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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익의 생활 속 지혜]용서(容恕)

 

용서란 무엇인가? 지은 죄나 잘못한 일에 대하여 꾸짖거나 벌하지 아니하고 덮어준다는 의미로, 우리에게 부당한 해를 입힌 사람에게 분개, 부정적 판단, 무관심함을 포기하고 그를 향해 연민, 관대함, 심지어 사랑하는 마음을 품기도 한다. 파울 뵈세는 ‘용서는 과거를 변화 시킬 수 없다. 그러나 미래를 푼푼하게(옹졸하지 아니하고 시원스러우며 너그럽게) 한다’고 했고, 셰익스피어는 ‘용서는 하늘에서 내리는 보슬비처럼 온다. 이는 용서를 하는 자 뿐만 아니라 받는 자에게도 축복이다’라고 했다.
톨스토이는 ‘그대에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있다면 그가 누구이든 그것을 잊고 용서하라. 그때 그대는 용서한다는 행복을 알 것이다’라고 했다. 수많은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으며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상처를 주기도하고, 상처를 입기도 한다. 대체로 사람들은 자신이 타인에게 준 상처는 기억하지 못해도 남들이 자신에게 준 상처는 오래간다. 상처의 깊이가 크면 원한이나 미움, 증오, 복수심 등과 같은 이름으로 상흔(傷痕)이 남아 평생을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혹자는 ‘용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이다’라고 하지만 타인이 나에게 한 잘못을 용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사랑하거나 존경하는 누군가에게, 그리고 과거 역사적 큰 사건으로 상처를 받았을 경우 용서는 더욱 어렵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세 가지는 비밀을 지키고, 용서하고,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용서는 그만큼 더 숭고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용서를 배우고 실천해야하는 것은 바로 나를 위해, 그리고 모두를 위해 용서는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용서는 새로운 나,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는 새로운 방법이며, 상처를 잊는 것이 아니라 상처의 기억이 나의 삶을 지배하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변화를 위한 나의 적극적인 ‘의지’에 달려있다.


부처님 말씀에 ‘원한을 품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던지려고 뜨거운 숯덩이를 손에 쥐고 있는 것과 같다. 화상을 입는 것은 바로 자신인 것이다’라고 했다. 용서는 잘못을 한 상대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해 실천해야한다. 왜냐하면 남을 용서하는 과정을 통해서 심리적으로 자신이 먼저 치유되어 내 마음에서 용서 받아야할 사람, 그리고 그 과오를 놓아줌으로써 나 자신을 자유롭게 해방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용서는 남을 위해 베푸는 이타적 마음인 동시에 자신에게 베푸는 사랑이다. 용서란 잘못을 잊어버리는 망각이 결코 아니며 타인에게 베푸는 자선도 아니다. 어찌 보면 타인의 잘못으로부터 내가 자유로워 지고자하는 정신적 날갯짓이자 비상(飛上)인 것이다.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스스로가 홀가분하게 정신적, 평화와 발전 할 수 있는 것, ‘정신적 구원’이다. 


데미언 부카이는 용서하는 사람들이 얻는 혜택에 대해 ‘상처받은 후에, 평화를 얻고 자유와 심리적 균형을 얻는 방법은 용서하는 것이다. 그래야 상처를 치료하고 우리를 마비시키는 증오와 분노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분노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으며 자생력이 있다. 분노가 강렬하고 우리의 삶에 오래 머무르게 되면 끝내는 우리를 마비시켜 무기력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것은 곧 우리의 정서적 삶을 제한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지만, 용서는 내 마음속에 가득 담긴 화가 녹아내리고 상처와 모욕이 씻겨 내려 우리를 자유롭고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 


용서는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에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용서를 구하는 사람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해야 하며. 그리고 용서하는 사람에게는 고귀함, 관대함, 타인의 약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생활의 지혜,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에 용서가 주는 혜택을 누리기 위한 ‘주저 없는 실행, 실천’이 필요하며.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삶의 지혜 중 가장 위대한 ‘사과’ 또한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이 하나 생긴다. 용서받아야 할 당사자가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한 반성과 사과는 커녕 미안한 마음조차도 없이 합리화하고 궤변을 늘어놓을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본인은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 한 점 없다.’고 일관되게 부르짖는 뻔뻔함의 극치를 보이는 데도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 용서를 해야 한단 말인가? 그 대답은 각자의 판단과 결정에 맡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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