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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경영] 장수기업

 

얼마 전 자영업자가 하루 평균 609명꼴로 폐업자 신세로 전락하며, 가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다. 창업에 나설 때는 누구나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하지만 현실의 경쟁은 얼마나 치열하고 냉혹한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물며 수많은 임직원이 함께 운영하는 거대 기업은 오래 살아남기가 더욱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재벌닷컴이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국내 2만2637개 기업을 대상으로 생존주기를 파악한 결과, 평균 17.6년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한상공회의소가 집계한 국내 1000대 기업의 평균수명은 28.8년으로 조사되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일본 3만 3079개, 미국 1만 2780개, 독일 1만 73개, 네덜란드에는 3357개사가 창업 후 100년 이상 생존해 있다. 장수기업 범위를 ‘200년 이상’으로 좁혀보면, 일본 3937개, 독일 1563개, 프랑스 331개, 영국 315개, 네덜란드 292개 등이다. 중국도 200년 업력을 지닌 기업이 9개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은 어디일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1위 기업은 두산이다. 1896년 서울 종로에서 면직물을 판매하는 ‘박승직 상점’으로 시작해 125년 동안 맥을 잇고 있다. 박승직 씨는 두산그룹 창립자로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60세)의 할아버지다. 1915년에는 한국 최초 화장품인 ‘박가분’을 만들어 팔아 큰 인기를 모았다. 1925년에 주식회사 형태로 바꿔 회계처리를 근대화했으며, 1945년 태평양 전쟁 여파로 문을 닫았지만 창업주의 장남 박두병이 1951년에 ‘두산상회’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다시 세웠다. 1953년에 ‘두산산업’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2위는 124년 된 신한은행이다. 1897년 한국 최초의 민간은행인 한성은행이 1943년 동일은행과 합병하면서 조흥은행이 됐다. 조흥은행은 1982년에 창립한 신한은행과 2006년 합병하면서 신한은행으로 명칭이 통합되었다.

 

3위는 우리나라 최초 제조업체 ‘동화약품’이다. 궁중 선전관이었던 노천(老川) 민병호 선생은 누구나 쉽게 상용할 수 있는 양약의 필요성을 느끼고 궁중비방에 서양의학을 혼합해 우리나라 최초의 양악인 ‘활명수’를 만들어냈다. 동화약품의 ‘부채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등록상표이다. 민병호 선생의 아들인 은포 민강 선생은 서울 순화동 5번지에 1897년 9월25일 ‘동화약방’을 설립하고 활명수의 제조·판매를 시작했다.

 

4위는 우리은행이다. 1899년 고종황제 지원 아래 개설한 ‘대한천일은행’이 전신이다. 1911년 조선상업은행, 1950년 한국상업은행으로 상호 변경 후 1981년 국내 최초 민영은행이 됐다. 2001년 예금보험공사가 설립한 우리금융지주에 편입돼 이듬해 우리은행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5위는 몽고간장으로 유명한 경남 창원 소재 기업 ‘몽고식품’이다. 1905년에 일본인 야마다 노부스케가 마산시 자산동에 세운 산전장유공장이 몽고식품의 전신이다. 식료품가게 점원이던 김홍구는 가게에 간장을 대주던 산전장유의 사장에게 스카우트돼 들어가 신임을 받으며 일하다가 공장 지배인이 됐다. 1945년 해방이 되자 일제강점기 일본인에 의한 축적 재산 적산(敵産)으로 분류된 산전장유를 친구와 함께 매입했다. 1945년 12월에 몽고장유 양조장으로 회사명을 변경하고 사장이 됐다.

 

6위는 서울 동대문 광장시장 상가 임대업체인 ‘광장’이다. 1911년 ‘광장주식회사’로 출범했다. 회사가 청계천 ‘광교’와 ‘장교’ 사이에 있어 다리 이름 앞글자를 따 사명을 지었다고 한다. 이후 ‘널리 모아 간직한다.’는 의미의 광장(廣藏)으로 한자가 바뀌었다.

 

그 외에 인쇄업체 보진재(1912), 합판, 마루 등 목재 제조 전문업체 성창기업지주(1916), 모터사이클 제조업체 KR모터스(1917), 섬유업체인 경방(1919) 등이 오래된 기업 상위 10곳에 포함된다. 1920년에 창간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올해 100주년을 맞이하였다.

 

장수기업은 모든 기업인의 꿈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tandard & Poor’s)’는 기업의 평균 수명이 15년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만큼 장수 기업이 가지는 의미는 상징적이며, 그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장수 기업들의 공통적인 비결은 다양한 경영활동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뢰와 명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초심을 잊지 말고, 앞으로도 100년 이상 장수하는 곳이 많아지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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