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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스타의 스타트랙]생존

생존.


요즘 들어 이 생존이라는 단어가 많이 들려온다.


코로나19 이후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을 논하는 학자나 전문가들의 코멘트도 많아졌고,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SNS를 통해 각자의 삶의 영역에서의 생존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이는 창업, 부동산의 투자나 주식의 매수, 매도 시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어제의 경제적 생존 전략과는 다른 의미와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매일 같이 아침 TV 방송에서 보이는 전문의들의 건강 상식에 관한 이야기도 생존의 관점에서 보면 그 궤를 같이 하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건강이라는 부분 역시 그 피로도가 상당히 증가했다. 


우리 모두가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을 살고 있는 지금, 생존 전략이라는 것에 대한 실마리와 해결책을 찾기 위해 각자가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펄(Pearl)이라는 드럼 브랜드가 있다.


1950년대에 설립되어, 야마하(Yamaha), 타마(Tama) 등과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드럼 제조사 중 하나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수많은 엔도서(Endorser)를 가지고 있는 회사이며, 전설적인 밴드 토토(Toto)의 제프 포커로(Jeff Porcaro), 딥 퍼플(Deep Purple)의 이안 페이스(Ian Paice), 키스(Kiss)의 에릭 싱어(Eric Singer) 등이 펄 드럼을 사용했다. 


이 회사의 공식 명칭은 펄 악기제조 주식회사(パ-ル樂器製造株式會社)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악기를 만드는 회사다. 드럼 이외에도 기타, 피아노를 비롯해 대부분의 관현악기를 만드는 야마하와는 달리, 펄은 드럼과 그에 관한 하드웨어 그리고 타악기 등을 위주로 제조하고 취급한다. 이런 곳에서 새로운 하이 햇(Hi-hat) 스탠드가 나왔다. 하이 햇이란 드럼 세트의 부속품 중 하나로 열고 닫히는 심벌즈를 고정된 심벌즈 위에 얹은 악기인데, 하이 햇 스탠드는 하이 햇 심벌즈가 설치된 스탠드 하단에 페달이 달려 있어, 두 장의 심벌즈가 여닫히는 동작을 하게끔 만들어져 있는 장치를 일컫는다.


드럼과 타악기를 만드는 회사에서 새로운 하이 햇 스탠드가 나온 것은 그리 큰 뉴스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제품은 드럼 연주를 위해 나온 것이 아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하이 햇 스탠드가 아니라, 손 소독제 스탠드이다. 기존 드럼 세트에 사용되던 하이 햇 스탠드의 상단에 심벌즈가 아닌 손 소독제 거치대를 놓고, 하단의 페달을 발로 밟아 용기에 담긴 소독제가 나오게 만든 장치인 것이다. 처음 이 기사를 접하고 마치 만우절의 장난처럼 사실 여부에 반신반의했지만, 공식 블로그에도 게재가 됐음을 확인했다.


발상의 전환이라고만 생각하기에는 감정이 복잡해진다.


이것저것 다 만들고 취급하던 회사였으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타악기 전문 제조 회사에서의 이런 행보는 다소 놀라웠다. 이번 제품이 회사의 매출에 얼마의 영향을 가져다줄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생존 전략으로 이런 제품을 내놓았다는 사실이 내게는 꽤나 고무적이었다.


많은 학자들이 더 이상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가기 힘들다고 예측 한다.


이런 의견이 반갑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입시 전쟁, 스펙 경쟁, 취업 전쟁, 이념 대립과 각 세대의 갈등, 성 대결 등, 그 이전부터 우리는 생존을 위해 충분히 몸부림치며 살아오지 않았나 싶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된 코로나라는 미증유의 장애물이 버겁게 느껴지지만, 지금의 사회를 살아가는 생존 기술과 전략에 대해 유연한 사고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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