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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함께 하는 오늘]운문사, 봄날에

운문사, 봄날에

/김요아킴

담은 야트막하다

아침햇살로 기와를 얹은
성과 속의 경계는 한없이 낮다

수백 년 중생들의 고통을
처진 그리메로 대신한 소나무가
절집 마당으로 환하다

투박하게 합장한 마음은
솔바람 어슬렁거리는 산길을 쫓아와
엷은 풍경소리로 닿는 매화빛 화두,

댓돌 위 가지런히 놓인
비구니의 고무신들은, 벌써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겨우내 소리죽여 터뜨리지 못한
분심憤心들이, 일제히 꽃을 피운다

근엄하지 못한 불전의 대웅이
빙긋 웃고만 계신다

여전히 담장은 낮기만 하다

 

 

 

 

■ 김요아킴 1969년 경남 마산 출생. 경북대 사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해, 2003년 계간 《시의나라》와 2010년 계간 《문학청춘》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가야산 호랑이』 『어느 시낭송』 『왼손잡이 투수』 『행복한 목욕탕』 『그녀의 시모노세끼항』과 산문집 『야구, 21개의 생을 말하다』, 서평집 『푸른 책 푸른 꿈』(공저) 등이 있다. 한국작가회의와 한국시인협회 회원이며, 청소년 문예지 《푸른글터》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현재 부산 경원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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