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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애眞誠愛칼럼] 가람 이병기 선생의 시조 혁신 방안

 

지난 11월 7일에 제40회 가람문학상 시상식이 가람 이병기 선생의 생가인 익산의 수우제에서 열렸다. 날씨가 깊은 가을의 운치를 보여주어서 정감이 있고 따사한 축제 자리가 되었다. 전국에 많은 축제가 있지만 전국 어느 곳에도 없는 행사가 이곳에는 있다. 바로 인근 여산리 주민들이 직접 만든 음식으로 점심을 제공한다는 사실이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하여 식당 3곳으로 분산되어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그렇지만 주민들이 행사에 참여하여 지역의 주민과 함께하는 축제임을 보여주었다.

 

가람선생은 1932년 <東亞日報(동아일보)>에 「時調(시조)는 혁신하자」라는 글을 발표하였다. 선생은 이 글에서 본격 문학으로서의 시조의 계승과 그 실천의 구체적 방법에 대하여 적고 있다.

 

가람 선생이 얘기한 여섯 가지 시조 혁신 방안의 내용은 우리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① 실감실정(實感實情)을 표현하자 ② 취재의 범위를 확장하자 ③ 용어의 수삼(數三) ④ 격조(格調)의 변화 ⑤ 연작을 쓰자 ⑥ 쓰는 법 읽는 법 등이다. 이는 시조가 갖고 있는 주제나 소재의 비현실적이고 한정적이며 관념적인 면을 지적한 것으로 요즘의 많은 작품들은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와 성찰의식, 시적대상에 대한 역사적 상상력, 생의 강렬한 메타포와 에코페미니즘 건강성 등은 21세기 속도와 욕망과 죽음의 파편적 인식들에 대한 구원의 시학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시조 혁신 방안은 9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여섯 항목에서 오늘의 시조에서 가장 부족한 점이 무엇일까. 그것은 ‘格調의 變化’라 볼 수 있다. 격조는 어조(語調)의 다양함과 연계되는데 이는 은연중 시조의 ‘재미성’과 ‘굴곡성’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재미성’은 노래로서의 시조에서 문학으로의 시조로 전이할 때 수반되어야할 바람직한 요소 중 하나다. 그것이 경박하지 않고 재치와 해학을 동반한다면 노래로 불려질 때의 재미성을 충분히 극복해 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굴곡성’ 또한 율독하였을 때의 무미건조함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가람의 작품 중 “곱게 자라난다 맨드람 맨드라미/ 머리에 돋은 계관(鷄冠) 일어나는 불꽃 같아/ 우거진 파란 잎들을 사르랸듯 하여라(「희제(戱題)」 中 ‘맨드라미’)에서 ‘재미성’과 ‘굴곡성’을 느낄 수 있다. 맨드람 맨드라미의 두운 효과와 ‘계관’, ‘불꽃’ 등의 시어들은 다른 언어들에 비해 더 도두라지게 드러나고 있다. 각 걸음 별로 강‧약‧완‧급을 개략적으로 구분해 보면 강(급)-약(완)-강(급)-강(급), 약(완)-강(급)-약(완)-강(급), 약(급)-강(완)-강(급)-약(완), 등으로 볼 수 있는데 강약의 조화, 완급의 배합이 고시조보다는 훨씬 더 강화되어 있는 것이다.

 

「풀벌레」라는 사설시조에서 “가까이 멀리 예서 제서 쌍져 울다 외로 울다 연달아 울다 뚝 그쳤다 다시 운다 그 소리 단조하고 같은 양해도 자세 들으면 이 놈의 소리 저 놈의 소리 다 다르구나”라고 하여 특히 중장에서 반복-열거 기법과 사실성‧ 재미성이 가미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사설시조가 갖는 엮음과 반복, 절정의 기교는 평시조가 보편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는 평이성을 극복하고 보다 세밀한 서정자아의 내밀한 엿보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을 갖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기법들은 현대시를 포함한 다른 어떠한 장르에서도 따라올 수 없는 독특한 미학이라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기꺼이 계승해야할 소중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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