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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두의 시선]울산단편영화제, 홍종오 감독

  • 박병두
  • 등록 2020.08.10 06:55:41
  • 인천 1면


제3회 울산단편영화제가 물 폭탄을 뚫고 3일간의 여정을 마쳤다. 비는 개막식과 폐막식까지 이어졌지만 지상학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을 비롯한 조동관 지역소위원회 위원장과 한국영화계를 이끌고 있는 지회, 지부장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끝까지 지켜주었다.

 

울산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홍종오 감독은 문화적 자부심과 영화가 삶의 가치를 생산화 내는 의미를 누구보다 깊이 인식해 왔고, 영화인문학적인 이해와 리더십으로 고민을 했던 영화감독이다. 감독의 성품과 나눔의 미학으로 관객과 호흡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무엇보다 영화제를 지원하는 송철호 울산시장과 박병석 시의장을 비롯한 울산지역문화예술인들이 결속해 지원하는 모습들이 역력했다.

 

예술과 문화는 정치와는 다르다. 성공적인 울산영화제의 기품은 또 다른 숙제로 남겨져있어서 이번 단편영화제가 성과로 될 수는 없지만 집행위원들의 투혼과 열정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예술은 가난과 고독을 견뎌야만 하는 매우 어려운 길이지만 우리사회의 지식과 감성을 형성하고 이끌어가는 중추적인 사람들이다. 오늘날 영화는 정치적인 사회현상과 담론에 자발적인 동심력을 잃어가고 여기에 통합되어가고 있는 형상도 자유롭지는 못해, 영화도 점차적으로 도구화 되어가고, 관객의 기대도 멀어지는 상황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처럼 “진정한 발견은 새로운 땅을 찾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봉준호 감독 작품 기생충 선전으로 한국영화계의 신바람이 가속화 되는 시점은 코로나로 인해 불가결한 시간이지만 영화인들의 어제와 오늘의 현장과 익숙한 정서에서 벗어나 나눔과 배려를 진솔하게 주문한다면 과언일까? 훈훈한 뒤풀이 자리에 빗물에 흠뻑 젖은채 뒤늦게 달려온 홍종오 감독을 보고,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동료영화인들은 숙소로 이동하였고, 홍감독에게 마음에 담은 술잔을 권하고 헤어졌다.

 

단체를 이끌고, 기획하는 과정은 시스템작동이 관건이다. 문화예술의 시스템은 행정력을 떠나 리더의 희생은 물론, 신념과 의지로 능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홍감독의 선한의지와 순수한 눈으로 겸손의 미덕이 어느 때보다 아름답게 다가왔다. 해남 백련재 문학의집에서 시나리오작업 중에 초청을 받고 영화제로 고군분투할 홍감독에게 작으나마 위로와 힘을 보태려 역지사지(易地思之)마음으로 참석했다. 사람과 사람, 영화와 사람이란 주제의식을 갖는 시간, 새삼 숙연하게 다가왔다. 공모 작품 865편중 본선에 진출한 36편과 이중 21편의 경쟁 작품들을 스크린을 통해 만나는 기대는 폭우로 인한 아쉬움을 남겼다. 사람들과 자막을 의식하지 않고, 모처럼 공기처럼 호흡하며 영화에만 몰입한다는 생각이었지만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김종구 배우도 만났다.

 

홍감독처럼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을 타인을 위해 나누겠다는 마음과 지역 영화발전 방안에 대한 토론도 인상 깊었다. 홍감독을 보면서 문득 영화 ‘밤셀’에서 나오는 글이 떠오른다. 영화는 테레사 수녀의 글을 헤디의 육성으로 들려주며 막을 내리는 교훈적인 암시로 일상적의 나의 삶에도 각인되었다.

 

“가장 위대한 사람들의 가장 훌륭한 생각이 가장 하찮은 마음을 품은 소인배들 때문에 무너질 수 있다. 그래도 크게 생각하라. 당신의 최고를 세상에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 좋은 일을 하다 보면 이기적인 다른 동기가 있다고 비난 받을 수도 있다. 그래도 좋은 일을 하라”(Do good anyway).

 

문화예술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의 소리를 가까이서 자주 듣는다. 정치는 협치와 소통이 멀어지고 제동장치와 안전장치가 완전히 무너지는 것을 보고 많은 국민들이 불어나는 세금에 한숨이 거칠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통을 겪고 있으면서도 자연과 미생물의 두려움에 대한 대책도 없이 목전에 놓인 경제 논란으로 귀가 아프다. 혼탁한 이 시대에 예술인들이 한 줄기 산소와 같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예술인들이 없다면 삶은 더 황폐화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밀착되게 일어난다.

 

홍종오 감독의 기대와 함께 울산국제영화제의 결실로 이어져 한걸음 더 한국영화산업발전이 되고 영화인들이 더 좋은 영화를 위해서 내가 잘살고, 그것으로 어려운 많은 사람들과 치열한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따스한 위로가 되는 좋은 영화들을 스크린에서 만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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