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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조의 희말라야 여행기<9>

‘하늘 마을로 떠난 여행’- 히말라야의 소박한 마을

 

롯지를 따라 돌돌돌 흐르는 개울물 소리에 잠시 文明을 잊는다.

▶풍키텡가에서 디보체까지

풍키텡가에서 다시 쉬었다 가는 길에 산양을 만났다. 갑자기 눈앞의 바위 위에 우뚝 섰던 녀석이 좌우를 두리번거리다 언덕을 뛰어오르며 순식간에 사라진다. 야생 산양을 간혹 볼 수 있다곤 들었지만 너무 갑작스럽게 왔다가 사라져서 아쉬움만 남았다. 텡보체를 지날 때 안개가 짙어 한동안 앞을 가리기도 했는데, 소박한 일주문을 지나 널찍한 둔덕에 오르니 곰파(불교사원)가 자리하고 있다.

 

▶풍키텡가에서 디보체까지풍키텡가에서 다시 쉬었다 가는 길에 산양을 만났다. 갑자기 눈앞의 바위 위에 우뚝 섰던 녀석이 좌우를 두리번거리다 언덕을 뛰어오르며 순식간에 사라진다. 야생 산양을 간혹 볼 수 있다곤 들었지만 너무 갑작스럽게 왔다가 사라져서 아쉬움만 남았다. 텡보체를 지날 때 안개가 짙어 한동안 앞을 가리기도 했는데, 소박한 일주문을 지나 널찍한 둔덕에 오르니 곰파(불교사원)가 자리하고 있다.

마침 보따리장수가 운동화나 셔츠를 이고 와 파는 중이다. 승려들이 모여 물건 구경을 한다. 끝없는 오르막에 지친 몸을 잠시 쉬며, 허기를 채우고 뜨거운 차 한 잔으로 안개로 얼어붙은 몸을 녹였다.

 

 

텡보체(3천860m)를 지나면서부터 설산이 눈앞에 펼쳐진다. 간간이 관목들만 있고, 넓은 빙하 퇴적지의 돌밭에 들어서면서 하늘도 한층 가까워지고 설산도 뻗으면 닿을 듯 가깝다. 드물게 보이는 집은 돌을 넓적하게 쪼개어 지붕을 이고 이끼를 덮었다.

 

야크 똥을 말리느라 돌 벽 가득히 빈대떡처럼 눌러 붙였다. 담도 물론 돌로 쌓았다. 넓은 바위구릉에 어쩌다 만나는 집은 워낙 낮게 바위로 지어져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은폐술을 익힌 모양이다. 지붕 사방으로 연기가 조용히 피어났다가 벽과 담을 따라 이내 숨어버린다. 연기가 숨기 전에 눈에 띄어 사람 사는 곳인 줄 겨우 알았다.

어두워져 디보체(3천820m)에 도착했을 땐 온몸이 풀려 한동안 꼼짝하지 못했다. 언덕을 내려와 도착한 디보체는 물가에 자리를 잡고 있다. 몸이 으슬으슬한 게 감기와 두통 증세가 한꺼번에 나타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더웠다 추웠다 하는 통에 진이 빠진다. 새벽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아 저 멀리 설산이 내다뵈기도 한다.

 

10시 경엔 안개가 뒤덮으면서 추위를 몰고 오고 다시 오후가 되면 뜨거운 햇살이 옷을 벗긴다. 그러다가 서너 시 경에 비가 한줄기 쏟아지면서 추위를 몰고 오거나 안개가 산자락을 감고 돌면서 오한을 불러 온다. 해질녘엔 안개가 도망간 자리에 어둠이 한기를 안고 온다.

 

 

지리에서부터 걸어온다는 독일인 부자가 물가에서 간단한 정수 장치로 식수를 마련하는 중이다. 롯지를 따라 흐르는 돌돌돌 개울물 소리에 잠시 힘겨움을 잊어 본다. 물이 맑아 돌멩이 하나하나를 어루만지는 게 눈에 보인다. 두드리는 청아한 소리로도 맑은 걸 알겠다.

▶시간여행에서 길을 잃다.

하늘이 맑다. 포터랑 둘이 걸으며, 내가 이 길을 왜 가고 있는지 생각했다.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여길 왜 오려 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리워 안달하던 기억이 사라져버렸다, 가고 싶지가 않아졌다. 자꾸 나약한 생각만 들고, 어이없는 눈물만 흐른다. 힘들어서인지 며칠 혼자 있어서인지 까닭을 모르겠다.

