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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선행과 파렴치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선행은 모든 고등종교의 창시자들이 칭찬하고 권장해 마지않는 도덕의 으뜸 덕목이요, 정상적인 인간이 지향해야 할 품성의 기준이다. 아니 사이비 종교의 교주나 사기꾼들도 겉으로는 선행을 가장하면서 속으로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거나 침 뱉을 짓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파렴치는 살인, 강간, 강도, 사기, 횡령 등 야비한 행동을 총칭한다. 파렴치범은 생시나 사후에 그에 상응한 벌을 받게 돼 있다. 하지만 선행과 파렴치의 한계가 분명치 않은 경우가 있다.

가령 정치인이 입으로는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지도자가 되겠다고 호언하지만 입만 열면 거짓말을 늘어놓고 더러운 돈을 챙기는 데 귀신 뺨치는 솜씨를 발휘하거나 경영인이 우수 경영인상을 받았지만 거느리는 종업원들을 노예처럼 부리거나 사회복지 관련 종사자가 노약자나 장애인들에게 돌아갈 혜택을 빼돌려 독식한다면 민심은 이런 이중인격자들을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파는 무리로 폄하하며 손가락질한다.

경북 지방의 의사 강모씨는 2001년 7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골밀도 검사를 받으러 온 농촌의 가난한 50∼70대 여성 환자들로부터 296차례에 걸쳐 본인부담금 7천원을 받지 않은 대신 요양급여를 청구했다. 그의 선행이 알려지자 이 병원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보건복지부는 올 2월 “의료법에서 금하고 있는 환자 유인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강씨에게 2개월 동안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의환 부장판사)는 강씨가 그 처분이 부당하다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가 위반 행위를 통해 얻은 이득이 200여만 원에 그친데다 본인부담금을 안 받은 대상이 주로 농촌에 사는 고령의 여성 환자들인 점, 적극적으로 환자 유치를 했던 게 아니라 소액의 진료비를 깎아준 점 등에 비춰 위법성이 비교적 경미하므로 2개월 자격정지 처분은 지나치게 무겁다”고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이처럼 선행이 파렴치로 비칠 수 있으므로 세상살이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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