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통일교로부터 샤넬 가방 2개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김 씨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로부터 두 차례 가방 선물을 받았다. 부적절한 처신으로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 깊이 반성한다. 저의 부족함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신중히 처신했어야 함에도 부적절한 처신으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린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변호인단 입장문을 통해 금품 수수 사실을 처음 인정했다. 지난 4월 30일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이어진 특검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받은 적 없다”고 강력 부인하다가 6개월이 지나서야 자백을 한 것이다. 그러나 김 여사는 “어떠한 청탁, 대가 관계도 존재하지 않았고 그라프 목걸이 수수 사실은 명백하게 부인한다”고 밝히면서 자백의 진정성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12일로 예정된 자신의 보석심문과 재판을 염두에 둔 전략일 뿐이라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여론이다. 우선 전성배 씨 등 사건 관련자들의 실토가 이어지자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간 통일교 측 선물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해왔던 전 씨는 재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전후 김 여사 측에 전달한
내년 6월 3일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 등을 선출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 경기도에서는 경기도지사와 경기도교육청 교육감, 31개 시군 단체장 등에 대한 선거가 치러진다. 이에 경기신문은 지방선거를 약 반년 앞두고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후보군들을 살펴보고, 이들의 배경과 행보를 정리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대선주자 입증 무대…도지사 선거 줄 선 유력 후보들 ②'교육의 중심' 경기교육감 선거…3강 구도에 단일화 변수 ③'道 정치 1번가' 수원시…이재준 재선 둘러싼 한판승부 ④ 이천시장, 보수 수성 vs 진보 재탈환 ⑤ 여주시장, 분열 넘어 정책으로 유권자 마음 얻어야 여주시는 행정구역 조정을 통해 억지로 시 승격 요건을 맞출 만큼 발전이 더뎠던 지역으로 양평군, 양평군과 함께 경기도에서 가장 보수 세가 강한 지역이다. 시장 선거의 경우 보수성향 정당의 후보가 계속해서 당선됐다. 하지만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당시 시장이던 원경희 시장이 자유한국당 공천에서 탈락하고 자유한국당 이충우 후보와 보수층의 표를 나눠 먹으면서 309표 차이로 더불어민주당 이항진 후보가 당선됐다. 그러나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이충우 후보가
트럼피즘(Trumpism)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에서 나온 말이지만 단지 한 정치인의 스타일을 뜻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오늘날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이유가 담겨 있다. 트럼피즘은 제도나 법보다 감정과 분노가 앞서는 정치다. 트럼프가 가짜 뉴스를 반복해서 외칠 때마다 흔들린 것은 언론이 아니라, 세상이 무엇을 진실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기준 그 자체이다. 트럼피즘은 사실보다 감정, 제도보다 충성, 대화보다 확신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 사회 전반에 퍼진 불신의 징후다. 비슷한 일이 이미 존재했다. 1950년대 미국에서 퍼진 매카시즘(McCarthyism)이 그 예다. 당시 상원의원 조지프 매카시는 “정부 안에 공산주의자가 숨어 있다”라고 주장하며 사회의 불안을 자극했다. 그 결과 수많은 사람이 아무 증거 없이 빨갱이로 몰렸다. 할리우드 배우, 작가, 기자, 교수까지 의심받았고, 일자리를 잃거나 평생 낙인이 찍혔다. 매카시즘은 단순한 정치 탄압에서 끝나지 않고 공포가 이성을 이기는 사회를 만들어냈다. 그 후 미국 사회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가 남았다. 사람들은 말하기를 두려워했고 다른 의견을 내는
