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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익의생활속지혜] 정(情)

 

정(情)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본성 중 하나로 오랫동안 지내오면서 생기는 사랑하는 마음이나 친근한 마음,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으로, 심리학에서는 마음을 이루는 두 가지 중 이지적(理智的)인 요소에 대비되는 감동적인 요소를 말하며, 불가에서는 혼탁한 망념(妄念)으로 본다. 맹자는 ‘성(性)은 마음의 이치요, 정(情)은 마음의 쓰임이다’라고 말했는데 ‘잔잔한 마음에 무언가 움직임이 시작되면 그것이 곧 정’이라는 말이다.

 

미국에 ‘사랑’이 있다면 ‘정’은 한국적인 정서로, 친밀한 사람들 사이의 따뜻한 감정을 의미한다. 끈끈한 정이란 아껴주고, 함께 있으면 편하고, 오랜만에 만나면 반갑고, 잘못을 이해해주고, 흉허물 없이 굴 수 있는 마음이다. 어느 광고 카피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처럼 그런 마음이기도하다. 사자성어 한정담원(閑情淡遠)은 ‘큰 정은 영원하고 담백하다’는 말이다.

 

인간의 정이란, 주고받음을 떠나서 사귐의 오램이나 짧음에 상관없이 서로 만나 함께 호흡하다 정이 들면서 더불어 고락도 나누고 기다리고, 또한 반기기도 한다.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또한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그렇게 소담하게 살다가 미련이 남더라도 때가되면 보내는 것이 정인 것이다. 어찌 보면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 내는 것’과도 같다.

 

사랑을 애정(愛情)이라고도 하는데, 애(愛)의 상황과 정(情)의 상황이 복합적으로 융화된 감정이 가장 바람직한 상태의 사랑인 것이다. 같은 마음이더라도 애는 동적이고, 충동적인데 반해 정은 정적이요, 없는 듯 있는 것이다. 또한 애는 사람 사이의 만남의 순간이나 초반에 발생하는 것에 반해, 정은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거나, 한참 지난 후에야 발생하는 것이다.

 

사랑과 정의 차이를 ‘인생을 바꾸는 명언’앱에서 ‘사랑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지만 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가며, 사랑은 좋은걸 함께 할 때 더 쌓이지만 정은 어려움을 함께할 때 더 쌓이는 법이다’ 또한 ‘사랑은 꽂히면 뚫고 지나간 상처도 곧 아물지만, 정이 꽂히면 빼낼 수 없어 계속 아픈 법이며, 사랑이 깊어지면 언제 끝이 보일지 몰라 불안하지만 정은 깊어지면 마음대로 뗄 수 없어 더 무서운 법이다’ 그래서 ‘사랑은 상큼하고 달콤하지만 정은 구수하고 은근하며. 사랑은 돌아서면 남남이지만 정은 돌아서도 다시 우리가 되는 것이다’고 한다.

 

정이 든다는 것은 무엇인가?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며, 무엇이라도 나누어 가진다는 것을 실감하고, 언제 어디서라도 곁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며, 서로가 존재하는 이유를 알고, 한자 人(인)처럼 서로를 기대고 있는 아름다운 인간관계인 것이다. 그렇다면 깊은 정이 들었다는 것은 무엇인가? 서로를 걱정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나보다 당신이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며, 그리고 당신의 아픔이 나를 아프게 하고, 당신의 슬픔이 나를 눈물짓게 하는 것이다. ‘햇빛은 달콤하고, 비는 상쾌하고, 바람은 시원하며, 눈은 기분을 들뜨게 한다.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좋은 날씨만 있을 뿐이다. 인간관계도 마찬 가지여서 누군가와 정을 나눈다는 것은 좋은 것만 있을 뿐이다’ 영국의 평론가 존 러스킨의 말이다.

 

‘멀리 있어도 마음이 있으면 가까운 사람이며, 마음이 없으면 먼 사람이니 사람과 사람 사이는 거리가 아니고 마음이다. 인간관계에서 물리적인 거리보다 마음의 거리가 훨씬 더 중요하다’ 자영스님의 말씀이다. 그렇다. 우리사이에 오고 가는 것은 거리도, 말도 아닌 ‘마음’ 바로 ‘정’이다. 우리의 ‘정’은 서로를 신뢰하고 아끼며 생긴 것이다. 따뜻함에 마음이 녹고, 다정함에 미소 지어지고, 상냥함에 정이 들어 친구도 되고 연인도 된다. 이규태가 쓴 ‘한국인의 의식구조’에서 ‘한국인의 인간관계에 있어 소중한 사이를 이상적으로 유지하는데 필요한 정서적⸳심정적인 요인이 정(情)이다. 곧 정은 한국적 인간관계 유지를 위해 재 발견돼야할 심정적 자원(資源)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을 얻는 것만큼 큰 자산은 없다. 인간관계에서 오가는 ‘정’을 소홀히 하거나 경시하지 않는 것, 각박한 요즘 세상에 가장 중요하며, 특히 정(情)과 이상적인 관계에서 접점을 찾아야 하는 삶의 지혜가 필요하다. 끝으로 영어속담을 인용한다. ‘One good turn deserves another(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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