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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백] 우장춘 박사 묘소, 국립농업박물관 연계해 현장학습 코스로

  • 김용대
  • 등록 2020.07.24 06:15:10
  • 인천 1면

 

수원시의 전 농촌진흥청부지에 국립농업박물관이 건설 중이다. 건물과 접한 작은 산에는 산림자원과 철새의 산란지를 보호하기 위해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다. 자물쇠가 잠겨있어서 관계자 외에는 들어갈 수 없다. 이곳에는 우리나라에 큰 공헌을 한 육종학자 우장춘 박사의 묘가 숲속에 외롭게 있다.

 

현재 우리나라 곡류 자족률은 40%도 안 되어 수입으로 대처한다. 최근 농촌진흥청과 농림 식품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양파는 80%가 일본산 종자로 이중 만생종 양파는 90%가 일본 종자라 했다. 마늘은 80%가 중국과 스페인산 종자다. 고구마는 연간 국내에서 생산되는 40t 중 95%가 일본산 종자다. 파프리카와 단호박도 네덜란드와 일본에서 종자를 들여온다. 모두 권리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장춘 박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우장춘은 우범선과 일본인 사카이 사이에서 1898년 4월 9일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성장하여 동경제국대 농학부를 졸업하고 일본 농림성 농사시험장에서 근무했다.

 

일본 여인 고하루와 결혼하여 2남 4녀를 두었다. 꾸준한 연구로 유채와 배추과 작물의 게놈(Genome)을 분석하고, 세계 최초로 자연종을 합성하여 새로운 종을 만들어내는 종의 합성설로 1936년 도쿄제국대학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우장춘은 박사 논문으로 일본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전육종학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광복이 되자‘우장춘 박사 한국추진위원회’를 결성하여 세계적인 육종학자를 모시기로 했다. 우장춘 박사의 아버지 우범선은 국군기무처 의원으로 일본군 수비대와 함께 궁궐에 침입하여 명성황후를 시해한 사건에 가담하였다가 일본으로 망명한 후 고영근과 노원명에 의해 시해된 사람이다.

 

친일파라 점에서 찬반이 있었지만, 곡류가 부족하여 혼란한 시기여서 적임자이기에 모시기로 한 것이다. 우장춘 박사는 아버지의 씻지 못할 허물로 하여 괴로워하다가 아버지의 죄를 사죄하는 의미로 반은 어머니의 나라에서 살고, 반은 아버지의 나라에서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1950년 가족을 두고 홀로 귀국했다.

 

우장춘 박사는 1952년 농업재건 임시위원회 위원에 이어 이듬해 임시농업지도 요원 양성소 부소장을 했다. 같은 해에 중앙원예기술원 원장을 역임하고, 다음 해에는 학술원 회원이 되었다. 그 후 부산 동래에 있는 한국농업과학연구소 소장을 맡았다.

 

우장춘 박사의 권장으로 제주도는 우리나라 최고의 감귤 생산지가 되었다. 9년 5개월간 최선을 다해 채소 종자 자급과 6·25 전쟁 이후의 식량난 해결에 전력을 다했다. 맛 좋고 병에 강한 배추와 무 품종을 만드는 데도 성공하여 일본에 의존하던 배추와 무 종자를 국내 육종을 통하여 완전히 자급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식량난을 해결하고자 바이러스에 취약한 강원도 감자를 개량한 무균 씨감자도 생산하여 보급했다. 이 외 벼 품종 개량을 비롯하여 유전육종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업적을 남겼다. 원예작물 우량 종자 생산의 체계화는 일본에서 수입하던 많은 원예작물 종자를 자급하여 엄청난 외화를 절약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한 것이다. 그리고 1959년 8월 10일 61세로 타계했다.

 

현재 부산시에 있는 우장춘 박사 기념관은 초등학생의 체험학습 코스로 유명하다. 그곳에는 우장춘 박사의 약력과 일본 체류 시절, 한국 과학연구소 시절, 동래 농업시험장 근무 시절의 활동상 등이 담긴 14점의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친필논문 원고와 연구 노트 등 38종 50여 점의 유품도 전시되었다. 우리 고장 수원 시내에는 그분의 묘소가 있건만, 매년 8월 10일 제자들과 전국의 원예인이 모여 추모 행사만 할 뿐, 그 외는 관심이 없다.

 

철새는 봄철에 그곳에서 새끼를 치기에, 이 시기를 피해 탐방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 국립농업박물관이 계관되면 연계하여 많은 학생이 우장춘 박사 묘소를 찾아 업적을 기리고, 곡류와 채소의 자급자족을 하기 위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교육장으로 활용할 수 있기에 훌륭한 현장학습 코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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