두 시간 동안 서서 ‘독서와 인생’이라는 이희승 선생의 수필을 깜냥에 열강 했다. 지친 몸 이끌고 가서 ‘덕진호수’ 곁 임자 없는 의자에 궁둥이를 얹었다. 수중(水中) 도서관 서쪽 분수대에서 내뿜는 분수 쇼가 볼품이었다. 호수 주변 나무들은 때 늦은 단풍잎과 노을빛이 조화롭게 선명도를 연출하고 있었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구름다리를 건너오고 가는 젊은이들 모습은 한가한 낭만 그 자체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걸을 때가 좋았는데… 하고서 노을이 잠기는 호수의 면면을 보고 있자니 한영애 가수의 ‘옛 시인의 노래’가 생각났다. ‘마른나무 가지에서 떨어지는 작은 잎새 하나/ 그대가 나무라 해도 내가 내가 잎새라 해도 우리들 사이엔 아무것도- 얼마 후 한국 『고전해학』에 나오는 ‘희청군성(喜聽裙聲)’의 한 대목이 뒤를 잇는다. 송강 정철과 서애 유성룡이 같이 있다가 막 헤어지려는데 백사 이항복과 월사 이정귀, 일송 심희수가 동석했다. 술이 은근히 취하자 서로 문장에 대한 품격을 나름대로 논하게 되었는데, 먼저 송강이 말했다. “밝은 밤, 밝은 달빛, 다락 위에서 구름을 가리는 거문고 소리가 제일이지. 그러자 심일송이 “만산홍엽인데 바람 앞에 원숭이 우는 소리가 제격일 걸세
가을빛이 완연한 시흥의 들녘을 따라 희끗한 순찰차 한 대가 천천히 달린다. 창문 너머로는 붉게 물든 소래산 자락이 스치며, 낙엽 내음이 바람에 실려 들어온다. 차량 정면에는 ‘산불 조심’이라는 붉은 글씨가 선명하다. 운전대를 잡은 이는 시흥시 북부권 산불 예방과 진화를 책임지고 있는 산불 전문 예방진화대의 김재하 반장(61).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아는 베테랑이다. 김 반장이 이 일을 시작한 건 우연이었다. 6년 전, 지인이 ‘산 좋아하잖아, 이 일 한번 해보라’고 권했다. 그는 “처음엔 그저 산을 가까이서 볼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우연은 인생의 사명으로 변했다. 본래부터 산길을 오르며 사계를 느끼는 걸 좋아했던 그는, 어느새 ‘산을 즐기는 사람’에서 ‘산을 지키는 사람’이 돼 있었다. 시흥시청 녹지과에 소속된 산불 전문 예방진화대원은 산불 예방을 위한 순찰과 불법 소각 행위 단속·계도를 비롯해, 화재 발생 시 즉시 현장에 투입되어 진화 작업을 수행한다. 진화대는 시흥 전역을 동·서·남·북 네 구역으로 나눠 운영되며, 김 반장은 그중 북부권을 책임지는 현장 지휘자다. 그의 활동 구역은 신현동, 포동, 방산동, 은행동에서 부천·광명 경계까지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경기도내 대형마트 절반 이상이 화재가 나면 사실상 대피가 불가능한 구조로 드러났다. 비상구는 잠겨 있고 소화기는 물건에 가려 있었으며, 하역장은 불길이 번질 ‘통로’로 방치돼 있었다. “불이 나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에, 유통 현장은 아무 대답도 내놓지 못했다. 6일 경기신문이 수원·용인·시흥·안양 등 도내 14개 지역 대형마트 45곳을 점검한 결과, 무려 31곳에서 화재안전 기준 미달 사례가 적발됐다.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는 수치다. 조사 결과 ▲소화기 가려짐 12건 ▲소화전·비상구 표시 오류 6건 ▲비상구 잠김 3건 ▲방화셔터 라인 및 소화전 앞 물건 적치 9건 등이 확인됐다. ‘비상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점포에서 통로가 막혀 있었다. 수원 롯데마트 천천점은 소화기가 가판대에 가려 있었고, 권선점 하역장은 소화전 앞에 파레트와 우산 더미가 쌓여 있었다. 이마트 서수원점은 피난안내도와 실제 소화기 위치가 달랐으며,광교점 옥상 주차장에는 표시만 있고 실물은 없었다. 고양 롯데마트 고양점은 비상구가 잠겨 있었고, 시흥배곧·오산·흥덕·수지·안양 등 여러 매장에서 하역장과 방화셔터 라인에 박스와 쓰레기, 철제 구조물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불이
