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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익의 생활속 지혜] 인연(因緣)

 

인연이란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나 어떤 사물과 관계되는 연줄을 의미하고, 일의 내력 또는 이유를 말할 때 쓰이며, 그리고 원인이 되는 결과의 과정이다.

 

춘원 이광수는 인연을 “생명을 가진 것 치고 안전한 것은 없다. 인연이 닿는 시각을 피할 도리는 없으며, 그것을 피하는 첫길은 아예 인연을 맺지 않는 것이 첫째 길이요, 이왕 맺은 인연이거든 앙탈 없이 순순히 받는 것이 둘째 길이다”고 말했으며, 혜민스님은 “사람과의 인연은 본인이 좋아서 노력하는 데도 자꾸 힘들다고 느껴지면 인연이 아닌 경우이며, 될 인연은 그렇게 힘들게 몸부림치지 않아도 이루어지므로 너무나 힘들게 하는 인연은 그냥 놓아 주어라”고 말한다.

 

사자성어 거자불추(去者不追)와 내자불거(來者不拒)는 ‘가는 사람 붙잡지 말고 오는 사람 뿌리치지 말라’는 말이다. 법정스님은 인연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지만 인간적인 필요에서 접촉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주위에 몇몇 사람들에 불과하고, 그들만이라도 진실한 인연을 맺어 놓으면 좋은 삶을 마련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 우리가 인연을 맺을 때 필요한 3가지 불가결한 요소는 진실, 인간미, 그리고 노력이다. 그중에서 ‘진실’이 으뜸이다. 법정스님은 덧붙여 “진실은, 진실 된 사람에게만 투자해야 좋은 결실을 맺는다. 우리는 인연을 맺음으로써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피해도 많이 당하는데 대부분의 피해는 진실 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 부은 대가로 받는 벌이다”고 끝을 맺었다.

 

좋은 인연이란 ‘시작이 좋은 인연’이 아닌 ‘끝이 좋은 인연’이다. 사실 시작은 나와 상관없이 시작되었어도 어떻게 마무리하는가가 중요한데, 그것도 상대의 도(道)를 넘는 무자비함에는 내 노력은 물거품이 되어 상흔만 남고 악연으로 끝이 나게 된다.

 

본디 인연이란 각자의 삶에서 각자에게 가장 필요할 때 나타나는 법이다. 기회는 자주오지 않고 그 기회를 인연으로 만들고, 그 인연을 행운으로 바꾸는 것은 나 자신이다. 상대의 부족한 부분을 보고 그 사람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하고 사랑해야 한다. 특히 친구사이, 연인사이가 그렇다.

 

피천득의 수필집 ‘인연’의 글, “얼마나 고운 인연이기에 우리는 만났을까요? 많은 눈물짜내어도 뗄 수 없는 그대와 나, 인연인 것을 내 숨결의 주인인 당신을 바라봅니다. 내 영혼의 고향인 당신을 향해갑니다”처럼 소중한 인연, 변함없는 마음을 지니며, 성경에서도 “네가 대접 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처럼 인연을 악연으로 만들지, 혹은 악연을 다시 인연으로 만들어 갈지는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우리네 인생에서 인연 중 하늘이 맺어준다는 가족, 부모와 자식, 그리고 형제자매는 필연이다. 그러나 그 필연도 어쩌다 깨지고 서로 상처내고 아픔으로 끝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인연 줄만은 지키려고 노력하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부부의 인연은 어떠한가? 그 줄이야 말로 동아줄인 것이다.

 

전생에 원수끼리 만나는 것이 부부라고 했던가? 황혼이혼이 급증하고 있는 오늘날의 세태에 부부가 끝까지 함께 한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한 가정을 지키며 자식들 잘 키워 여우고 젊은 시절 사랑하는 마음 변함없이 백년해로 하는 것이야 말로 세상 그 어느 것보다도 고귀하고 성공한 삶이다. 백발이 성성하고 주름진 얼굴에 띤 미소와, 주름진 야윈 손을 서로 정답게 잡고 해변을 걷는 노부부의 모습에서 수많은 인연들 중 진정한 ‘아름다운 인연’을 보게 되는 것이다.

 

어리석은 자는 귀인을 몰라보고, 보통 사람은 귀인일 줄 알면서도 놓치지만, 현명한 사람은 귀인과의 인연을 어떻게든 살려낸다. 인연은 일생에서 단 한번뿐이다.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 법. 인연도, 운명도, 그리고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노력과 용기들이 갖추어져 있을 때 오랫동안 인연을 만들어 갈 수 있으며, 설령 우연히 만난 인연이라도 그것이 마음에 와 닿고 서로 깊은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면 상대를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생활의 지혜, 인연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먼저 나를 챙겨야한다. 관계는 내가 대해준 만큼 돌아오는 법이다. “인연이란, 인내를 갖고 공(功)과 시간을 들여야 비로소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한포기 난초이다.” 헤르만 헤세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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