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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숭례문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우리는 국보 제1호마저 지키지 못하는 국민인가? 국보 제1호요, 서울에 남아 있는 목조 건물 중 가장 오래된 숭례문(일명 남대문)에 불이 나 누각이 전소되고 지붕을 포함한 석조물이 모조리 무너졌다. 10일 오후 8시 48분경 누각 2층 지붕에서 흰 연기와 함께 솟은 불길은 소방당국의 진화작업에도 불구하고 11일 0시 25분경 2층 누각을 전소시키고 0시 58분 지붕 뒷면을 무너뜨린 후 1시 55분경에는 지붕을 포함한 석조물 전체를 붕괴시켰다. 불이 나자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가 손실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불을 꺼달라”고 소방당국에 주문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은 불이 난지 40여 분만에 훈소상태(연기만 나는 상태)가 되자 불이 잡힌 것으로 오판한 것도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의 관문이요, 대한민국의 자랑이었던 숭례문이 불타기 전 상주하며 감시해온 사람은 전혀 없었다. 건물 안의 복잡한 전기시설에서 불이 났건, 방화범이 불을 질렀건 간에 관리들의 무능과오판, 방화라면 미친 자의 충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인재(人災)임에 틀림이 없다.

보물 제1호인 서울의 동대문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수원의 팔달문과 장안문 등도 인재의 요인을 안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불이 나면 목재건물은 그것이 국보건 보물이건 세계문화유산이건 잿더미로 변하고 만다. 조상이 물려준 고귀한 문화유산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관리들은 불이 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불이 나면 즉시 꺼야하거늘 손실을 우려하다 전소시키는 오판과 망동을 화재 현장에서 드러내고 말았다. 태조 4년(1395)에 짓기 시작하여 태조 7년(1398)에 완성됐으며 세종 29년(1447)에 고쳐 지은 아름다운 숭례문, 예의를 숭상하자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 문을 소실한 우리는 앞으로 예의는커녕 무슨 염치로 ‘문화민족’을 운운할 것인가? 하늘이 대한민국에 또 어떤 혹독한 재앙을 떨어뜨릴지 두렵다. 우리는 큰 재앙을 자초하지 않도록 근신하면서 재앙을 철저히 예방하는 국민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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