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가 작사·작곡하고 양희은이 부른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노래 ‘아침이슬’이 세상에 나온 지 50년이 됐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최전방에 섰던 국민들이 1980년 5월 서울역 광장에서, 1987년 6월 시청 앞에 이어 2016년 겨울 광화문 광장에서 부른 노래다.
오늘날, 음악인들은 먼저 길을 걸어온 선배 김민기에게 쉽게 말해 빚을 졌다고 표현한다. 국민들이 힘든 상황일 때마다 노래로 위로와 희망을 전했던 그였기에, 김민기의 음악이 아니었다면 더 외롭고 쓸쓸했을 것이라고 말이다.
올해 ‘아침이슬’ 탄생 50주년을 맞아 박학기와 한영애를 중심으로 정태춘, 장필순, 윤종신, 레드벨벳의 웬디 등 다양한 세대의 후배 가수들이 모여 헌정 앨범을 발매하는 등 기념하는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6시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아침이슬 50주년 기념 헌정 콘서트 ‘김민기 트리뷰트’도 이 중 하나다.
싱어송라이터 박학기가 총감독을, 연주자 겸 프로듀서 권오준이 음악감독을 맡아 꾸민 이번 공연에서는 장필순, 윤도현, 권진원, 유리상자, 이은미, 알리, 노찾사, 크라잉넛, 한영애 등이 무대에 올랐다.
이날 박학기는 “어느 날 한영애 선배로부터 ‘김민기라는 가수한테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는 연락을 받고 ‘김민기 빚 갚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고 소개했다. 한영애 역시 “오롯이 음악 하나로 행복해하고 생을 바친 선배들을 보며 대한민국 음악인들에 대한 존경심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입을 모았다.
공연은 가수 장필순이 ‘작은 연못’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 DMZ와 가까운 지역에 거주하는 연천군소년소녀합창단과 ‘철망 앞에서’를 불러 ‘이렇게 가까이에 이렇게 나뉘어서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쳐다만 보네’라는 가사에 의미를 더했다.
다음 순서는 스스로 학전 소극장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소개한 윤도현 밴드가 ‘새벽길’, ‘날개만 있다면’으로 무대를 채웠다. 이어 권진원이 ‘아름다운 사람’과 ‘공장의 불빛’을, 유리상자가 ‘늙은 군인의 노래’와 ‘아하 누가 그렇게’를 열창했다.
이은미는 “보컬리스트로서 김민기를 넘겨낼 자신이 없었다”고, 박학기는 “가수 김민기의 노래가 바다 깊이 심연과 같았다면 나는 소금쟁이가 물 위에 떠다니는 듯하다”며 준비하면서 나름의 부담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상록수’를 부른 알리는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라는 노랫말로 코로나19 종식을 염원하는 듯한 울림을 전했다. 노찾사는 ‘길’, ‘강변에서’를, 크라잉넛은 ‘그 사이’, ‘천리길’, 한영애는 ‘내 나라 내 겨레’, ‘봉우리’란 노래로 국민들과 함께해온 김민기의 인생을 돌아봤다.
커튼콜로 모든 출연진이 한데 모인 ‘아침이슬’ 무대만큼은 코로나19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린 듯했다. 관객들은 방역수칙으로 인해 마음껏 함성을 지를 순 없었지만 ‘나 이제 가노라’라는 메시지처럼 코로나19가 하루빨리 끝나길 바라는 마음을 아낌없는 박수로 대신했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