경기도 주요 백화점들이 ‘고급 인테리어’를 이유로 소방시설을 시야에서 감추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벽과 동일한 색으로 칠해진 소화기와 소화전, 흐릿하거나 없는 안내 표식은 화재 발생 시 초기 대응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었다. 6일 경기신문이 수원·용인·화성 등 경기 남부권 주요 백화점과 아울렛 19곳을 점검한 결과, 대부분 매장의 소화기와 소화전이 회색이나 흰색으로 도색돼 눈에 띄지 않았다. 인테리어의 일부처럼 보이는 소방설비는 화재 시 누가 봐도 찾기 어려운 구조였다. 화성 롯데백화점 동탄점에서는 소화전이 벽면 색상과 동일한 회색으로 칠해져 있었고, 소화기는 벽면과 같은 색의 팻말로 가려져 있었다. 멀리서 보면 인테리어 장식처럼 보여, 비상상황에서 누가 봐도 찾기 어렵다. ‘소방시설의 인테리어화’ 현상은 다른 지역 백화점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용인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기흥점에서는 안내판만 있고 실제 소화전이 설치되지 않은 사례가 37건에 달했다. 백화점 측은 “설계 단계에서 구조 변경이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현장에서는 근거를 찾기 어려웠다. 고양 롯데백화점 일산점에서는 하역장의 소화기가 물건에 가려져 있었고, 상품적재금지구역에는 각종 박스와 캔
올해 완공된 여주 남한강 출렁다리에 다수의 이용객이 몰리고 있지만 정식 개방 일주일 만에 난간 케이블이 끊어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임에도 정작 여주시는 남한강 출렁다리가 '경기도 안전관리 우수사례'로 남한강 출렁다리가 선정됐다며 자체 홍보에 나서 논란을 빚고 있다. 6일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여주시 천송동에 위치한 ‘여주 남한강 출렁다리’는 높이 35m, 길이 515m, 폭 2.5m 규모로 지난 5월 1일 정식 개방했다. 시는 다리 중간에 ‘프로포즈 존’을 설치해 관광 명소로 홍보했지만, 개방 일주일 만에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본지가 입수한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 업무일지에 따르면 같은 달 8일, 출렁다리 중간 ‘프로포즈 존’ 구간의 난간 케이블이 끊어졌다. 당시는 여주 도자기축제 기간으로 약 116만 명의 관광객이 몰린 시기였다. 사고 당시 추락 방지를 위한 케이블이 끊어지면서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했다. 시는 다음날인 9일 긴급 보수작업을 진행했지만, 완전 복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출렁다리 이용을 허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조치가 미비했음에도 출입 제한 구간 없이 운영이 계속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출렁다
양주 식자재마트 화재를 계기로 경기도내 대형 유통시설의 화재안전 관리 부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겉으로는 첨단 설비를 갖춘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비상구가 잠겨 있거나 소화기가 가려진 채 방치된 곳이 절반에 달했다. 지난 3일 양주시 삼숭동의 한 식자재마트에서 불이 나 고객과 직원 등 24명이 긴급 대피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화재가 천장 내부 전기설비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시설 관리 부실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기신문이 수원·고양·용인·성남·시흥 등 도내 14개 지역의 주요 마트와 백화점 64곳을 점검한 결과, 총 42건의 화재안전 부적정 사례가 확인됐다. 매장 구역 33건, 하역장 9건으로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세부적으로는 ▲소화기 가려짐 15건 ▲소화기·소화전 표시 오류 8건 ▲비상구 잠김 3건 ▲방화셔터 라인 및 소화전 앞 물건 적치 9건 ▲기타 문제사항 7건 등이 적발됐다. 일부 매장은 비상구 앞에 진열대가 설치돼 있거나 하역장 통로가 물건으로 막혀 있어, 실제 화재 시 대피가 불가능한 구조였다. 특히 백화점의 경우 ‘인테리어화’된 안전설비가 문제로 지적됐다. 소화기와 소화전이 벽면 색상과 동일한 회색·흰색으로 도색돼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