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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맹탕’ 주택정책과 ‘어쩌다 천민’

 

요즘 흔히들 차를 탔을때의 안락한 승차감보다 내릴때 주위의 부러움섞인 시선에서 뿌듯함을 느끼는 하차감을 더 중시하는 시대라고 한다.


‘차보다 집’이 ‘인생 1순위’였던 기성세대들 입장에선 이들의 비현실적이고 실속없는 경제행태가 그야말로 치기어린 시행착오 혹은 무모함으로 치부되겠지만 하차감 못지않게 ‘신분상승의 발로(發露)’로 집에 집착하는 요즘 기성세대들 역시 ‘속물’(?)이라는 비판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듯하다.


빈부격차가 극심해지면서 경제적 수준에 따라 사람을 차별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예전의 ‘집없는 설움’보다 오늘날 강남아파트에 살지못하는 무능함과 비애감에 더 절망하면서 자조섞인 탄식을 쏟아내고 있는게 요즘 풍속도다. 삶의 공간인 집이 본연의 존재 이유를 벗어나 가장 효과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되고, 나아가 인생성공의 척도로까지 자리매김하는 등 ‘가치 왜곡’이 당연시되는 시대를 결코 제대로 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이런 와중에 최근 문재인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6·17 부동산대책을 놓고 세간에선 설왕설래와 일희일비가 계속 엇갈리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관리 방안’을 들여다보면 서울집값 상승에 따른 풍선효과를 차단하고자 사실상 수도권 일대 전지역을 부동산 거래 규제지역으로 확대하고, 규제지역내 전세대출과 처분·전입 의무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등의 초강력 대책들을 담고있다.


그동안 짧지않은 인생동안 숱한 부동산·주택정책을 겪어왔지만 아직도 부동산 투기 근절, 불로소득 원천 차단, 공평과세 및 평등사회 실현 등 허울좋은 미사여구들이 여전히 남발되는 것을 보노라면 기존의 부동산 및 주택정책들이 그야말로 ‘정치적 수사(修辭)’였고, 모두 허사(虛事)였음을 오히려 반증하는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울러 이번에도 역시 ‘태산동명 서일필’(泰山動鳴鼠一匹)이란 말처럼 계획과 약속은 거창했지만 결과는 여전히 맹탕일지 모른다는 강한 의문부호도 남는다.


예의 부동산 및 주택시장 정책 실패는 어쩌면 법제도의 미비나 잘못에서 기인한게아니라 정책대상에 대한 부정확한 접근이나 운영주체의 부적격성 등 원초적 결함과 태생적 한계를 지녔기때문일지 모른다는 의구심 또한 들기도 한다.


즉, 부동산 투기의 실체적 주범(?)과 이익실현의 구체적 단속 대상이 해당지역에 살고있는 속칭 고관대작이거나 정치인,아니면 이를 아우를수 있는 학계.금융계.언론계 등 흔히 사회지도층이라면 애시당초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란 무리일 수 밖에 없지않을까. 굳이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진부한 표현을 쓰지않더라도, 내눈을 스스로 찌르는 어리석은 공직자가 있을리 만무하고, 내가 마실 우물물에 독을 푸는 정신나간 정치인 혹은 지식인 또한 없을진대, 어찌그리도 수십년을 한결같이 칼과 방패의 자가당착적 모순게임을 계속 되풀이하고있는지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니 어쩌면 민주주의국가에서 헌법에 버젓이 보장된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규제정책을 입안하는것 자체가 뻔한 결말이 예고된 ‘제스처’(?)에 불과했고, 경제개혁정책 추진을 가진 자들의 손에 맡긴 것 또한 ‘넌센스’라는 생각을 솔직히 지울 수 없다. 어차피 흐지부지 일관성없는 부동산 정책과 법제도에 또다시 실망하느니 차라리 인간적으로 참다운 삶에 대한 성찰과 함께 ‘철학의 빈곤’을 설파하는 것이 오히려 더 현명한 대안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불현듯 스쳐지나간다.


이런 맥락에서 강남에 산다는 자부심 혹은 자존감을 위해 살인적(?) 은행 대출이자와 자녀들 고액과외비를 감내하면서 생활고에 허덕이는 ‘신분 세탁자’들의 이중적 작태는 그야말로 웃픈(?) 꼴불견의 극치라 아니할 수 없다.


삼시세끼 일용할 양식을 걱정하고 지친 육신을 누일데가 없어 하염없이 거리를 헤매이는 홈리스 못지않게, 내집 마련에 인생의 전부를 탕진하고 노년에 마음둘 곳 없어 하릴없이 방황하는 하우스푸어의 고단함이 과연 무엇이 크게 다를 바 있겠는가. 그럼에도 마음 한켠에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의 황족과 그 주변지역에 사는 귀족들, 그리고 나머지 지역들 사람들을 평민으로 규정짓는 시대착오적 서울공화국에서 ‘어쩌다 천민’ 신세가 된 나자신에게 분노와 화닥질이 치미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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