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현칼럼] 쇠고기 파행정국에 뒷짐진 경기정치권
[안병현칼럼] 쇠고기 파행정국에 뒷짐진 경기정치권
  • 경기신문
  • 승인 2008.06.29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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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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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현<논설위원>

기회 있을 때마다 경기도 역할론을 강조해 왔던 경기정치권이 쥐 죽은 듯 조용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국민은 양분돼 으르렁 거리고 불법 시위대가 수도서울 한복판에서 경찰차를 부수고 기물을 파손하는 불법 무질서가 자행되고 있는데도 공권력은 이에 따르지 못하는 민주주의 공황상태가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경기 정치권은 집안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 경기권에서 다수의석을 점하고 있는 집권당인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자칫 잘못 나섰다가는 민심의 역풍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에서 말수를 줄이며 이렇다할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촛불시위대의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요구가 국민 전체의견인양 고조되었을 때에는 일부 국회의원이 방송에 출연해 촛불시위대의 요구사항인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에 정부가 당연히 응해야 한다고 부화뇌동할 정도였다.

새롭게 한나라당 도당의 결속을 다지고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출발점이 되어야할 도당위원장 취임식이 중앙정치인들의 선거유세장이 된 것은 잘못이다.

지난 27일 한나라당 경기도당에서 열린 원유철 도당 위원장 취임식장에는 주요인사 400여명이 참석했지만 현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충정어린 의견 개진이나 결의도 없이 당권 경합에 나선 박희태, 정몽준, 허태열 후보의 각축장으로 전락해 버렸다.

당권 도전 인사들의 인사말로 시간을 허비한 채 원유철 위원장은 “경기도당은 정부 및 중앙당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견인하겠다”는 인사말로 대신해야 했다.

민생현안을 뒤로한 채 끝내 국회 등원을 거부, 민심이반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는 통합민주당도 입장은 마찬가지다.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몰두하고 있는 통합민주당은 촛불시위대로부터 외면당하면서도 촛불현장에 찾아가 경찰과 시민들 사이에 ‘인간띠’를 형성, 대치국면을 완화시켜 평화적 시위를 하는 데 일조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오히려 폭력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와 비난을 사고 있다.

민주당은 폭력시위현장 방문과 당권주자들의 지방돌기 행사가 전부인듯 하다. 28일 안산에서 열린 민주당 경기도당 대의원 대회에서 대표경선주자인 정대철, 추미애, 정세균 후보는 민주당이 촛불시위 현장에서 평화적 시위를 하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하며 한나라당의 입장변화가 없는한 국회 등원거부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다.

지방의회도 사정은 흡사하다. 하반기 원구성이 한창인 경기도의회와 시·군의회는 저마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집안싸움에 열을 올리는 볼썽 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1천만명이 넘는 경기도민의 권익을 옹호하고 집행부를 견제해 살기좋은 경기도를 만들겠다는 경기도의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현장점검이나 후속대책마련은 등한시하고 있다.

대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는 도의회 한나라당은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될 경우 경기도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나 파급효과, 후속조치 등 그 어느 것에도 관심이 없는듯 보인다. 오로지 하반기 원구성에서 자리를 많이 차지하기 위한 싸움에만 몰두하는 양상이다.

도의회의 경우 제7대 후반기 원구성을 앞두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부의장직 배분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최근 도의회 1층 로비에서 한나라당에 항의하는 천막농성에 돌입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부의장 1석과 상임위원장 3석을 요구하는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음달 열리는 후반기 첫 정례회 등원 거부는 물론 중앙당 및 당원들을 동원해 내달 4일 열리는 의장·부의장 및 상임위원장 선거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시·군 의회도 후반기 의장단 구성을 위한 계파간 밥그릇 싸움 때문에 당내 의원들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의장과 상임위원장 선출을 놓고 상대 후보를 헐뜯거나 비방하며 한치 양보없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시민들의 관심은 안중에도 없다.

위기에는 여야가 없다. 서민은 못살겠다고 아우성이고 역할이 클 수 밖에 없는 정치인들은 정작 아쉬울게 없다는 식으로 외면하는 민주정치 부재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때만 되면 중부권 역할론을 강조해 왔던 경기도 정치권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큰 정치의 기회를 스스로 놓치는 것과 같다. 도세에 맞는 거물 정치인이 나와야 할 때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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