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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문 단상]늦은 봄에도 피는 희망의 꽃

 

 

 

온 나라와 세계가 코로나19 감염증으로 혼란에 빠졌다. 경제도, 문화도, 교육 등 모든 사회적 역동성이 얼어붙은 미증유의 겨울공화국이 계속되고 있다. 그야말로 독한 감기가 온 나라에 마스크를 씌움으로 길고도 혹독한 동면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1980년대 군부독재시절에 선배의 출판사 사무실 작은 난로에 누군가 ‘봄은 온다’라고 매직펜으로 쓴 것을 보고 나름 ‘아, 살아내야겠다, 살아나가야겠다’ 고 스스로 격려한 적이 있다.

지금, 코로나바이러스로 모든 것이 위축된 듯 하지만 정치권은 아직도 책임공방으로 활발하며 총선의 유불리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희망과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과도한 불안감과 정치공세적 진영 싸움으로 몰아가는 기사가 나오고 있어 국민의 마음을 심란하게 하고 있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서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한 문장이 눈에 띈다. “한 도시를 이해하려면 그곳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사랑하며, 어떻게 죽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라는 대목에서 위기 앞에 선 대한민국과 정치지도자와 언론, 그리고 국민들의 자세를 상기하게 된다.

지금은 온 사회구성원이 바이러스라는 폭풍한설에 문을 꼭 닫고 지내야 하지만 인터넷 온라인 시대라 개인간 소통은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안부와 일정한 소통이 가능한데 문제는 소규모 지영업자들의 사방 꽉 막힌 고통은 사실 필설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금은 바이러스와 전쟁이 서로를 돌아볼 경황이 없지만 곧 안정세로 돌아서면 코로나19 사태로 엄청난 피해를 본 이웃들에게 배려의 소비가 필요할 듯하다. 특히 요식업이나 소규모 사설학원, 여행업체 등은 경제적으로 가볍지 않는 고통이 지속될 것이므로 고정급여 생활자들의 선한 소비의 미덕이 절실할 때이다.

바이러스사태 안정되면 곧 본격적인 선거 국면이 시작되고 이에 따라 방역대책에 대한 책임공방의 소음이 시민들의 마음을 소란스럽게 할 것이다. 물론 이번 사태를 통한 국가 방역시스템 전반과 사회 해악 풍토에 대한 반성과 개선이 있어야겠지만 진정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이번 사태로 깊은 수렁에 빠진 이웃에 대한 따뜻하고 진심어린 배려의 창문을 여는 일이다.

가족 중에 어려움 당한 이웃에게는 위로를, 방역과 진료로 바이러스전쟁 최전방에서 싸워 준 의료진과 공직자, 자원봉사자에게는 감사와 경의를, 위축된 산업과 문화전반에 참여와 격려를 준비해야 한다.

사람의 학명이 ‘호모 에스페란스(Homo Esperas)’가 아니던가. 즉 호모는 ‘인간’ 에스페란스는 ‘희망’으로서 사람은 희망을 먹고사는 존재다. 우리는 지금 좀 늦은 봄을 맞았지만 더 힘찬 희망을 노래해야 한다. 닫힌 마음을 열려 서로의 얼굴에 꽃을 피우며 향기를 피우며 그렇게 새봄을 맞이해야 한다.

홍일선 시인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새봄의 희망을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녹두꽃 뚝뚝 떨어져 / 슬피 울던 울음 속에 희망 있었는가 / 그리워서 너무도 그리워서 / 그냥 미쳐버린 저절로 미쳐버린 그리움 속에 / 우리 희망 숨어 있었는가 // 오곡백과 온갖 꽃 다 피어나는 / 깨끗한 세상 기원 속에 / 그때 우리 쓰라린 패배 / 낮고 낮은 벌거숭이산 침묵처럼 엎드려 있었는가 / 버림받은 어머니 평야 / 삽날처럼 쓰러져 누워 있었는가 // 그런데 오늘 / 저 기다림 버리고서야 / 저 그리움 지우고서야 / 그때 아름다운 꽃 한송이 태어나신다니 / 세상이여 들이여 풀이여 별이여 모르겠네 / 희망의 깊은 속내를 모르겠네” (홍일선 시 「희망이여 지금 어디 있는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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