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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문 단상]‘n차’ 감염자의 중첩된 비극

 

 

 

 

 

지난 4월 말 잦아들 것처럼 보였던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는 5월 연휴가 끝나자마자 용인 66번 확진자에서 시작하여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이태원발(發) 감염은 마침내 인천의 학원 강사를 거쳐 그의 수강생이 방문한 노래방, 동승한 택시기사가 참석한 돌잔치, 돌잔치를 다녀온 택배센터 직원 그리고 그들의 가족까지 등등 7차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소식 이후 물류센터, 콜센터, 학원, 뷔페식당 등에서 지속적으로 감염이 이어지고 있어 온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

소위 ‘n차’(4차 감염자 이후 감염자는 역학적 추적이 무의미한 자연수로 ‘n차’라 칭함)라는 수학용어 까지 등장하는 미로(迷路)의 감염의 확산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n차’라는 특정화된 시민들이 있다. 그들의 사회적 위치는 대부분 사회 안정망에서 소외된 일용직 근로자로서 거의 ‘투잡(Two-Jop)’을 뛰어야 겨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위기의 노동자들이었다.

코로나19 ‘n차’ 감염에 걸린 노동자들 대부분은 하루하루 생애가 갈급한 인생들이었다. 그들은 안정된 직장의 정규직이 아니었으며, 저마다 감당하기 버거운 빚을 지고 있었으며, 자라는 자녀들이 있었고, 학비가 필요한 일용직이었다. 일용직은 굳이 인사카드가 필요 없는 소모품 같은 존재다. 더욱이 그들은 대부분 한 가지 일로 살 수 없는 경제적 위기에 처해 있다. 하지만 그들은 밤을 지새우고 새벽을 깨워 진력을 다해도 가난은 여전히 그들 곁을 떠나지 않고 고단한 생애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사회 구조를 나라도 사회도 종교도 그냥 혀만 차고 있어도 되는가? 나는 감염되지 않았으니 그냥 다행이다 조심해야지 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어도 되는 걸까?

그동안 우리의 관심은 언제나 자신만의 문제에 집중했었다. 그러나 감염병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 누군가의 고통은 예비된 나의 고통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애써 무심한 듯 딴 데를 쳐다보는 이웃이 있다면 그것은 또 다른 자기 부정이고 비겁한 도피다.

누구나 ‘n차’ 감염자 대상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생활방역은 자신과 가족 뿐 아니라, 또 다른 가족인 이웃을 보호하고 살리는 일상의 철칙과 같다. 답답함이야 이루 말로 할 수 없지만 가난한 이를 더욱 가난하게 만들고 슬픔에 빠진 이웃을 더욱 비탄에 몰아넣는 안일한 행동은 이제 그만 해야 할 때다.

또한 소위 상층부의 동포들도 아래를 내려 봐야 한다. ‘n차’ 감염자의 눈물과 탄식을 딛고 소위 중산층이란 안락한 공간과 샹그릴라 화려한 빛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와 정치는 ‘n차’의 그물에 걸린 애꿎은 국민을 구해야 할 때다. 지금은 정파의 이익이 아니라, 중첩된 고통에 처한 위기의 국민을 구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지금은 누구를 탓하기 전에 엎드려 자복하고 함께 울어야 할 때다. 통회와 내어놓음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 어떤 이도 가난 때문에 버려져야 할 이유는 없다. 누구나 ‘n차’가 될 수 있으며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지금은 종교도 종교 내부의 사정을 넘어, 주인 없이 길 잃은 양들처럼 고단함과 외로움, 두려움에 노출된 ‘n차’의 영혼들을 위해 함께 기도해야 할 때다. 희망의 끈을 놓아서도 안되지만 희망을 나눌 수 있는 배려와 협력의 마음 또한 놓쳐서도 안된다.

참으로 함께 울어주고 건질 수 있는 용기 있는 헌신이 필요한 시기다. 신(神)은 오늘 인간들에게 사랑의 존재로서 그 역할을 요청하고 있다. 함께 사는 지혜를 구할 것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도 구석진 외방에서 눈물을 흘리거나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을 천사들에게 위로의 시 한편을 바친다. “「눈물의 카푸치노」// 상처도 깨어지고 깨어지면 / 가루가 될 수 있을 거야 / 시간의 맷돌에 놓인 기억의 분말 / 마침내 감각도 없는 포말이 되어 / 갓 짜낸 기름처럼 / 끈적한 눈물로 내릴 수도 있을 거야 / 사랑도 이별도 / 하얀 거품처럼 / 달콤한 날 올거야.” (김윤환 시집,『이름의 풍장』/ 2015, 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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