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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석의 작가탐방<3>-이용덕의 예술세계

 

 

‘조각 마술’ 세계를 홀리다

예로부터 ‘그림만 그리다가는 굶어죽기 십상’이라는 말이 있으며, 자녀가 그림을 그리겠다고 하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는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라 필자가 미술대학을 다닐 때도 흔히 볼 수 있었던 모습이다.

필자가 만나본 작가들 가운데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화가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한 때에도 꿋꿋하고 당당하게 작업에 전념한 훌륭한 예술가들이 있다. 그림을 반대하는 부모님을 지혜롭고 논리적으로 설득하여 예술가로서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온 이용덕의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하겠다.

“사물에 대해 관찰하고 표현하는 것이 습관화가 되었죠.”

 

예로부터 ‘그림만 그리다가는 굶어죽기 십상’이라는 말이 있으며, 자녀가 그림을 그리겠다고 하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는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라 필자가 미술대학을 다닐 때도 흔히 볼 수 있었던 모습이다. 필자가 만나본 작가들 가운데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화가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한 때에도 꿋꿋하고 당당하게 작업에 전념한 훌륭한 예술가들이 있다. 그림을 반대하는 부모님을 지혜롭고 논리적으로 설득하여 예술가로서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온 이용덕의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하겠다.

 

 

작가는 어려서부터 무엇인가를 관찰하고 표현하는 데에 흥미를 갖고 늘 그림을 그리는 어린 화가였다.

“중학교 시절에 일찍 수업이 끝난 날에는 아무도 없는 광으로 몰래 들어가 숨어서 그림을 그렸어요. 공부하라는 부모님의 성화를 피해 조용히 그림을 그리고 싶었죠.”

현재 한국 현대 미술사에 있어 전무후무한 독창적인 조각의 장르를 펼치고 있는 이용덕의 작품세계는 이렇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가 태어나고 자랐던 서울 홍제동의 집은 시골의 외딴집과도 같았다. 홍제천이 맑게 흐르고 뒤로는 텃밭이 있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정겨운 공간이었다. 그는 여기서 마음껏 그림을 그리고 다양하고 풍부한 생각에 깊이 잠겼다. 학창시절의 어느 날 이용덕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는 꿈을 꾸었다.

“억울하게 감옥에 들어와서 답답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는데 다행히도 스케치북과 물감을 가지고 들어갔더라고요. 야! 이거 그림만 실컷 그릴 수 있겠구나 싶어서 너무 좋아하다 꿈을 깼어요.”

고등학교 시절 문학반에서 문학청년을 꿈꾸었던 그는 그림이 없이는 존재 가치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그림을 좋아하였다. 그는 서울대에 입학한 후 한때는 영화에 푹 빠져 영화감독을 꿈꾸었으며, 그 후에는 조각에 더욱 깊이 빠지면서 조각을 더 공부할 수 있도록 졸업을 연기시켜달라고 학과 교수들에게 애절하게 매달릴 만큼 열정적이었다.

그의 대학시절에는 미니멀적인 조각 작업들이 한창 유행했는데도 이용덕은 구상 작업에 매달렸다. 그는 형상을 비정상적으로 조형화시키는 작업을 하던 세계적인 조각가 헨리 무어의 작업세계에 푹 빠졌었으나, 나중에는 오히려 사실적인 조각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졌다.

헨리 무어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구축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이후 인체를 깎아내고 덧붙이면서 진실하고 사실적으로 파악하고자 최선을 다하였다. 구상에 대한 그의 이러한 시도는 남들의 눈을 의식하거나 잘 나가는 시류에 편승하여 덕을 보려는 대다수의 예술가들과는 다른 모습이라 하겠다.

이처럼 굳은 심지를 지닌 이용덕의 작품은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안겨주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그의 작업을 사진이나 도판으로 보면 영락없이 입체감 있는 평면 회화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의 작품 사진을 보면 사람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약간 독특한 색감의 작품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용덕의 실제 작품을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작품을 가까이서 보면 사람에 대한 외곽의 형태만 있을 뿐이고 울룩불룩하게 움푹 파여있어 무엇을 표현했는지 잘 모르게 되어있다.

그런데 조금 떨어져서 보면 진짜 사람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그의 작품은 보는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조각되어 있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서 마치 마술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작품은 전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독창적인 조형 수법을 담은 놀라운 조각품이다.

