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석의 작가탐방<22>-문봉선의 예술세계
장준석의 작가탐방<22>-문봉선의 예술세계
  • 경기신문
  • 승인 2007.07.2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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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한국의 수묵 正道를 걷다

정통적인 수묵을 현대화시킨 정도(正道)의 화가

요즘에는 화가라는 직업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여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면 누구나 화가라고 내세워도 무방한 분위기다. 자칭 화가나 아마추어적인 작가도 많고, 미술공모전은 이름이 헷갈릴 만큼 많다. 평론활동을 해오던 한 이론가가 서울의 모화랑에서 개인전을 한다는 이야기를 얼마 전에 들었다. 그림으로 명성을 떨치고 부유하게 되는 이는 소수에 불과한데도 이처럼 많은 이들이 그림을 그리거나 거기에 미련을 갖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리 화단에서는 많은 수의 화가들만큼이나 다양한 기질과 성향의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필자는 이렇듯 많은 작가들 속에서 정말로 예술가다운 예술가가 누구인지 여러 번 생각해 보았다. 훌륭한 작가를 선별해 내는 것도 평론가의 주된 역할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많은 화가들 중에서 그 자질이나 예술성 면에서 뛰어난 작가는 의외로 드물다. 외국의 미술과 너무 유사하거나 혹은 자신만의 예술적 언어가 부실한 경우가 적지 않다. 게다가 요즘처럼 그림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는 때는 상업성에만 치중하여 자신의 독창적인 화풍마저 바꾸어가며 잘 팔릴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도 있다.

이런 면에서 필자가 문봉선(文鳳宣)을 주목하게 된 것은 상당히 오래전 일이다. 그의 거침없는 예리한 필력과 먹의 깊이감, 그리고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의 화풍을 독창성 있게 묵묵히 전개시키는 작가적 기질 등이 좋았기 때문이다. 가끔의 우연한 만남이나 전화 통화를 통해 그가 열심히 자신의 세계에서 정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하였다.

화가 문봉선의 집안은 대대로 미술에 뛰어난 감각을 지니고 있었으며, 그의 숙부는 일본대학(日本大學)을 다니면서 화가를 꿈꾸었으나 폐렴으로 꿈을 이루지 못하였다. 문봉선은 어려서부터 그림에 소질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그림을 무척 좋아하였다. 따라서 그림 그리는 것을 즐겼으며 좋은 그림을 배우고 훌륭한 화가가 되고자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피는 속일 수 없다.’고 생각하여 문봉선이 그림 그리는 것을 방해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문봉선이 들려주는 어린 시절 이야기는 눈 내리는 겨울에 한적한 시골의 어느 방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듯하였으며, 중국의 대화가인 서비홍(徐悲鴻)이나 장대천(張大千)의 그것만큼이나 흥미로웠다. 그는 그림에 대한 갈증 때문에 고등학교 2학년 때 고향 제주도를 몰래 떠났다. 그리고는 ‘안성호’라는 배를 타고 목포를 거쳐서 서울로 갔다. 서울에서 강요배, 고영훈, 박재동 등 좋은 선생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의 그림은 많은 영향을 받았다.

문봉선은 중국에서 4년여의 시간에 걸쳐 중국 대가들의 그림을 보고 느끼면서 그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귀중한 미술품들이 많기로 널리 알려져 있는 중국 남경박물관에서 수준 높은 그림들을 많이 접하면서 그림에 대한 안목을 키워나갔다. 문봉선의 작업실에 꽂혀있는 중국 대가들의 다양한 화집들은 그가 동양화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대화를 하던 중 그는 ‘중국 원대의 대화가인 황공망(黃公望)의 그림과 심주(沈周)의 그림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는 중국 화가들의 화풍과 특징을 어느 정도 꿰뚫고 있는 듯한 표현이라서 흥미로웠다. 자신의 시각을 당당하면서도 깊이가 느껴질 만큼 표현하는 한국의 화가나 이론가는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절개를 지켰던 송말 원초 정사초(鄭思肖)의 난 그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작가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그의 난 그림은 매우 독특하다. 아마도 실물을 수없이 보고 그린 그림일 것이다.”라고 답하였다. 정사초의 난 그림은 매우 독특하며 귀하여 요즘엔 화집이나 도록을 통해서도 거의 볼 수 없는데도 그는 잘 알고 있는 듯하였다.

문봉선을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그의 ‘그림에 대한 큰 틀’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정통적인 수묵을 현대화시킨 화가로서 수묵의 정도(正道)를 걷는 대표적인 작가라 할만하다. 작가의 수묵 그림은 빼어난 필력으로 대상에 대한 힘을 잘 담아낸다. 한국의 자연경관을 실사(實事)하고 그 안에 담겨져 있는 자연의 에너지를 화폭에 담는 그의 그림에서는 남다른 힘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문봉선처럼 수묵을 정통적으로 익혀 자신의 감성으로 소화해서 표현하는 작가는 아마도 드물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그림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좀 더 진지하게 수묵의 세계에 접근하고자 한다.

