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첫날, 매산동 수원역 일대와 인계동 시청주변은 거리두기 해제의 밤을 즐기려는 젊은이들로 들썩였다. 밤거리도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모임은 계속됐고, 자영업자들의 표정도 오랜만에 밝아 보였다.
앞서 정부는 지난 15일 10명·밤12시였던 사적모임 인원 제한과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을 포함한 규제들을 18일부터 해제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지 2년 1개월 만이다. 단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는 아직이다.
이날 밤 10시, 수원역 로데오거리에는 대학교 과잠(과 점퍼)을 단체로 맞춰 입은 학생들부터 화려한 의상을 뽐내는 ‘패피(패션피플)’들까지, 나이불문 성별불문 유흥을 즐기러 나온 인파로 북적였다.
머리 위로는 조명이 별빛처럼 반짝이고, 좁은 골목사이 가게에선 앞다퉈 시끄러운 음악이 경쟁하듯 울려퍼졌다. 코로나 감염을 우려하는 기색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활기를 되찾는 듯 했다. 따뜻해진 날씨에 문을 활짝 연 가게 안으로는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취식하는 사람들의 밝은 표정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다시 되찾은 ‘무제한’ 밤거리의 시민들과 자영자들의 표정속에는 시간에 쫓기지 않는 늦은 밤 술자리가 반갑기만 하다. 일대 가게들도 저녁시간 붐비는 인파에 들썩였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윤주열(24)씨는 “그동안 정부가 지원도 안 해주고 시간 제한까지 두니까 손님이 없어서 배달에만 의존했는데 (거리두기가) 해제되니 좋다”면서 “새벽 2시까지 영업할 계획이다”고 환한 표정을 보였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러 수원역에 나왔다는 박지오(24)씨는 “그동안 (거리두기를) 강화했다 완화했다 반복하지 않았냐”며 “어차피 시간·인원제한을 둬봤자 걸리는 사람은 다 걸리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처럼 시간제한을 풀어 버리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솔직히 1년 전부터 그냥 (거리두기를) 풀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거리두기 해제를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사실상 ‘이젠 상관없다’고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창업 준비생 함씨(25)는 “원래는 주마다 점진적으로 완화한다고 했다가 갑작스럽게 거의 전면 해제를 한 것 같다”면서 “근데 이제는 코로나가 워낙 대중화돼서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마포)에서 수원(역)으로 코로나 때문에 못 만나던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러 왔다는 서씨(23)는 “거리두기 해제가 조심스럽긴 한데, 사실 아무 생각 없다”며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심야영화 뿐만 아니라 오는 25일부터 영화관에서 팝콘 등 실내 취식이 가능해질 예정이다. 수원역 인근 극장가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많은 사람이 영화관을 찾을 것이란 예측과 달리 다소 한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처음으로 영화관을 찾은 이모 씨(22)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으니 앞으로는 영화를 보러오는 횟수도 늘어나고 관람도 편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와 함께 온 최모 씨(23)는 “아직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와중이라 규제가 풀리더라도 영화보러 나왔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될까 우려스럽다”고 걱정을 늘어 놓기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도 당분간 영화관이 이전처럼 활성화되지 못 할 것이라 예측하는 관객도 있었다. 지인과 영화를 보러 온 김모 씨(21)는 “좋아하는 영화가 극장에 개봉하면 가끔은 올 수 있겠지만 OTT(온라인 기반 미디어를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서 영화관에 오는 횟수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CGV 커뮤니케이션팀 황재현 팀장은 “상영되는 영화 콘텐츠에 따라서 매주 관람객 수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며 “지난 17일자 관객수가 17만9000여 명으로 확인되는데 이는 지난 주인 10일에 관람한 13만2000여 명에 비해 30% 증가한 수치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는 25일부터 극장 내 음식물 섭취가 가능해지면서 다음 주부터 영화관을 찾으러 오는 관객도 늘어날 것이라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시간 인계동의 먹자골목에서도 코로나19 이전의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24시간 삼겹살 가게를 운영하는 조 씨(66세)는 "오늘부터 24시간 장사를 다시 개장한다"며 "아직 생각보다 사람(손님)이 없긴한데 차차 회복 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삼겹살 가게를 비롯한 인계동 소재 24시간 식당들은 늦은 새벽까지도 환한 불로 손님을 기다렸다.
자정을 넘기고도 손님이 끊이지 않던 카페 사장 임모씨(60대)는 "코로나 이전에는 새벽 4시까지 (카페를)열어놨었는데, 이제는 힘들어서 그렇게까지는 못할 것 같다"며 "그래도 오늘 첫날이라 12시 30분까지 해보려고 하는데 확실히 (손님이)계속 들어와 마감을 다시 늘려야 할 것 같다"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거리두기 해제의 밤을 즐기려는 인파에 경찰도 덩달아 바빠졌다. 밤 10시를 넘기자 인계동 골목 곳곳에 정차한 경찰차를 쉽게 볼 수 있었다. 가벼운 접촉사고와 주취자 신고 등을 받고 출동한 경찰들이 현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한 지구대 소속 경찰관은 "늦게까지 음주를 즐기는 시민들이 늘다 보니 경찰 신고도 덩달아 늘어났다"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조치 이전 월요일 대비 인계동(유흥가 부근) 신고 접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밤거리에는 늦은 시간까지 편의점 앞에 둘러 앉아 술을 마시는 시민, 술에 취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맨 얼굴로 거리를 활보하는 시민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현재 실내·외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정부는 이번 거리두기 조정안에서 빠진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의 해제 여부를 다음 주부터 검토할 계획이다.
[ 경기신문 = 김한별·강현수·임석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