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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한길 사람 속을 아는 방법

 

 

지금까지 나이 먹도록 잘 알지도 못하고 또 한편으로는 이런 것 때문에 뼈저리게 아파하고 느끼며 살아온 것이 있으니, 바로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 는 것이다.

 

정말 사람 속을 아는 일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이고, 바닷가의 모래알 수를 세어내는 일과도 같다. 좀 서로 알고 통하고 하나 되고 이런 것도 많이 있을 법 한데 아무리봐도 거칠고 낯설기만하다. 매일 아침 신문이나 TV뉴스를 보면 복잡하고 황당한 일들에 넌덜머리가 난다. 인간이 서로를 진정으로 알고 꾸밈없이 소통하는 일은 “꿈”일거다.

 

여태껏 이주자들을 돕는 일을 해오면서 수많은 ‘다름’을 만났다. 기본적으로 나라와 언어, 피부색 같은 외적인 요소들이 다르지만,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단순한 문화를 넘어 생각이나 삶에 대한 표현과 자세들이 정말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마도 그래서 ‘다문화’라는 말이 생겨났을 것이다. 본래 상호 존중의 뜻에서 만들어졌고 어떤 다른 문화도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표현이지만, 상호 존중과 다양성에 대한 인정을 익히지 못한 채 쓰이면, 부정적 의미를 띄기도 한다. 인간이란 존재는 자신이 모르거나 낯선 것들을 무의식적으로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법이니, ‘본능’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오죽하겠는가? 30년 이상을 함께 지내보아도 외모, 음식, 의복, 어느 하나도 종잡을 수가 없다. 언어의 다름은 더욱 더 모든 것을 답답하게 만든다.

그래도 ‘본능’ 탓만 하며 얽매여서는 안 된다. 야생과 원시의 삶과는 달리 문명사회에는 불필요한 두려움, 고통, 충돌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말 너무도 쉽게 차이, 다름, 약점을 찾아내고 으르렁대며 갑질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잘 살고 소통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살아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열 번이고 스무번이고 놓친 듯 싶다.

 

서로 양심 속에서 좀 더 존중하여 다름을 인정하고 소통하며 살아가야 하는데, 먹고 사는 것에 걸려 수많은 갈등이 일어난다. 세상은 앞으로 더 다양하고 복잡해지겠지만 본질은 하나이고, 다른 것보다 같은 것들이 더 많이 있는데, 그리고 그것들을 비비고 갈고 뭉치고 이해하고 나누고 살아가면 괜찮을 듯싶은데 말이다.

 

수년간 ‘경기도 다양성소통조정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자주 모이지는 못하지만 다양함, 다름, 차이로 인한 갈등사례들을 드러내 논의하고, 그 대안을 만들려 노력해왔다. 쉽지는 않지만 대화하고, 이해와 배려의 관점으로 받아들이면 실마리가 하나씩 풀리는 듯싶다.

 

최근에는 위기청소년들의 치유와 자립, 교육을 돕기 위한 기획을 시작했다. 여러 이유로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충동적이며, 낮은 자아존중감을 겪는 아이들의 분출구, 탈출구를 만들고 저마다의 다양함을 억압하지 않고 용기 있게 꺼내고 내쳐 소리치게 하는 것이 주된 목표이다. 이 역시 많은 분들이 대화와 이해, 배려를 바탕으로 힘을 모아가고 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

 

하지만 한길 사람 속을 아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서로에 대한 계산 없는 인정, 존중, 배려, 포용 이런 것들을 경험하고 실행하고 체험하다보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곱씹어볼수록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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