이처럼 진지한 예술세계를 추구하는 문봉선은 겨울에 추운 작업실에서 붓이 꽁꽁 어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어렵게 그림을 그린 경험이 있다. 그는 붓이 얼지 않도록 하여 자연스러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방법을 위해 고민하다가 소주로 먹을 갈면 붓이 얼지 않음을 터득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붓을 얼지 않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소주에 먹을 갈았어요. 정말 먹물이 얼지 않았고, 그림을 제 때 그릴 수 있어 느낌이 좋았어요.” 또한 소나무 하나를 완벽하게 그릴 때까지 끝까지 매달리면서 사생의 기본을 깨달았다. 그는 이처럼 그림의 깊은 이치를 스스로 터득하고자 노력하는 화가인 것이다. 자신의 그림에 도움이 될 만한 화가가 서울 연희동에 살고 있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몇 시간을 물어물어 찾아간 적도 있다. 그만큼 문봉선의 그림에 대한 열정은 남달랐고 진지했다.

그림이 좋아서 무작정 상경(上京)하여 많은 고생을 하며 그림을 배운 문봉선은 이제 수묵에서 가장 한국적인 냄새를 지닌 작가로 성장하였다고 생각된다. 요즘처럼 국적 불명의 그림들이 판치는 우리의 화단에서 그의 그림은 신선하고 친근한 자극과 카타르시스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외국의 어느 미술 전문가의, ‘한국의 그림은 자신들의 삶의 냄새가 난다기보다는 유럽의 어느 그림을 보는 듯하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떠올리면서 그의 예술세계에 거는 기대가 크다.

“먹을 다루는 것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화가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라는 문봉선의 우려 섞인 말이 필자의 가슴에 와 닿는다. 작가 문봉선은 이 시간에도 우리의 삶의 냄새가 우러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우리의 향기가 나는 그림을 가슴으로부터 자아내는 그의 모습에서 한국 미술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었다. ■글= 장준석(미술평론가)

<약력>

1961 제주생

1984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1986 홍익대학교 대학원

2004 중국 남경예술학원 박사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개인전>

2007 제13회 개인전(학고재)

2006 제12회 개인전(쏘카아트센터.타이뻬이)

2005 제11회 개인전(아트포럼뉴게이트)

2003 제10회 개인전(POSCO 미술관)

2003 제9회 개인전 (쏘카아트센터,북경)

2002 제8회 개인전 (선화랑)

1999 제7회 개인전 (학고재, Seoul Art Space)

1997 제6회 개인전 (진화랑,부산)

1996 제5회 개인전 (학고재)

1994 제4회 개인전 (학고재)

1991 제3회 개인전 (금호미술관)

1989 제2회 개인전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1985 제1회 개인전 (관훈미술관)

<단체전>

2007 비평적 시각전(인사아트센터)

IT TAKES TWO TO TANGO(금호미술관)

2005 서울미술대전(서울시립미술관)

서울 미술대전-회화(서울시립미술관)

모인화랑 이전 기념전(모인화랑)

타이베이 국제 예술박람회(타이베이국제무

역회관 ART TAIPEI)

북경 국제 아트페어(CIGE 북경 국제 무역 중심)

한국 국제 아트페어(KOEX)

경원대학교 K-ART SPACE 개관기념전(경원

대학교)

동아미술제 미술동우회 초대전(서울 국제 디자

인프라자)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동문전(공평아트센터)

한, 중 현대 수묵전(서울시립미술관)

한국 회화- 이 시대의 지평전(타블로갤러리)

2005 대한민국 국제 환경 미술 엑스포(KOEX)

전통으로부터의 사유(목인화랑)

산수-심미적 이상과 현실전(윈체스터대학

갤러리)

소나무전(목인화랑)

2004 아시아신의미술교류전(타이난문화에술회관)

사유와생성전-산수풍경전(월전미술관)

한국현대작가초대전(서울시립미술관 남서

울분관)

제4회 심천국제수묵비앤날레(중국심천관산

월미술관)

제13회제주미술제(제주국제컨벤션션터)

금호미술관15주년기념전(금호미술관)

한국풍경- 한국현대회화전(모스코바 노빅마

네쥬미술관)

2004 한국현대작가초대전(서울시립미술관 남서

울분관)

2003 眞景- 그 새로운 제안전(국립현대미술관)

2002 한국의 빛과 색(서울시립미술관)

2001 수묵의 향기, 수묵의 조형전(국립현대미술관)

1998 현대 수묵화 위상전(한원갤러리)

1996 96서울미술대전(서울시립미술관)

대상수상작가전(국립현대미술관)

1995 제 1회 한국일보 청년 작가 초대전(백상기념관)

1992 선묘와 표현-1992 현대 한국회화전(호암갤

러리) 외 단체전다수

<수상>

2002 선미술상수상(선화랑)

1987 중앙미술대전 대상 수상(호암갤러리)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 수상(국립현대미술관)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문인화) 수상(국립현

대미술관)

1986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회화) 수상(국립현대

미술관)

<주소 /연락처>

121-838 서울 마포구 서교동 358-91

집 : 02)334.5500 H.P: 017-208-5501

학교 : 02)320-1205

Fax : 02)31428787 E-mail : brush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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