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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노랑색 도시락

 

초등학교 4학년부터 도시락을 가지고 학교에 갔다. 1969년에 국민학교 5학년, 지금의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가져간 도시락을 먹을 때 모든 학생들이 뚜껑을 열자마자 반찬을 가렸다.

시 시골에서는 그릇이 풍족하지 않았고 도시락도 요즘처럼 플라스틱이 보급되지 않아서 스테인레스 도시락이 나오기 이전까지 ‘누렁이 도시락’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엄마나 가족이 도시락을 준비해 줬지만, 더러는 초등학생이 반찬을 담아왔다. 그래서 기대감은 없었다. 오늘 반찬이 무엇인지 잘 안다.

 

이같은 모습은 요즘 아이들이 아파트 키 번호를 열 때 손으로 가리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CCTV에 번호가 보인다 해서 가리고 누군가가 숨어서 비밀번호를 볼까봐서 그리 한단다. 

 

세월이 흘러 학생들의 도시락에 소시지와 햄과 계란이 등장했다. 계란물에 담가서 익힌 소시지는 최고의 반찬이고 도시락밥 한가운데를 채운 계란도 부의 상징이었다. 그래서인가 이쯤에서부터 아이들은 도시락 반찬을 가리지 않았다. 부잣집 아들딸들은 자랑이라도 하듯 오픈으로 도시락을 먹었다.

 

학교급식이 실시되면서 부모님들의 도시락 걱정을 덜었다. 하지만 저녁은 달랐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정부와 지자체에서 저녁을 급식하는 경우에 집 근처의 식당에서 눈칫밥을 먹나보다. 카드를 들고 저녁을 먹으러 오는 아이들을 식당에서 홀대하는 사례가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모든 식당이 그렇게 하지는 않겠지만 한 번이라도 그런 차별을 하였다면 앞으로는 학생에게 따스하고 온화한 표정으로 우선해서 식사를 제공하겠다고 다짐해 주시기 바란다.

 

아이는 초등학교 선생님의 한 말씀으로 인생의 항로를 정하고 힘든 유년의 고통을 견딘다. 이 세상의 어른들이 한번 따스한 손을 내밀면 이 아이는 평생을 남을 위해 봉사하는 모든 이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 될 것이다.

 

초등학교 5, 6학년때 야학을 가르쳐주신 황인각 선생님을 평생 잊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당시의 시골 학생들에게 바른길을 안내해 준 인생의 응원자 중 한 분이다. 어린 아이에게 희망을 주자. 도시락 딸랑거리던 시절을 초심삼아 남의 집 아이들도 잘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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