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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문 단상]코로나19 시대의 아버지

 

코로나19 시대 아버지들의 아픈 사연이 속속 들려 온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고령의 아버지가 객지에서 방문한 아들의 손을 잡으며 반갑게 맞이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숨졌다는 참 어이없고 슬픈 소식이다. 돌아온 아들을 환대하기 위해 마련한 가족 모임에서 아들과 접촉한 부모 등 일가족 16명이 한꺼번에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지난 겨울 어느 날 밤 11시, 부산 엄궁동 강변도로서 구포 방면으로 달리던 승용차가 길가 전신주를 들이받고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가족의 생계 때문에 밤낮으로 일하던 한 50대 가장이 심야에 배달 일을 하러 가기 위해 차를 몰다 전봇대를 들이받고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경찰은 A씨가 피곤한 상태에서 운전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했다. 두 아이의 아버지였던 A씨는 학원을 운영했지만, 생계가 어려워지자 1년 가까이 부산 사상에 있는 한 농산물 시장에서 배달 일을 하고 있었다. 사고가 일어난 이날도 밤에 농산물시장에 배달 일을 하기 위해 가던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및 자영업자 903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투잡 백서’를 주제로 설문조사 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7명꼴로 부업을 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잡(Two-Job)으로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고 밝힌 한 가장은 “종종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낮에는 직장 생활을 하기 때문에 대리운전은 생활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퇴근 후 밤 시간에 일하게 되는데 정말 피곤하다”고 토로했다. 그 역시 투잡을 하는 이유에 대해 “가족생활비 마련 목적이고 자녀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적기에 해결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걱정은 더 할 수 밖에 없다. 투잡을 뛰는 B씨는 “아무래도 저의 건강을 걱정하는 가족들이 제일 눈에 밟힌다”면서 “딸들이 ‘아빠 힘내’라고 말해주는데, 그 말을 들으면 피로감이 싹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버지들의 투잡은 건강을 악화할 수 있는 각종 요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을 가장 해치는 것은 수면 부족과 과도한 노동량이다. 이런 경우 보통 잠을 자도 졸음이 가시지 않고, 피로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생활비 마련 목적 등으로 투잡을 뛰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가족의 걱정은 결국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어두운 단면이기도 하다,


이렇게 아버지들의 위상과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다시금 떠오르는 이야기 하나를 소개한다. 보육원에서 자란 남매가 장성해 아버지를 만나지만 화상으로 일그러진 모습에 질색하고 다시는 찾지 않았다. 몇 년 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남매는 마지못해 장례식에 참석했다. 남매는 장례식장에서 화장하지 말아달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전해 들었지만 듣지 않았다. 남매는 화장한 다음 아버지가 생전에 사용하시던 물건들을 태우다가 우연히 발견한 일기장에 아버지가 화재 때 남매를 구출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집에 불이 났을 때 아버지는 소방대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불속으로 뛰어들어 어린 남매를 구하고 아이들의 엄마를 잃고 말았다는 내용도 기록되어 있었다. 또한 그가 아이들에게 남긴 편지에는 “보고 싶은 내 아이들아, 미안하구나. 한 가지 부탁이 있다. 내가 죽거든 절대 화장은 하지 말아다오. 난 불이 싫단다. 불에 타는 무서운 꿈에 시달리며 30년을 넘게 살았구나”라고 쓰여 있었다. 남매는 후회하며 통곡했지만 아버지는 이미 한 줌의 재가 된 뒤였다.


세상의 온갖 시련 가운에서도 많은 아버지들이 가족의 지키고 자녀들을 건강하게 양육하기 위해 자신의 몸과 시간을 내어주는 희생의 삶을 살고 있음을 본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살아있는 교과서’다. 아버지는 그 직업이 무엇이건 한결 같이 가족의 안전과 건사(乾飼)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랑의 존재다.


지금 코로나19의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당신의 안락을 포기하는 이 시대 아버지들을 응원하며 아버지이자 남편을 응원하는 따뜻한 응원과 사랑의 편지가 많이 전해지는 계절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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