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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온전히 구축한 세계 …안상철 미술관 ‘온전한 나’

‘남편 그늘 벗고 온전한 나로 일어선 여성 화가들’에 소개된 나희균, 류민자, 승연례 작가 등
6월 16일까지 안상철 미술관

 

안상철 미술관은 6월 16일까지 특별 기획 전시 ‘온전한 나’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2022년 11월 동아일보에 소개된 기사 ‘남편 그늘 벗고 온전한 나로 일어선 여성 화가들’에 소개된 작가들의 이야기와 작가 정신을 토대로 구성됐다.

 

일생을 부단히 작업에 정진해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펼쳐 나가고 있는 90대 나희균, 80대 류민자, 70대 승연례 작가와 ‘온전한 나’ 정신을 계승하고 맥락을 같이 하는 50대 서윤희, 정재은 작가가 참여한다.

 

전시 구성은 기사를 기반으로 했지만, 남편이나 가족의 유명세가 무색할 정도로 작품 세계를 관람하는 게 포인트다. 편안한 삶을 뒤로 하고 자신의 세계를 스스로 소중히 여기며 인생 후반까지 동력을 유지하고 있는 작가들의 삶의 태도도 눈여겨볼 만하다.

 

나희균 작가는 나혜석의 조카이자 파격적인 구조와 실험으로 주목받은 국전 스타 안상철의 아내이다. 본인 또한 1950년대에 프랑스에 유학하고 실험적 작품으로 독자적 예술세계를 구축한 작가이다. 1960년대에는 기하학적 추상회화를 제작했고, 1970~80년대에는 오브제, 네온, 철을 소재로 산업화 시대에 걸맞은 전위적인 입체작품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1990년대부터는 평면 작업으로 돌아가 우주 공간이나 자연, 문자 등을 소재로 숭고한 초월적 세계와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이번 전시에는 안상철미술관 앞 기산저수지의 풍경을 담은 회화 ‘고요’ 시리즈가 소개된다.

 

 

류민자 작가는 기하학적인 색면 추상의 대가 하인두의 아내이자, 화폭을 색띠로 채운 추상작업으로 현대미술 시장에서 가장 핫한 평가를 받는 하태임의 어머니다. 굵고 짧은 선으로 생명의 근원적 율동을 표현하는 그의 작품은 우리 고유의 아름다움과 불교 사상을 새롭게 재구성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피안’은 한 작품만으로 온 전시장을 압도한다. 하롱베이 여행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했으며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대담한 배치와 화사한 색감을 통해 색면 산수화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반복되는 구조와 확산적인 색채로 윤회 사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등 불교의 우주관을 조형적으로 상징화한다.

 

승연례 작가는 우리 화단에 개념 미술을 도입하여 발전시키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한 이건용의 아내이다. 일필휘지의 필력이 돋보이는 드로잉 회화는 이건용의 신체 회화에 나오는 생생한 필치와 닮아있다. 10여 년 전 개인전 초대로 샌디에이고에 머물렀던 당시 이층 숙소 밖의 풍성한 야자수의 생명력에 매료돼 이후 계속 야자수만 주제로 작업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음률의 속도에 따라 붓의 강약을 조절하며 화폭에 에너지를 담아낸다. 자유로운 필력이 생동감을 불어넣어 넘실대는 나무의 한가운데 작가의 열정이 중심을 잡고 버팀목이 된다. 부드러운 듯 강인한 자태는 작가 자신의 자화상이다.

 

 

이외에도 기억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순환 구조를 자연의 위대한 시간으로 해석해 화폭에 풀어내며 온전한 여성 전업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후배 작가들에게 보여주는 서윤희 작가의 ‘기억의 간격’,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로 활약하는 성김 전 주한 미국 대사의 아내이자 유머와 해학이 있는 민화 작업을 이어온 정재은 작가의 ‘첩첩서중(Lost in Books)’ 등이 전시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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