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8 (토)

  • 구름많음동두천 13.5℃
  • 맑음강릉 22.3℃
  • 구름많음서울 16.7℃
  • 맑음대전 12.9℃
  • 맑음대구 13.0℃
  • 맑음울산 13.5℃
  • 맑음광주 15.1℃
  • 맑음부산 16.1℃
  • 맑음고창 ℃
  • 맑음제주 16.6℃
  • 맑음강화 16.8℃
  • 맑음보은 10.3℃
  • 맑음금산 9.4℃
  • 맑음강진군 12.9℃
  • 맑음경주시 11.0℃
  • 맑음거제 16.6℃
기상청 제공

[정윤희의 미술이야기]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

 

필자는 어느 한 연극 웹진에 일 년에 세 네 번 공연 관람 후 리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지난봄부터는 리뷰를 쓰지 못하고 있었다. 여전히 안전 수칙을 지키며 조심스레 공연을 올리고 있는 극장이 있긴 하지만, 막 학교를 입학한 딸과 이웃을 생각하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연장을 방문하기가 망설여졌다. 바이러스가 문화행사와 공연, 전시를 멈추게 했다는 소식이 속속 들려왔고 적막감을 느꼈다. 어렵다, 어렵다 했어도 굴러가기는 했던 전시장과 공연장이었는데 그나마도 멈추고 나니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그대로만 멈추고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최신 공연 영상이라도 보고 리뷰를 쓰자고 마음먹었다. 그랬더니 ‘극장 용’에서 하는 어린이 작품이 가정의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친김에 온라인 인터넷으로 온라인 공연과 전시 소스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이름 모를 가수의 한 유행가 가사가 머릿속을 강타했다. 온라인에서 꽤 많은 콘텐츠들이 나돌아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롯데콘서트홀, 국립현대미술관,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생중계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공연이 며칠간 유저들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었고, 일부 공연은 적은 금액에 온라인 관람이 가능했다. 필자는 평소 신문물의 유행에 아주 늦게 편승하는 편이었고, 지금까지는 그것에 그다지 불편함을 느끼진 않았지만, 이번에는 그 점을 깊이 반성했다. 정보가 없었던 탓에 지난 한 달간 좋은 콘텐츠들을 여럿 놓쳤기 때문이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듣보잡’ 바이러스였던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을 짓눌러 버리고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 덕분에 실제로 보기 어려운 귀한 공연·전시 콘텐츠들을 집안에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되었으니 뜻밖의 수확이라고 해야 하나.


이처럼 발달된 통신망과 매체는 코로나로 완전히 공백이 되어버릴 뻔했던 일상의 영역을 조금은 채워주고 있다. “거봐 내 뭐라고 했어. 대중매체가 반드시 우리 삶에 해로운 것만은 아니랬잖아~”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이 살아 돌아온다면 씩 웃으며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을까. 소설가 조지 오웰은 ‘1984’라는 작품에서 대중매체가 독재의 수단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하지만 백남준은 그 예견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했다. 대중매체가 우리 삶을 서로 연결해 주고 대중들의 삶에 창조력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1984년 1월 1일 정각 ‘굿모닝 미스터 오웰’라는 제목의 대대적인 쇼를 텔레비전에 송출했다. 한국, 프랑스, 미국의 방송국과 함께 했던 쇼였다. 1984년이 암울한 독재가 아닌 유쾌한 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고인이 된 조지 오웰과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는 쇼였다. 1984에 상연된 쇼를 당연히 본방사수하지 못했지만 2014년 백남준아트센터에서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라는 전시를 관람했던 덕분에 당시의 유쾌한 분위기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실제로 매체들이 대중들에게 쉽게 접근되도록 열려있는 덕분에 우리의 삶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어 매체에 올리고 스타가 될 수 있다. 학생이나 유치원생도 예외는 아니다. 뉴스를 방송국 정규 편성 프로그램이 아닌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거짓 뉴스도 많아졌고 그것을 폭로하는 뉴스도 많아졌으며, 진실공방도 치열하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사회는 조지 오웰이 예견한, 독재자가 대중매체를 장악한 암울한 세상은 아니다. 우리 역사에서 그럴뻔했던 적은 있었지만 말이다. ‘와우!’를 연거푸 외쳐야 할 만큼 기쁜 일이 아닌가. 1984년 1월에나, 2020년 6월 15일에나 말이다.


물론 몇몇 공연·전시 콘텐츠가 온라인으로 소개되고 있다고 해서 마냥 좋은 상황은 물론 아니다. 온라인 생중계는 자금력과 시스템을 갖춘 일부 공연장이나 기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콘텐츠도 일부 장르에 편중되어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 중계는 입장 수입을 내지 못하기에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열악한 단체들은 물론 국공립 기관들마저 자립이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릴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 작품들은 ‘아우라’를 충분히 관객에게 전하지 못하고 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