이처럼 시각적으로 훌륭한 조형성을 확보한 이용덕의 작품은 미학적으로도 주목 받을 만하다. 현재 동양 예술의 맹주로 꼽히는 중국은 10여 년 전부터 미술에 관심을 갖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그림 가격이 우리보다 열 배 정도 높게 거래될 정도로 미술이 활성화 되어 있다. 그들의 고민은 자신들의 선배들이 이룩해 놓은 철학이나 미학을 바탕으로 현대적 작품을 제작할 만큼 수준 높은 작가가 많지 않다는 데 있다. 그러기에 중국 미술 전문가의 시각에서 봤을 때 이용덕의 작품은 대단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음각으로부터 도출되는 양각적 형상은 동양의 전통적인 음양의 사상에 입각하여 볼 때,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일상사를 고민과 행복, 음과 양의 조화, 허와 실의 공존, negative와 positive의 상관 등 서로 상반되는 두개의 극을 압축하여 현대적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매우 수준 높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작품은 기억을 토대로 한 인상이라든가 시간과 공간의 변화 등 해석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많은 미학적 논리를 도출시킬 수 있는 저력을 지녔다.

그가 국내에 있을 때는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우수상과 대상을 연거푸 수상하며 유망 작가로 자리를 굳혔으므로 생계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고, 잘 차려진 밥상을 먹기만 하면 되는 편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작업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더욱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스스로를 압박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부인의 한 마디에 의해 이용덕의 예술은 큰 전기를 맞게 되었다.

“당신의 대표작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이용덕은 그 동안 국내에서 쌓아온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아무 것도 없는 무명의 예술가로 91년 독일로 떠났다. 이용덕은 독일에서 미술에 대한 그간의 생각이나 개념을 지우는 데 전력을 다했다. 심지어는 미술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드로잉이라는 개념마저 자신의 예술세계에서 지워버렸다. 고정관념이나 인습의 틀을 벗어나자 오히려 더 과감해지고 올바른 조각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용덕은 자신이 생각한 바를 만드는 데 조금도 거리낌이 없었다. 그는 집중하여 작업할 수 있는 시간대를 고려하여 점심 무렵에 일어나, 저녁 시간부터 아침 해가 뜰 때까지 쉬지 않고 작업한다.

작가 이용덕의 예술은 이러한 열정까지 더해져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장준석(미술평론가)

약력
現 :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및 대학원 졸업
베를린 예술종합대학 조소전공 및 마이스터쉴러 졸업

전시(개인/단체展)
1988 조각 개인전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1991 모순의 충돌과 그 수용 (최·갤러리)
1997 Kl. K. 7d. 24. 10. 1920. BERLIN
        (슐뮤지움/베를린시립미술관기획초대, 독일)
2000 존재의 양면에서 (모란미술관)
2003 Transfer-Both Sides of Existence
        (표갤러리/ KIAF)
2003 Transfer-Backward (표갤러리)
2004 Transfer (Art Chicago 2004-표갤러리/시카고)2004 Transfer-Still
        (서울 국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표갤러리)
2005 Depth of Shadow (중국미술관/북경)
2006 Depth of Shadow (마카오현대미술관/마카오)
        ransfer-Invert (보트웰 드레퍼 갤러리/호주)
1982~현재 서울조각회전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낙우조각회전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1987 현·상전 (그로리치)
1989 ’80년대의 형상 미술관 (금호미술관 개관 초대전)
1994 모르드 임 뮤지움전
        (하이마트뮤지움 기획초대, 베를린)
1997 Artists‘ Camp in ASO, Vol.5
        (오구니 야외조각전시장/규슈)
2000 미디어 시티 2000 (시립미술관)
2001 국제 교수 교류전 2001 (갤러리 베르나노스/파리)
2003 한·중의 현대조각[아시아세기를 열며-Part3] 
        (CASO갤러리/오사카)
        상하이 국제 미술제 (상하이마트/상하이)
2004 센프란시스코 아트페어
        (Fort Mason Center/센프란시스코)
        베이징 국제화랑 미술제 2004
        (중국과학기술 전시관/베이징)
       시카고 아트페어 2004 (Navy Pier/시카고)
2005 상하이 COOL (다륜현대미술관/상하이)
        쾰른 국제 화랑미술제 (쾰른메세/쾰른)
2006 상하이 비엔날레 (상하이미술관/상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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