송수단의 속도와 범위가 확장되면서 전염병은 특정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전 세계로 단시간 내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이동이 활발한 시대를 살고 있다. 지금의 우리, 그리고 현재를 넘어 미래의 도시들은 과연 전염병의 역습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연이은 전염병의 발병과 그로 인한 혼란은 도시의 미래에 대한 우리의 낙관적인 예측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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