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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애眞誠愛칼럼] 진도한춤의 멋과 맛

 

 

 

 

한해를 보내면서 진도 한춤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었다. 오판주 진도 문인협회 지부장을 통해서 였다. 학예사 문제로 만나 협의를 하던 중 갑자기 타이 가봐야 할 때가 있다면서 나를 끌고 나서는 거였다. 평소에 워낙 조용하신 분이라 무슨 일인가 싶어 따라 나설 수밖에 없었는데 찾아간 곳은 다름아닌 진도한춤 보존회였다. 대강당으로 꾸며진 곳에 김해숙 보존회장이 회원 한 분과 춤 동작을 하나씩 연마하고 있었다. 갑작스런 방문에 당황하셨는데 인사를 나누고는 이내 방문해주셔서 고맙다고 하시면서 차를 직접 끓여 오셨다.

 

진도는 삼별초의 항몽 유적지인데 이 삼별초의 유적지가 있는 군내면 용장사지와 지산면 안치 인근 마을 여성들의 춤사위를 채록한 춤이 바로 진도 한춤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진도한춤을 진도 유배지 춤이라고 하는 것은 십분 이해가 된다.

 

오선생의 간청으로 바로 그 자리에서 진도한춤의 시연을 볼 수 있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춤의 도입부는 완만하면서도 애처로움이 묻어났다. 힘들게 견뎌나가는 생활의 부분을 묘사하기 때문으로 생각되었다. 마음의 어지러움을 가라앉히고 손끝에 외로움을 풀어 허공에 흩기도 하다가, 뱅 돌면서 자신의 모습을 한탄하는 듯도 하다가, 바닥에 거의 엎드려서는 책장을 넘기면서 아픔을 견디기도 하는 등 다른 춤과는 달리 그 내용들이 쉽게 연상되는 것이었다. 춤의 뒷부분은 가락이 가벼우면서도 흥이 나는 대목이 연속되었는데 이것은 아마도 유배에서 풀려나 자유로움을 얻게 되는 상황을 보여준 것이다 생각되었다.

 

그러고 보면 이 춤에는 서민들의 애환과 고뇌가 그대로 스며있다고 볼 수 있다.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진도는 유배지역으로 자연히 심리적인 압박과 상실감이 유달리 컸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경제적으로 얼마나 어렵고 힘들었겠는가. 가슴에 한을 묻고 추는 춤사위와 무가의 시나이 반주, 구음소리의 한과 흥은 생과 사를 넘나드는 몸동작으로 연행되면서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저릿하면서도 따뜻해져왔다.

 

사람이 학이 되는 것을 표현하는 양산학춤, 선비의 고고한 인품을 멋드러지게 표현한 한량무 등 경남 양산시와 초청교류경연도 하고 전국전통무용경연대회도 23회째 개최하고 있다고 하니 그 노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진도군에는 진도 씻김굿, 진도 다시래기, 강강술래, 남도들놀이 등 국가지정 무형문화재와 진도북놀이, 문화만가 등 6종의 전남지정 무형문화재가 있다. 중요한 것은 모두 무형문화재라는 것인데 무형문화재가 무엇인가. 잘 알다시피 무형문화재는 결국 사람이 중심이라는 것이다. 사람에 의해서만 계승하는 것이며 유형문화재나 사적과 같이 고정된 것이 아니므로, 당연히 이의 계승을 위해서는 후계자를 양성하는 전수교육이 필수적이다.

 

군에서 건물을 매입하여 이렇게 전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 것이 너무 고맙다. 이에 화답하여 연말이라 어수선할 텐데도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한두 사람이라도 교육장에서 연마를 하고 있는 모습에 듬직함을 느꼈다. 문화에 대한 안목이나 인프라는 그냥 말로만 해서 축적되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모여 지역과 나라를 만들고 한 나라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몇 십 년 만에 큰 바람이 불고 눈도 많이 내린 진도였지만 마음만은 유달리 훈훈한 연말이었다. 이렇게 추운 추위 속에서 전통 우리의 춤사위를 애써 보존하려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 땅은 넉넉하고 아름다운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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