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룡문]주민등록 공개경쟁
[창룡문]주민등록 공개경쟁
  • 경기신문
  • 승인 2007.07.1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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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객원 논설위원>
대한민국에서 개인의 주민등록 공개경쟁이 시작됐다.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려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자신과 가족 친지의 주민등록을 공개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강권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주민등록 초본이나 등본은 개인과 가족 친지의 비밀을 지키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고 마구 공개해도 된다는 공식을 성립케 한다. 어느 사회에서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나서서 사생활의 기밀을 세상에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뒷조사와 폭로와 보복의 풍조 속에서 개인의 인권은 유린되거나 말살당하고 말 것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가족에 대한 주민등록 초본을 박근혜 전 대표의 캠프에 속한 인사가 불법으로 유출해 이 예비후보를 공격하는 데 사용했다는 정황이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포착된 후 수세에 몰렸던 박근혜씨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등록등·초본을 비롯한 개인 신상명세 자료를 비롯한 개인 신상명세 자료를 국민 앞에 떳떳이 공개키로 결정했다”며 “이날 오후 중 홈페이지에 자료를 올리고 여의도 선거사무소에도 비치해놓겠다”고 밝혔다. 그녀의 말에 동조하듯이 여권의 예비후보들이 주민등록 등초본을 공개하겠다고 일제히 복창하고 있다.

인터넷 강국인 대한민국에서 개인의 신상정보가 마구 유출돼 정보공해 현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 나라의 대권을 넘보는 사람들이 자신의 기본권을 방기함은 물론 자신과는 별도의 인격체인 가족의 신상을 무슨 부속물이나 되는 것처럼 함께 공개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사생활을 공개하는 행위가 선구자의 결단인양 호도한다면 이것은 현대판 인민재판의 개정(開廷)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주민등록 등초본은 개인의 신상정보의 핵심이다. 그 비밀이 보장되지 않는 한 개인의 안전과 행복추구권은 심각하게 손상될 우려가 농후하다. 권력이 무엇이길래 그것을 획득하려는 사람들은 자신을 매장할 수 있는 결정적인 치부는 은폐하면서 인권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주민등록 등초본만은 공개하겠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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