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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스타의 스타트랙]소극적 안전제일주의

 

스마트 기기의 보급과 함께 방송이 가능한 플랫폼들이 생겨나며 1인 미디어 시대가 도래했다.


그로 인해 콘텐츠의 흡수 속도와 정보 전달의 호흡이 빨라진 지금, 다양해진 주제와 개성 있는 표현 방식으로 만들어진 미디어들은 각자의 취향에 맞게 취사선택되고 있다. 아울러 짧은 길이의 영상 클립과 같이 자신의 창구를 통해 편하게 공유할 수 있는 볼륨의 미디어가 대세를 이룬다. 몇 해간 폭발적으로 증가한 유튜브와 넷플릭스 시장을 보면 이해하기 쉽다. 이러한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들은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시청하는 이들에게 맞춤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며, 더욱 단단한 팬층을 만들어가고 있다. 미디어의 소비 형태가 변화한 것이다.


이에 반해 전통적인 미디어 매체인 지상파 방송국들은 점점 외면받고 있다. 사실 지상파의 위기설은 몇 해 전부터 대두되었다. 기존의 TV 매체들이 뒤늦게 OTT(Over The Top)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도 제작, 편성에 있어 보수적이다. 시스템 특성상 속도 및 개인화 면에서 유리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시청자의 감소세는 비교적 빠르게 느껴진다. 게다가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 세대의 트렌드와 광고 시장의 변화는 뉴 미디어와의 경쟁을 더욱 버겁게 만들고 있다.


가끔은 세간에 인기를 끌고 있는 뉴 미디어의 영상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한 파일럿 방송이 지상파에서도 탄생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대부분 접근 방법도 서툴거니와 우여곡절 끝에 정규 편성이 됐다 하더라도, 이미 그 유행의 유통기한이 끝난 콘텐츠는 시청자에게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새로운 모험보다는 비교적 안전한 방법으로의 선회와 복제가 이어지고, 젊은 세대보다는 나이 든 세대에 초점을 맞춘 편성이 주를 이루게 되었다. 그 결과 TV 방송국들은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트로트 붐이 일었다. 작년부터 몰아친 트로트의 열풍은 미스터 트롯을 기점으로 그 기세가 더욱 무서워졌다.


타 장르의 음악에 비해 비교적 소외되었던 장르의 재발견이라는 측면에서 반기던 사람들도, 이제는 각 방송국에서 쏟아내는 압도적인 물량에 당황하고 있다. 조금 과장해서 요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든 방송이 트로트로 채워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같은 음악 장르의 한정된 가수들이 모든 지상파 프로그램에 걸쳐 이렇게 광범위하게 소비되었던 전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 가요대상을 휩쓸었던 슈퍼스타들도 이렇게나 바쁘게 불려 다니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이 현상은 이전의 관찰 예능, 먹방 또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무한 자가 복제를 하던 상황과는 조금 다르다.


당시에는 프로그램의 포맷 즉 하드웨어를 복제했다면, 지금은 소프트웨어를 기존 하드웨어에 복사해서 넣고 있는 느낌이다. 그렇다 보니 단기적으로는 강한 인상을 남기지만, 그에 반해 시청 피로도는 증가한다. 물론 이것은 방송국 측의 선택과 집중의 고민에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패턴이 반복된다면 돌아선 2049 세대는 더욱 멀어지게 될 것이다.


기업에게 있어 효율은 중요하다. 다만 현재 미디어 시장에서의 경쟁력으로 본다면 그것이 첫 번째 잣대가 될 수 없다. 안전함을 추구하는 소극적 행보는 현시대의 흐름 속에 자발적 격리를 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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