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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힘을 빼야 행복이 보인다

 

 

 

 

 

‘힘을 빼면 행복이 보인다’는 글을 어느 해우소에서 본 적이 있다. 힘을 빼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

계획이 없는 게 계획이고, 목표가 없는 게 삶의 목표이며, ‘즐겁다, 신난다, 재미있다’란 표현을 많이 하면 행복해진다고 한다. 화려함보다 단순한 게 오래 가고, 힘이 들어 간 사람보다 힘이 빠져 있는 사람이 더 아름답다고도 한다.

우리는 너무 잘하려고 하는 병에 주눅이 들어있다.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주문을 하는 데, 그런 이야기는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든다.

6학급의 시골학교에 영어원어민교사가 계셨다. 그 선생님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였고, 그러다보니 친자녀 돌보듯 열정으로 영어를 가르쳤다. 수업시간에 가르칠 내용을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쉬는 시간까지 가르치려는 열정을 보였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렇게 열심히 지도해주는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았다. 손꼽아 기다리는 쉬는 시간을 빼앗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오랜 시간 아이들은 학교를 가지 못하다가 요즘 학교를 가게 되었다. 학교가 문을 닫으니 학교의 귀함을 알고, 아이들이 학교에 오지 않으니 아이들의 귀함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잘 이겨내리라 본다. 부모와 자식, 교사와 학생사이에서도 적절한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 좋은 의도라고 해서 모든 것이 다 좋은 것이 아니다. 잘못하면 쉽게 꼰대가 될 수 있다.

책을 읽으라고 계속 주문하기보다는 책읽기 좋아하는 친구와 실컷 놀도록 한 후, 헤어질 때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부탁하거나, 양치질을 잘 하지 않거나 우유를 먹기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사전에 치과선생님에게 양치질과 우유 먹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부탁한 뒤 치과를 가면, 부모나 교사가 이야기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확실하고 정확한 신호를 줄 수 있다.

코로나 19를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소중한 것들을 배웠다. 학교가 멈추었다고 배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살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위험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며, 함께 힘을 합쳐야 생존할 수 있기에 서로 돕고 배려하며 함께 살아야 함을 배웠다.

‘고무신 한 짝’이란 필자의 시구가 생각난다. “산다는 것은, 존재한다는 것은 외출했다 집에 돌아와 고무신 한 짝 말없이 살짝 벗어놓은 일이다.”

학교에 갔다가 무사히 귀가할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 자녀가 공부도 잘하고, 늘 칭찬받는 아이라면 좋겠지만, 세상 모든 자녀가 다 완벽할 수는 없다. 내 자녀, 내 제자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생각해야 한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오는 것이다’라고 정현종은 ‘방문객’이라는 시에서 말한다. 저 출산 고령화 시대에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을 존엄하게 생각하며, 그들이 힘들지 않고 즐겁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신의 꿈을 이루도록 든든한 길잡이와 조력자가 되면 어떨까?

‘행복해질 용기’란 책에서 보면 최대한 수평적인 관계를 만들어 보라는 아들러의 주장이 있다. 단, 한 명이라도 인간관계에서 최대한 수평적인 관계를 갖도록 노력한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달라져 보일 것이다. 나이차이가 나도 괜찮다. 그런 수평적인 관계가 많을수록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다. 행복은 느끼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상이라고 괴테가 말했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갔다 무사히 귀가해 살짝 신발 한 짝 벗어놓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행복의 미소를 지을 수 있다. 힘을 살짝 빼야 행복이 보인다.

힘들게 공부하고 돌아오길 기다렸다가 소중하고 귀한 자녀를 반가이 맞고, 신발도 깨끗이 닦아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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