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1 (토)

  • 구름조금동두천 11.7℃
  • 구름많음강릉 18.5℃
  • 맑음서울 15.9℃
  • 구름조금대전 14.8℃
  • 맑음대구 16.7℃
  • 구름조금울산 17.8℃
  • 맑음광주 16.6℃
  • 구름조금부산 17.0℃
  • 맑음고창 15.1℃
  • 맑음제주 16.0℃
  • 맑음강화 14.9℃
  • 구름조금보은 12.4℃
  • 구름조금금산 12.6℃
  • 맑음강진군 13.8℃
  • 구름조금경주시 13.9℃
  • 구름조금거제 15.0℃
기상청 제공

[문재익의 생활속 지혜]나이 들어감

 

 

우리는 보통 삶의 단계를 구별할 때 유년기(0~20세) 성년기(20~60세) 노년기(60세 이상)으로 생각해 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생의 단계 기준을 간단하게 보더라도 노년기는 인생에서 가장 긴 구간이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백세시대에는 노년기도 이제는 젊은 노인(60대) 노인(70대) 고령노인(80대) 초 고령노인(90대 이상)으로 세분화해야 한다.


이제는 백세시대라는 현실을 감안할 때 길어진 노년기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문제를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 이는 결코 장년의 문제만이 아닌 중년의 문제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중?장년들은 백세시대의 사전 설계와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톨스토이는 “나이가 어리고 생각이 짧을수록 물질적이고 육체적인 삶이 최고라고 여기는 법이며, 나이가 들고 지혜가 자랄수록 정신적인 삶을 최고로 여기는 법이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나이 들어 보인다. 늙어 보인다’가 욕이고 ‘어려 보인다. 젊어 보인다’가 칭찬의 말이다. 왜 우리는 ‘나이 들어 보인다. 늙어 보인다’는 말에 불쾌할까? 젊음이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에서 ‘나이 들어 보인다’라든가 ‘늙어 보인다’는 말은 그만큼 가치가 없거나, 가치가 떨어졌다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젊고 아름다운 것’을 최고의 가치로 치는 것은 어찌 보면 우리 사회가 젊음과 아름다움을 돈으로 환산하는 사회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보다 젊고 외적으로 더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강박적으로 ‘나이 들어감, 늙어 감’은 재난(?)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거나 늙어간다’는 것은 엄연한 자연의 이치이자 섭리인 누구에게나 닥치는 일이다.  


그렇다면 지혜롭게 나이 들기 위한 지적여정은 무엇들이 있는가? 첫째, 삶이라는 모험의 동반자인 친구와의 우정은 누구와 어떻게 나눌 것인가? 둘째, 주름살이 매력적일 수는 없다. 자신의 몸을 돌본다는 것, 나이 들어가는 몸을 어떻게 대하고 가꿀 것인가? 셋째, 지난날을 돌아보며 과거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후회대신 어떻게 만족한 삶을 살 것인가? 넷째, 통제권을 상실할 준비와 유산분배와 상속, 그리고 돌봄 비용을 어떻게 마련하고 지불할 것인가? 다섯째, 강제 은퇴는 반대하더라도 자발적 은퇴 시기는 언제로 할 것인가? 여섯째, 장년, 노년이 되어도 사랑은 어떻게 나눌 것인가? 여섯째, 인간의 역량이라는 관점에서 본 불평등과 빈곤은 어떻게 대처하고 해결해야 할 것인가? 일곱째, 나눔의 역설과 나름의 해결책으로 무엇을 남길 것인가? 여덟째, 중병이 들었을 때 어느 선까지 의료도움과 기계적 도움을 받을 것인가? 아홉째 나잇대 별로 신변정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떻게 의연한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등이다.


‘젊은이는 늙고, 늙은이는 죽는다’는 말이 있다. 젊을 때는 잊고 있지만 사람은 모두 다 늙으며, 언젠가는 늙음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가 오는 것이다. 프랭클린은 “20세에 소중한 것은 의지, 30세에는 기지, 40세는 판단이다”고 말했고 쇼펜하우어는 “인생 처음 40년은 본문이고, 나머지는 주석이다”고 말했으며 오슬러는 “스물다섯까지 배우고 마흔까지 연구하고 예순까지 성취하라”고 했다.
그렇다면 칠십부터는 어떤 삶을 살아야할지 나름대로의 설계와 준비의 지혜가 필요하다. 나이 들어가는 법을 알고 준비하는 것은 ‘지혜의 걸작’이며 ‘위대한 삶의 예술’ 중 가장 어려운 장(章)에 속한다.
여기서 루소의 명언 하나를 더 인용하고자 한다. “가장 장수한 사람이란 가장 많은 세월을 살아온 사람이 아닌 가장 뜻 깊은 인생을 체험한 사람인 것이다.”


끝으로 한권의 책을 추천하고자 한다. 철학자이자 수필가이신 김형석교수(1920년생으로 현재 100세)의 ‘백년을 살아보니’를 읽을 것을 권한다. 전대미문의 백세시대를 맞아 우리는 설레고 기쁘기보다는 불안하고 허둥대기 바쁘다. 남은 인생을 어떤 인생관과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이 행복인가? ‘겪어봐야 깨닫는다’고 한다.
먼저 백세인생을 사신 분의 경험과 지혜를 빌려 앞으로 자신의 삶이 조금도 명확해 지고 향기로워 지도록 주도면밀하게 사전 준비해 두고, 그러고 나서 맞이해야 하는 것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