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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위기가 기회다

 

벚꽃이 활짝 피던 작년 4월, 서울대공원으로 꽃구경을 갔다. 벚나무를 ‘소리나무’라고 했던 철학자의 말이 생각나 벌들이 있는지 관찰했지만,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올해 코로나19로 일상이 멈춰있던 4월에 활짝 핀 벚꽃을 보다가 벌들의 모습을 관찰하게 되었다. 벌들이 수없이 날아와 날개 짓하며 윙윙 거리는 소리를 직접 들으니 왜 소리나무라고 하는지 알 수 있었고, 지금도 윙윙거리는 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흔히 위기가 기회라고 한다. 위기는 늘 존재하고, 누군가에게는 위기가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올해는 자기의 진로와 삶의 방향에 대해 성찰하며 미래를 준비하여 모두가 기회를 얻길 바란다. 50년의 삶을 살았다면, 엄마 뱃속에서부터 첫돌까지 1년을 제외한 49년은 후회하는 삶이라고 하니 순간순간 현재를 소중히  하여 후회 없는 삶을 살기를 희망한다.


1997년도 IMF사태 이후 우리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대량부도로 인해 실직된 가정의 아이들을 위한 개별프로그램이 필요함에도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맞는 맞춤형 교육을 준비하지 못하고, 열린교육에만 매몰되어 놓친 부분이 많았다. 내일의 주인공이 될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세심한 교육프로그램과  상담 등이 더 중요했으나 그런 교육사다리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올해는 IMF때의 상황보다 더 심각하다. 코로나19로 오랜 시간 아이들이 학교를 갈 수 없고, 사이버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교육격차와 학업결손이 생기지 않게 다양한 프로그램과 생활교육 등에 세심한 지도가 필요하고, 진정한 혁신교육으로 모든 학생들의 삶의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앙, 단팥인생이야기’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한센병 환자 요양시설에서 허락된 삶의 대부분을 보냈던 할머니는 어느 날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벚꽃향기에 끌려, 바람을 맞으며, 햇빛이 이끄는 대로 걷다가 수심에 가득 찬 표정으로 서 있는 빵가게 사장을 만나 처음으로 ‘사회’안에서 경제 활동을 해볼 수 있게 된다. 할머니가 만든 단팥으로 손님들이 많아졌으나 그녀의 손이 어떤 병을 앓은 손인지 알게 된 손님들에 의해 할머니는 일을 그만두게 된다. 


어떤 병에 걸리는 순간 ‘환자’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고, 완치판정이 될 때까지 이 수식어는 떼어낼 수가 없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되면, 실시간 모든 동선과 신상까지 공개되는 요즘, 추가적인 감염예방과 모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함이라는 애초의 취지가 무색하게 모든 것을 감내해야 한다. 본인의 두려움과 어려움, 그리고 당연히 자신을 지키고 싶은 미확진자들의 어설픈 견제와 비난까지도 감내하지만 어느 누구도 언제 똑같은 처지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학교 안과 밖 어디서든지 어떤 장애나 질병으로 인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훼손되어서는 곤란하고, 내가 아니면 된다는 생각마저 위험하다. 이 세상에 완전한 인간은 없기에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질병을 가진 그 누구는 남이 아닌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기 때문이다. 팥과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는 귀여운 할머니, 빨갛게 잘 익은 팥알 하나가 머금었을 그 모든 햇살과 물 그리고 바람을 상상하며 정성스레 단팥빵에 들어갈 팥을 만드는 그 정성은 모두가 똑같은 한 인간임을 영화는 깨닫게 해준다.


위기가 기회다. 교육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 보고, 진정으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원점에서부터 살펴볼 때이다. AI와 구별되는 인간의 특징은 질문을 하고, 희망을 가진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아픈 사람은 후천적 질병에 걸린 사람들이기에 어려움에 처한 사람일수록 더 배려해야 한다.


어려울수록 늘 질문하고 희망을 노래하며 우리 모두 존엄한 인간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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