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비
/이명
서울역 뒤 중림로 오르는 길
구멍가게 앞 인도에
어디서 흘러왔나
축 늘어진 껍질이 수도승 누더기 같은데
정신을 내려놓고
육체를 버리고
노숙하며
벽에 기대 있는 깡마른 꼬챙이 하나
나를 후려치고 있다
■ 이명 1952년 경북 안동 출생. 문학과 창작을 통해 문단에 나와 <불교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시집 『분천동 본가입납』, 『앵무새 학당』, 『벌레문법』, 『벽암과 놀다』, 『텃골에 와서』, 『초병에게』, 시선집 『박호순 미장원』 등이 있다. 목포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