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칼럼] 무책임한 휴교와 폐교
[편집국장칼럼] 무책임한 휴교와 폐교
  • 경기신문
  • 승인 2008.04.2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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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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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찬형<편집국장>

학습권과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거나 침해당할 위기에 놓인 학생과 학부모들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단어다.

오는 8월말 폐교 예정인 파주 군내초등학교가 폐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을 갖게 됐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파주 군내면 백현리 주민들이 낸 폐교 이의 신청에 대해 파주교육청에 군내초 폐교 방침을 재검토하라고 시정권고했다.

국권위는 또 경기도교육청에는 파주교육청이 제출한 ‘경기도립학교 설치조례 개정안’을 반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결했다. 당초 파주교육청은 교육환경 개선과 교육재정 효율화를 이유로 3학급 15명 복식학급으로 운영되는 군내초를 마정초와 통·폐합 하기로 했고 지난달 군내초 폐교 방침 입안인 ‘경기도립학교 설치조례 개정안’을 도교육청에 제출했다.

이에 반발한 군내면 주민들이 지난달 20일 국권위에 이의 신청을 했으며 파주교육청 등 관계기관이 협의해 이날 국권위의 의견이 전달된 것이다. 국권위는 “군내초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소규모학교 통폐합과 적정규모학교 육성계획 등에 의해 통·폐합 대상학교에 해당될 수 있으나 민통선내 ‘접적지구’라는 지역 특수성과 학부모 등의 동의를 얻지 못한 점 등을 감안할 때 폭넓은 여론수렴 절차를 거쳐 신중히 추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일은 동탄신도시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동탄1신도시는 2004년 아파트 분양 당시 초등학교 15곳, 중학교 7곳이 들어서는 것으로 분양팜플릿에 명시돼 있었고 입주예정자들도 이를 믿고 분양을 받았다. 그러나 2005년 5월에 초교 12곳,중학교 5곳으로 무려 7곳이 축소됐다.

입주민들은 “내년 9월 입주민이 90%이상 들어오면 신도시내 교육대란은 불보듯 빤한 일”이라며 당초 계획대로 모든 학교를 즉각 설립해 줄 것을 요구하며 “계획대로 학교가 들어서지 않으면 사기분양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1일에 이어 18일 경기도교육청에서 입주민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동탄신도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까지 열었고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이제 황당한 휴교를 당한 수원의 한 중학교의 사연을 살펴보자. 수원시교육청은 43번 국도 확·포장 공사로 인해 일부 부지가 수용되는 연무중학교를 착공 시기 등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학교를 휴교한 뒤 학생들을 분산 수용했다.

수원시는 지난 1995년 못골 사거리~창룡문사거리를 잇는 입체화 도로 건설과 함께 경기지방경찰청과 창룡문사거리를 잇는 왕복 4차선 도로 확·포장 건설 계획을 시 중장기계획에 포함시켰다. 시는 이같은 계획으로 ‘인근 연무중학교 부지 일부(897㎡)가 도로 부지로 편입된다’며 지난 1995년 1월 시교육청에 연무중학교의 수업 일정 변경 여부에 대한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시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착공 시기 등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음에도 무작정 휴교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지난 달 1일 휴교에 들어갔다. 또 전교생 246명을 인근 창룡중학교와 수성중학교 등 인근 중학교에 분산 배치하고, 학교를 광교신도시로 이전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휴교 결정에 앞서 열린 학부모 공청회에서도 불투명한 사업계획으로 인해 휴교를 반대하는 학부모들을 설득했고,실제 당사지인 학생들에게는 별도의 설명 없이 휴교 방침을 결정했다. 파주 군내초등학교의 경우처럼 중대한 ‘절차상 하자’를 드러낸 것이다. 폐교나 휴교는 관련당사자들의 의견을 철저히 수렴하고 공청회나 이의신청을 거쳐 누구나 승복할 수 있도록대안을 마련한 뒤 결정돼야 한다.

10여년 전 경기도교육청은 가평의 두밀분교에 대해 학생이 몇 명되지 않는 소규모 학교를 없앤다는 ‘경제논리’로 페교를 밀어부쳤다가 소송이 벌어지는 등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산 적이 있다. 당시 교육부와 경기도 교육청은 농어촌의 소규모 학급을 통폐합해서 지역주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하는 공간으로 만든다며 두밀분교 통폐합을 강행했다.

최전방 접적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자녀들이 마음껏 배울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런데도 주민들의 이같은 소원은 무시됐다. 이같은 수많은 시행착오에도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무색할 일들은 끊임없이 되풀이 되고 있다.

학교는 꿈과 희망을 키우는 공간이다. 경제논리나 개발논리로 꿈나무들의 배움터가 문을 닫거나 휴교하는 '비극'은 사라져야 한다.

김찬형<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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