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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회자정리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불가(佛家)는 만나는 자는 반드시 헤어진다는 인간 세상의 이치를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한 마디 말로 압축한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은 일리가 있지만 짧은 인생의 내용을 설명하지 못하고,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는 말은 밤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지만 환락이나 음모의 냄새를 풍긴다. 그러나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우리네 삶에서 헤어짐은 충격을 준다.

만남은 연결이요, 헤어짐은 단절이다. 손과 손을 마주 잡고, 마음과 마음을 합하는 것이 만남의 특성이다. 물론 형식적으로 결합하고 마음으로는 멀리하는 만남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것은 만남의 원초적 개념을 벗어난다. 진정한 만남은 정을 전제로 한다. 그것을 끊는 것이 헤어짐이다. 사람이 연결고리를 끊을 때 아쉽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헤어질 때는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이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는 사람은 같은 시간에 죽을 확률이 거의 없다. 따라서 누구든지 죽음을 맞는다. 산 자와 죽은 자는 헤어지는 아픔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살면서 만나지만 어떤 사정에 의해 불현듯 헤어지기도 한다. 헤어질 때 인사도 못하는 경우마저 있다. 복잡하고 위험한 세상은 불확실성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헤어짐도 극적으로 온다. 엊그제까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었던 사람도 임기가 끝나거나 선거에서 낙선하면 서둘러 짐을 싸야 한다. 재벌의 총수도 중대한 범죄에 연루되면 어쩔 수 없이 물러나야 한다. 사업에 실패하여 큰 빚을 진 사람은 재기할 때까지 잠적한다. 전쟁터로 가는 장병들은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 곁으로 못 돌아올 가능성 때문에 착잡하다.

헤어지는 사람들은 가슴이 아프지만 만나는 자는 반드시 헤어진다는 이치를 거스를 수는 없다. 눈길 한번 마주치고, 옷깃 한 올 스쳐도 인연이란 말이 있다. 헤어지는 사람들은 그동안의 인연을 곱게 간직하면서 모여 사는 인간세상에서 또 다른 만남을 준비해야 한다. 독자 여러분과 필자도 이 졸문을 끝으로 헤어질 때가 되었다. 여러분의 건승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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