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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희의 문화와 정치]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문화로 바꾸려면 

 

한국 정치는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정치개혁을 위한 진정성 있는 행동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외치는 정치개혁이 국민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 이유는 언행일치 정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선거제도 개편, 정치 기득권 타파, 거대양당 체제 극복 등 정치개혁 아젠다를 내놓았지만 국회의원삼선제한, 국회의원국민소환제, 국회의원 특권 폐지 등 정치문화를 개혁하는 법과 제도 개선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득권이 기득권 체제를 스스로 바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300명 중 다수를 차지하는 검사, 판사 등 법조인, 고위공무원, 중앙 언론인, 교수, 대기업 CEO 등 우리 사회에서 기득권을 누리며 살아왔던 사람들이 서로 밀어주면서 그들만의 정치를 해 온 결과가 지금 한국 정치문화의 부끄러운 현주소이다.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가는 자기 행위의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지 않고 자기 행위의 탓으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은 없고 정쟁만 난무하는 한국의 정치문화 속에서 국민의 삶은 더 위태로워지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밥 한 공기 다 비우기”를 정책이라고 내놓는 것을 보면서 정치인의 철학과 진정성을 생각한다.  
 
국회는 4월 10일부터 나흘간 전원위원회를 개최하여 토론회를 열고 있다. 국민이 뽑은 대표들이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토론을 한다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첫날 토론회를 본 소감은 실망이 너무 컸다. 정치인들의 유체이탈 화법, 남탓하기, 정쟁의 연속이었다. 정치후진국인 한국의 정치문화에서 지금의 정치인들에게 선거제도 개혁을 맡기는 것이 옳은가. 선거제도 개혁의 주체는 당연히 국민이 되어야 하고 국민이 주도해야 한다. 

 

시대정신을 읽는 정치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 정치문화에 사상이 있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위대한 정치인은 위대한 사상가였다. 19세기 사상가였던 존 스튜어트 밀과 알렉시 드 토크빌은 민주주의와 자유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대표적인 사상가이다. 밀과 토크빌의 정치사상을 비교 분석한 책 《위대한 정치》를 보면 밀은 진보적 자유주의를, 토크빌은 새로운 자유주의를 지향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첫째, 언행일치의 삶을 살았다는 것, 즉 사상적 지향점과 일관된 삶을 살았다. 둘째, 글쓰기를 통해서 공부하고 정치적 사상을 전파했다는 것이다. 셋째, 현실정치에 깊이 관여했다는 점이다. 

 

정치인이자 사상가였던 밀과 토크빌을 읽으면서 한국의 정치문화에 사상가로서 정치인이 존재하는지 묻게 된다. 정치권은 여의도정치, 현실정치라는 말을 한다. 정치가 국민의 삶과 동떨어져 현실적이지 않고 여의도에만 갇힌 정치가 계속된다면 희망이 없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가치 앞에서 국민이 주인인 위대한 정치를 바라는 것은 너무 과분한 소망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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