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조의 희말라야 여행기<11>
김필조의 희말라야 여행기<11>
  • 경기신문
  • 승인 2007.05.1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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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을 듯 말듯 山은 쉽사리 다가오지 않았다… 산행의 반환점 ‘로부체’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 모두가 휘청거린다….
한걸음, 한걸음 겨우 끌며 오르는 사람들… 나도 따라 허우적 거린다.
끝도 없는 돌밭을 따라 비척거리는데 아무리 걸어도 제자리다.


* 기억상실이 고산병일까?

6시에 눈을 뜨고 나오니 구름 한 점 없다. 집 앞 개울에서 돌밭을 따라 물 흐르는 소리가 경쾌하다. 낮은 징 소리도 아니고 장고나 북이 울리는 소리도 아닌데 머릿속으로 흘러서 맑다. 가야금 소린가? 어쩌면 가야금 삼중주로 뜯던 캐논변주곡 후반부가 저럴까. 돌돌돌 구르고 통통 튀고 잦아들고 휘감고 토닥거린다.

종알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고개를 돌려 하늘을 보았다. 넘칠 듯 찰랑거리는 하늘을 보며 한 동안 멈춰 서 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넘쳐 버릴 푸른 바다. 벗고 뛰어들고 싶은 걸 참는다. 얼음이 녹아 흘러 든 물이 얼마나 차고 깊을까. 산 그림자를 덮은 돌집에는 연기가 피어난다.

물 한 주전자 부탁해 세수하고, 양치질을 하고 떠나려니 짙은 안개가 마을을 덮었다. 걷힐 때까지 떠날 맘이 생기질 않는다. 기다리자! 10시가 넘어 로부체(4천910m)로 향했다. 지금까지 걸어 온 날들 중 가장 힘이 든다. 뒷머리도 심하게 아프고 숨 쉬기도 힘들고, 갈지자로 걷고 있는 게 느껴진다.

▲ 다 왔다. 고락셉의 롯지가 보인다. 오른쪽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와 쿰부 빙하, 왼쪽은 칼라파타르 언덕.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 모두가 휘청거린다. 한걸음, 한걸음 겨우 끌며 오르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따라 허우적거린다. 끝도 없는 돌밭을 따라 비척거리는데 아무리 걸어도 제자리다. 산이 쉽사리 마음을 내어 다가오지 않는다. 걸친 게 모두 거치적거려서 몸도 내버리고 싶다. 바람과 안개로 온몸이 시리다.

사람들이 왜 이 언덕을 오르는지 모를 일이다. 이미 난 잊어버렸다. 왜 이곳을 오고자했는지, 여기에 왜 서 있는지 아무리 기억하려해도 떠오르질 않는다.

* 반환점에 다다르다.

로부체에 오니 객실에 전기가 없다. 식당에서도 작은 백열등에 겨우 보일 정도다. 처음 우모복을 입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더워서인지 식은 땀인지 온 몸을 적셨다. 다시 추워 누운 이부자리에서 선잠을 자다 몸을 일으켰다. 아침에 계산을 하니 방값이 400루피(약 8천원)나 한다.

남체에서는 모르고 들어갔던 곳의 시설이 워낙 좋았던 터라 300루피였고 이후로는 100~200루피 정도였다. 에베레스트가 가까이 오자 게스트하우스도 선택할 여지가 없고, 시설과 무관하게 가격도 올랐다.

먹거리 가격도 조금씩 올랐다. 높이 올라갈수록 선택의 폭도 줄지만 식성에 맞게 먹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생각보다 많은 먹거리가 나열되어 있어 오며가며 다 먹어보기도 힘들다.

남체에서는 메뉴판에 올라있는 것이 150~200가지나 되었다. 가격도 대체로 200루피 이하로 크게 비싸지는 않다. 특이한 것은 뜨거운 물이나 차를 잔(Cup)으로만 파는 것이 아니라 대, 중, 소로 나눈 커다란 보온병(Pot)에도 담아 판다는 거다. 혼자일 때는 작은 보온병만으로 밤새 따뜻한 차를 마실 수 있다.

▲ 추워서 쉴 맛도 안난다. 로부체 가는 길에 잠시 쉬어가는 여행자들.
고락셉(5천140m)에서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EBC)를 갔다가 내려오는 미스터 한과 람바부를 만났다. 다른 한국인도 만났다. 나보다 하루가 빨라 하산하는 중인데, 사람이 많이 지쳐 보인다. 나도 저래 보일까? 그리워하고 꿈꾸던 대상을 만나고 돌아가는 그런 얼굴은 분명 아니다. 페리체 이후 사람들 걸음은 유난히 지쳐 보인다.

