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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眞誠愛칼럼]어미 돌고래의 모정

 

얼마 전 우리의 시야를 뜨겁게 붙잡은 보도가 있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2020년 6월 11일 제주도 남방큰돌고래 조사에서 죽은 새끼를 등에 업고 다니는 어미 돌고래의 행동을 촬영했다며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이 과학원 고래연구센터는 제주시 구좌읍 연안에서 어미 돌고래가 이미 죽은 새끼 돌고래를 수면 위로 올리려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포착했다. 태어난 직후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새끼 돌고래의 사체는 꼬리지느러미와 꼬리자루를 제외하고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패한 상태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과학원 김현우 박사의 얘기다. 죽은 새끼의 크기나 상태를 고려할 때 어미 돌고래가 2주 이상 이런 반복적인 행동을 보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라. 자신의 몸에서 새끼의 사체가 떨어지면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 새끼를 주둥이 위에 얹거나 등에 업고 유영하기를 반복하는 어미 돌고래의 모습을.


그런데 이러한 가슴 뭉클한 이야기에 아프게도 지방의 한 도시에서 일어난 9세 아이를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끔찍한 사건이 오버랩 된다. 여행 가방에 갇힌 A군은 계모를 향해 “숨쉬기 힘들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갇혀있는 여행용 가방에 올라가 수차례 뛰기도 하고 가방에 헤어드라이어 바람을 넣기도 했다는 것이다. 어미 돌고래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사람보다 낫다는 얘기를 하며 안타까워했을 것이다. 


모성애(mother’s instinctive love)가 때로는 자연의 법칙을 뛰어넘기도 하는 경우를 우리는 목도하기도 한다. 그런 기적 같은 일이 아르헨티나에서 일어났다. 코르도바주(州)에 사는 세 자녀의 엄마 마리아 페레이라(42)씨는 ‘묻지 마 폭행’을 당했다. 오토바이에서 내리는데 20대 남자가 다가오더니 아무 이유 없이 무자비한 폭행을 가했다. 쓰러지면서 머리를 바닥에 부딪쳤고 이내 의식을 잃었다. 행인들의 도움으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남편 마르틴 델가도씨는 아내가 뇌사 상태의 위험에 처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그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아내가 열일곱, 열셋, 두 살배기 세 아이를 두고 그리 쉽게 이 세상을 떠나지 않으리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아이들에게 그제서야 처음으로 병상의 엄마 모습을 보여줬다. 생명유지 장치를 달고 있는 모습에 아이들이 혹 충격을 받지 않을까 망설였다. 첫째와 둘째는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고 두 살배기는 영문도 모른 채 따라 울었다. 배고프다고 칭얼대면서 엄마 가슴을 파고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못하던 엄마가 한 달간의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눈도 뜨지 못한 상태에서 환자복을 잡아 내리더니 칭얼대는 막내딸에게 모유를 먹이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마법과 같은 순간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온 가족이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위대한 것인가. 어머니의 모습은 참으로 숭고하고 아름답다. 세계의 역사를 이끌어온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 박시교 시인의 작품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리운 이름 하나/ 가슴에 묻고 산다/ 지워도 돋는 풀꽃/ 아련한 향기 같은 그 이름/ 눈물을 훔치면서 되뇌인다/ 어머니” (박시교의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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