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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숭례문과 노무현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역사적 사건들은 여러 가지 원인을 지닌 채 나름의 과정을 밟아 전개되고 반드시 당대나 후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역사가들은 어떤 사건에 접하면 편견을 배제한 채 상대적 관점에서 사실을 엄밀하게 수집하고 종합적으로 해석한다. 역사가들이 사관(史觀)을 반영하기는 하지만 이상과 같은 기본을 벗어나서 멋대로 자기주장을 펴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은 아전인수(我田引水)에 능란하며 변명과 합리화 그리고 조작의 자질이 귀신의 뺨을 칠 정도로 출중하다.

숭례문이 전소되자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물론 범인 채모씨가 주범이요 원흉이다. 여기에 누가 원인을 제공했으며 또한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하느냐를 따질 경우 문화재관리에 먹통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측과 숭례문을 개방하는 주역이었던 이명박 당선자측이 상대방을 향해 서로 물고 늘어지고 있다. 한편 주범은 14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나서면서 “수차례 전화도 했고 고충처리 위원회에 진정해도 잘 들어주지 않았다. 이 일은 노무현 현 대통령이 시킨 것”이라고 엉뚱한 말을 늘어놓기도 했다.

말하기를 참으로 좋아하는 노대통령은 지난 10일 밤 숭례문이 전소되는 동안이나 그 후에 애도의 표현을 단 한 마디도 안하고 있다. 국민들은 숭례문의 잔해 앞에 국화를 바치고, 못 지켜서 미안하다는 뜻으로 무릎을 꿇기도 하는데 한 나라의 대통령이 청와대에 깊숙이 박혀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다는 뜻인가, 숭례문 불이 자신과 상관없으며 책임질 일도 아니라는 뜻인가.

노대통령은 폐허가 된 숭례문보다는 퇴임 후 돌아갈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의 화려한 자택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는지 모른다. 국보 1호가 비명에 간 흉사를 맞아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에 싸인 국민들이 국장(國葬)이란 이름으로 애도하고 있는 동안 노사모를 비롯한 40여 개 지역·사회단체들은 노대통령 환영추진위원회를 만들어 귀향식장에 1만 명을 동원할 예정이라 한다. 상중(喪中)에 박수 치는 사람은 ‘미친×’이란 말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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