거북이 보다 느리게 지겨운 언덕을 땅만 보고 걷는 사람들. 심신이 지쳐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은 다들 자기가 왜 이 고생인지, 떠오르지 않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래도 내일이면 칼라파타르다. 내일 칼라파타르(5천550m)엘 갔다가 바로 내려가야겠다. 포카라 가서 며칠 쉬어야지. 도저히 힘들어서 진절머리가 난다.

에베레스트를 오르던 지난 일정 내내 두통, 기침, 콧물이 멈추질 않았다. 페리체에서 오를 때는 정신이 몽롱하고 현기증으로 비몽사몽이었다. 어떻게 걸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서너 시가 되자 1미터 앞을 가리는 안개에 눈까지 날리는데 인도인들 몇이서 일몰을 보러간다고 나선다.

짙은 안개 속에서 무슨 놈의 일몰인지. 오늘 숙소는 어제보단 낫다. 아마도 값은 더 할 테지만 이불도 넉넉하고 난로까지 따뜻해서 피로가 풀리고 나른하다.

남체 이후 세수도 거의 못했다. 수염도 네팔 온 이후 깎은 일이 없어 몰골이 말이 아니다. 미스터 한과 한참 얘기를 나눴다. 촐라패스 넘는 일은 포기하기로 맘을 먹었다. 갔다 온 친구들 말이 길잡이 없이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비까스(오른쪽)와 또 다른 포터. 기온이 뚝 떨어졌다. 난롯가에 모여 포터들도 함께 몸을 덥힌다.
길잡이야 곁에 있는 비까스가 대신 해도 될 일이지만 몸이 한사코 가지 말라고 보채는 통에 낸들 어쩔 수가 있어야지. 무모하게 가느니 서둘러 내려가서 쉬고, 푼힐(안나푸르나(8천091m) 히말라야 가는 길의 언덕)이나 다녀와야 할까 보다. 고소(고산병)에 좋다는 약을 네 알 얻어서 우선 한 알을 먹었다.

열 두 시간 지속한다는데, 내일 아침에도 상태 안 좋으면 한 알 더 먹어야겠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이사람 저사람 할 것 없이 자다가 일어나 숨을 헐떡이고 두통에 시달리고 약도 먹는다고 한다. 손이 저리고 손발에 약간의 마비가 온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한 선생과 내일 아침 다섯 시 반에 만나 함께 가기로 했다. 칼라파타르 오르다가 중간에 포기했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은 터라 자기 전에 남모르게 빌어 본다.

* 네팔 배낭여행을 위해 뭘 준비할까?

짐이 줄면 발걸음이 가볍다.

서류- 여권(유효기간 6개월 이상일 것)/사진(비자신청, 입산허가, 예비용)

여행장비- 배낭 : 배낭(30리터~45리터)-자물쇠를 채울 수 있는 것으로 준비하고, 보호와 눈비에 대비하기 위한 배낭커버도 함께 준비한다.

- 복대(옷 속에 착용하는 얇은 돈 주머니)/작은가방(힙쌕, 허리쌕 등)

- 신발 : 고어텍스 소재의 가벼운 방수등산화와 샌들/슬리퍼

- 옷 : 가볍고 잘 마르는 것으로 준비한다. 여행 중에 예쁜 옷을 고르는 것도 괜찮다. 윈드자켓 또는 폴라텍 고어 자켓(방풍, 방한, 방수)도 하나 준비 한다.

- 침낭(얇은 것) : 이불이 청결하지 못할 때 유용하다. 네팔에서 트래킹을 할 때는 추워 죽을 지경이니 필수.

- 소품 : 물병(플라스틱:트래킹에서 따뜻한 물을 넣어 침낭 속을 데울 때 좋다.)/배낭 자물쇠/끈(묶을 때, 널 때, 걸어둘 때)/세면도구/스틱 2개(체중 부담을 20% 정도 분산시켜준다.)/전등(헤드랜턴)/햇볕가리개/손목시계, 얼굴모자(Balaclava-트래킹에서 잠잘 때 체온보호)/만능 어댑터(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쓸 수 있는 어댑터)/잡주머니, 밀폐형 비닐/디지털카메라 등의 전자제품/여행안내서, 지도, 필기구/외용상처치료제나 설사약, 비타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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