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칼럼] 고개숙인 경기지방경찰청장
[편집국장칼럼] 고개숙인 경기지방경찰청장
  • 경기신문
  • 승인 2008.03.31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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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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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사과 긴급 기자회견 일산서 또 어린이납치 발생
경찰 취객소행 수사 마무리 직무유기·태만 자성 촉구
▲ 김찬형<편집국장>

“경찰의 안일한 대처에 대해 깊이 사과드리고 범인을 조기검거하겠습니다.”

인구 1천100만 경기도의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김도식 경기지방경찰청장이 31일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실종아동 종합대책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일산에서 다시 어린이 납치미수사건이 발생해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국민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지난 8일 경기도 출신으로 처음으로 경기지방경찰청장에 취임한 김도식 경기지방경찰청장.

지난 11일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의 한 야산에서 안양 실종 초등생 이혜진(11)양의 암매장 시신이 발견된 데 이어 이틀 뒤인 13일 용의자의 자백으로 우예슬(8) 양의 토막사체까지 발견되자 국민들의 경찰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다. 김 청장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채 안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같은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26일 국민들은 또 다시 경악하고야 말았다. 고양 일산 대화동의 한 아파트 단지 엘리베이터내에서 40~50대로 추정되는 남자가 여자 초등생 강모(10)양을 무차별 구타하고 제2의 범죄를 저지르려는 장면이 CCTV에 촬영됐고 이웃 여대생의 기지로 간신히 탈출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취객의 소행으로 덮으려 했다.

정보통인 김 청장은 경기도 이천 출신으로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지낼 정도로 치안에 대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어청수 경찰청장이 전국 최대 규모의 치안수요를 안고 있는 경기지방경찰청장에 주저 없이 임명할 정도다. 그런데 그가 취임하면서부터 연이어 악재가 터졌다. 물론 치안총수나 수뇌부가 치안부재의 책임을 모두 짊어 질 수는 없다.

하지만 안양초등생 수사에서 드러난 수사의 문제점은 국민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안양초등생 실종사건은 용의자의 혀에 놀아난 사건 당일의 허술한 행적수사, 지구대가 용의자를 수사하는 상식밖의 엉터리 초동수사, 형식적인 1차 혈흔조사 등으로 ‘장님문고리 잡기’, ‘뜬구름잡기’ 수사라는 비난이 쇄도했다. 묘한 인연인지 모르지만 김 청장은 지난 1988~1989년도에 안양경찰서에서 보안과장으로 일한 바 있다. 필자도 당시 안양경찰서 출입기자로서 김 청장의 일에 대한 열정과 전문성을 잘 알고 있다.

일벌레라 할 정도로 현장을 철저히 챙기는 김 청장은 취임직후 안양 초등생들의 사체가 발견되자 수사본부에서 밤샘해가며 사건해결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나 악재는 또 다시 김 청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고양 초등생 납치미수사건이 발생한 지난 26일은 경찰청에서 ‘어린이 납치·폭행 종합치안대책’을 발표한 날이어서 그에겐 더욱 수치스러운 사건이 되고 있다.

당시 강양을 구출하는데 도움을 준 여대생 장 모양의 아버지는 경찰에게 “딸이 범인을 쫓아 가려고 했으나 흉기가 있다고 강 양이 이야기해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고 경찰도 CCTV 상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흉기를 확인했다. 그러나 분명한 납치 미수 정황에도 불구하고 이 남성에게서 술 냄새가 났고 행색이 초라했다는 진술 등을 근거로 대화지구대는 취객이 벌인 단순폭행사건 이라며 일산경찰서에 사건을 넘겼다.

경찰 내부지침에 따르면 납치미수사건의 경우에는 상급부서에 상황 보고와 함께 비상소집을 해 피해 상황을 확보하고 주변 진술을 듣는 등 인질강도사건에 준하는 초동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경찰에서 폭력 사건으로 판단하면서 사건이 발생한 지 3일 뒤에야 전담반이 배정되는 등 초동수사가 거의 이뤄지지 못해 용의자를 조기에 검거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

하지만 경찰은 30일에는 일요일이라는 이유로 수사조차 하지 않는 등 안일하게 대처했고 강 양의 어머니(40)에게 사건을 언론에는 알리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무책임하고 원칙을 무시한 경찰에 여론이 들끓자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섰다. 이 대통령은 31일 오후 일산 경찰서를 찾아 “일선 경찰은 아직도 생명의 귀중함을 너무 소홀히 하고 있다”며 “국민들을 더 이상 실망시키지 말고 정신을 차리라”고 질타했다.

‘열명의 포졸이 한 명의 도둑을 잡기 힘들다’는 말이 있다. 치안수요가 급증하고 범죄자가 날뛰면서 경찰력이 일일이 미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소중한 목숨이나 재산이 경찰의 고질적인 직무유기나 직무태만으로 위협받아서는 안된다. 그리고 인력부족 등 어떠한 이유로든 합리화될 수 없다. 다시는 경기경찰의 치안총수가 국민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는 일이 없도록, 그리고 대통령까지 나서는 부끄러운 일이 없도록 경찰의 자성을 촉구한다.

김찬형<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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