 

지금 당장 돌아가고 싶다. 내려가고 싶은데 며칠을 걸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이도저도 못하고 끔찍하다. 등 떼밀어 온 것처럼 뭔가 억울하고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한시쯤 페리체(4천240m)에 도착해서 3시간을 그대로 잠에 빠졌다. 두터운 이불이 있어 달게 잤더니 몸이 한결 낫다. 마음도 잠시 진정이 되는 것 같다. 늘 티베탄 브레드를 먹어 왔는데, 오늘 저녁은 포크를 대니 튕겨져 나간다.

 

 

너무 튀겨서 아예 튀김이 되어버린 걸 안주인이 보더니 다시 내어온다. 크기는 우리의 파전만한데 아마도 철판에 통밀가루 반죽을 구워낸 짜파티를 다시 튀겨내는 게 아닌가 싶다. 티벳식 빵이라는 티베탄 브레드가 입에 잘 맞는다.

 

꿀이나 잼과 함께 주문을 해서 찍어 먹는데, 먹는 것도 귀찮을 때 한 조각 먹으면 좀 살 것 같다. 계란볶음밥도 먹을 만하다. 하루 종일 먹는 양이 터무니없이 적고, 밤에는 산소부족 때문에 나타난다는 두통(고산병 초기 증세)으로 잠도 못자고, 하루 종일 헐떡거리며 기다시피 하니 살이 안 빠질 수가 없다.

 

혼자서 별 이야기 상대도 없이 여러 날 산을 오르며 마음을 지치게 하는 것도 탈이 될 만하다. 말이라도 잘하면 마음의 탈이나마 덜 할만도 하지만, 지금은 달리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래저래 달래보는 수밖에. 고추장에 밥 좀 비벼먹으면 살 것도 같은데 ….

오늘 숙소는 나 혼자다. 포터 비까슈크라이가 아는 집인지 그곳으로 안내했는데, 많은 사람들은 앞집에서 묵는 모양이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휴게실에 온통 가족사진이라 세 아이는 어딨냐고 물었더니 카트만두에서 공부 중이라 한다. 부부와 친구 하나, 그리고 나까지 넷이서 난롯가에 앉아 밤을 보낸다.

 

 

저녁 7시 그들이 저녁을 먹는데 처음 보는 음식에 양념을 뿌려 먹는다. 먹는 게 힘든 나처럼 양이 적다. 남체를 넘어서면서 롯지에서 밝은 불빛을 보지 못했다. 태양열로 겨우 전등 한두 개 밝히는 정도라 그렇다. 디보체나 남체에선 가스온수기를 사용하는데, 루클라에서 부터 야크나 사람이 나르는 걸 생각하면 문명이 이곳에서 얼마나 귀한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밤늦게 롯지에 도착한 오스트레일리아인 두 명이 오면서 집주인과 그의 친구가 영어에 능통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어민에 가까울 정도로…. 집주인은 유명한 세르파라고 한다. 그는 30대 중반인데 에베레스트를 두 번, 아마다블람을 세 번이나 올랐다. 아마다블람은 6천000미터 급 봉우리이지만, 에베레스트보다 훨씬 어려운 칼날 같은 설산이다.

석가모니 부처의 고향, 룸비니를 아세요?

아직도 인도와 네팔은 부처님이 서로 자기나라 사람이라고 싸운다고 하지만 석가모니 부처님이 태어나신 곳은 네팔의 룸비니이다. 그리하여 많은 불자들이 이 성지를 찾아오는데 우리나라 불자들도 꽤 있다.

룸비니는 부처님의 탄생지답게 많은 불교 유적들이 남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은 마야데비 사원과 마야데비 연못, 아쇼카 석주 등이다. 마야데비 사원에는 마야부인이 나뭇가지를 붙잡고 부처님을 낳는 장면이 새겨진 부조가 있는데 임신을 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하도 이 돌을 만져서 반질반질하게 닳았다. 마야데비 연못은 마야부인이 부처님을 낳은 직후 처음 부처님을 목욕 시킨 곳이라고 한다. 그리고 유명한 아쇼카 석주는 인도의 아쇼카 왕에 의해 기원전 250년에 세워진 것으로 부처님의 탄생에 대한 글이 새겨져 있다.

룸비니 국제사원구역에는 대성석가사라는 한국 절이 있어 불교신자는 물론 여행자들에게도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해준다. 들르게 되면 사원 내에서 예의를 갖추고, 떠나기 전에는 적당한 시주로 여행자의 도리를 지켜주기 바란다.

룸비니를 가려면 카트만두나 포카라에서 버스나 비행기로 바이와라까지 간 다음에 다시 룸비니행 버스를 타야 한다. 바이와라에서 룸비니까지는 22Km이다.

※ 자료도움 : 네팔짱 (www.nepal-jj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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