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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겨울이 걱정"···폐지 줍는 어르신 부부의 사연

수원시 영통구 매탄1동 폐지 줍는 어르신 부부

 

"다른 일을 해보려고 했는데 무척 까다로워요. 이제는 너무 늦은 것 같아요." (폐지 줍는 어르신 김주현씨)
"하루에 적을때는 5000원이 전부에요. 비 오는 날에는 공치는 거죠. 겨울도 다가오는데 걱정이 커요."(폐지 줍는 어르신 이승덕씨)

 

18일 오전 11시쯤 영통구 매탄1동 구매탄시장 인근 골목길. 한 노인이 리어카에 할머니를 태우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폐지로 가득해야할 공간이지만, 박스 몇 장이 전부였다. 때문에 폐지 줍는 어르신 부부에게 고물상에 다녀오는 길인지 묻자 말 없이 연신 고개를 저었다. 이들 노부부는 온종일 주택가와 상가를 돌아다닌다고 전했다.

 

보통 하루 3~4번 고물상을 오가며 폐지를 주워 판매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수입이 부쩍 줄어 1만 원도 손에 쥐기 힘들다.

 

2년 전까지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는 등 부업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이마저도 물품납입이 끊기자, 노부부는 어쩔 수 없이 길 위에 나섰다. 

 

돌봐주는 자녀는 어디 있냐는 질문에 노부부는 "아예 안 낳고 둘만 살고 있다"며 "고물상에 갈 때는 남편이, 돌아올때는 부인이 리어카를 끈다"고 설명했다.

 

폐지 줍는 노부부 남편인 이승덕(64)씨는 "다른게 할 게 없으니까 이걸로 먹고 산다"며 구멍 뚫린 장갑으로 이마의 땀을 닦아냈다.

 

이씨는 아파트 경비와 주차장 관리인 등 다른 일을 해보려고 해도 워낙 까다로워 시도조자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인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식당을 알아봤지만, 나이와 경력에서 현실의 벽을 마주했다. 

 

이씨는 "작년말에 버려진 자전거의 가져오다 넘어져 엉치뼈를 다쳐 수술을 받았다. 올 겨울에는 철심을 빼기 위해 또 수술해야 한다"며 "10시간 넘게 돌아다녀 골다공증에다 혈압약까지 달고 산다"고 털어놨다.

 

이들 노부부는 대로변을 지날 때마다 아찔하다. 차량들이 무섭다는 김주현(62)씨는 "요즘에는 젊은 사람들이 '빵빵-' 소리를 크게 내면서 욕한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요즘같이 해가 짧으면 일찍 집에 들어간다"며 "폐지가 없어 인계동까지 가는데, 이곳에선 원천동 노인들과 경쟁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는 점포가 많아지면서 폐지를 수거하는 노년층들의 이른바 '폐지 경쟁'도 심화된다. 

 

영통구 원천동 소재 고물상 업체 관계자는 "올해 초 코로나 때문에 (폐지 1㎏당 가격이)30원까지 내려 바닥에 물건이 없다. 폐지가 없으니까 노인들이 서로 경쟁한다"며 "요즘에는 회복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겨울에는 업체들의 생산·투자가 적어 연말에도 노인들의 폐지 줍기 경쟁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더구나 이들 노부부는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문서 작성 등 절차가 어려워 손도 못댔다는 이유에서다.

 

수원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폐지를 팔아 생활하는 만 60세 이상 노인을 567명으로 추정했다. 대다수가 거동에 불편을 겪는 70세 이상 어르신(500여명)이다.

 

수원시 노인복지팀 관계자는 "각 절기마다 어르신을 대상으로 두 차례 보호장비를 지급한다. 특히 동절기에는 방한복이나 방한화 등을 지원한다"며 "각 동행정복지센터의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로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발굴하는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 경기신문 = 김민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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