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현칼럼] 국회의원 텃밭 전락한 지방자치
[안병현칼럼] 국회의원 텃밭 전락한 지방자치
  • 경기신문
  • 승인 2008.07.0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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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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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현 논설실장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앞두고 최근 경기도의 한 지방도시 기초의원들이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의장단 선거에 간섭하지 말라고 항의하는 일이 터졌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특정 의원을 지목해 의장이 되어야 한다고 공공연히 말한 것을 놓고 일부 지방의원이 이에 항의하자 그 국회의원은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라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고 한다.

후반기 의장단 선출을 둘러싸고 도의회 및 시·군의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사건들은 지방자치를 원점으로 되돌려 생각케 한다. 이는 정당공천제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지방자치의 폐습인 당론에 의한 편가르기, 이합집산, 타협과 협상을 무시한 힘에 의한 밀어부치기, 부당한 요구, 배신 등의 완결판이라는 점에서 주민들로부터 고개를 돌리게 하고 있다.

더욱이 정당공천 제도가 아무런 변화없이 계속될 경우 자칫 오는 2010년 주민투표로 치러지는 경기도교육감 선거가 자칫 정치색에 물들어 교육계가 지방정치권에 예속될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달 30일 민선4기 경기도 시장군수협의회장에 추대된 김문원 의정부시장은 한 인터뷰에서 “전국의 시장·군수들이 100% 공감할 얘기” 라며 “지역을 위해 소신껏 일하고 중립을 지키려면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회에 대한 정당 공천이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방의원 공천제도가 또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충북 괴산군의회가 지난 3일 국회와 국무총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각 정당 대표 등에게 발송한 기초단체장 정당공천 폐지 건의문을 보면 정당공천제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건의문에서 “주민들이 직접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출, 상호견제와 균형을 이루게 하고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게 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정신”이라며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공천권을 휘둘러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을 자신의 정치적 입지강화를 위한 수단이나 선거구 조직책으로 전락시킬 수 있는 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가 성공할려면 지방의원들이 지역구 국회의원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정당공천제를 채택하고 있는 지금로서는 지방자치가 지역구 국회의원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공천한 지방의원들이 아무런 간섭없이 자율권을 갖고 활동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다. 공천을 받기 위해 지역구 행사에 앞장서서 참여하고 조직을 관리하고 또 그에 따른 실적에 따라 공천을 주는 전근대적 방식의 공천제도는 사라져야 한다. 도의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역구 정당활동에 헌신적인 인물들을 공천하게 되면 단체장은 국회의원의 눈치를 봐야 하고 지방의원은 단체장과 국회의원의 거수기 역할에 머물게 된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경기도의회를 장악한 한나라당과 소수당인 민주당이 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 구성을 놓고 벌이는 작금의 행태는 정당공천에서 오는 병폐의 현주소다. 소속 정당 의원수에 맞게 자리를 내놓으라고 서로 으르렁대고 있는 것이다.

도민들의 복지수준을 높이겠다며 누누히 강조해 왔던 도의원들이 자신들의 입지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주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한나당 소속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학연, 지연으로 뭉친 수원시의회도 지방의회의 순기능인 집행부에 대한 양수레바퀴 논리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2천5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예비심사 일정까지 변경해 가며 한나라당 소속 26명의 의원이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한나라당 제10차 전당대회로 몰려간 것은 중앙당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정당소속 지방의원의 한계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오는 2010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주민투표로 치러지는 경기도교육감 선거도 현재의 지방의원 공천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정치바람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공천을 배제한다고는 하지만 도지사 선거에 준하도록 되어있어 정당공천 일색인 지방선거와 같은 날에 실시되는 교육감 선거에 정당의 관여가 얼마나 차단질지 의문이며 도지사와 같은 형식의 기호배정은 자칫 정당공천의 혼선을 줄 수 있어 교육감 직선의 순기능를 잃어버린 채 정치분위기에 편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정당공천제를 책임정치 실현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지역구 관리와 군림을 위해서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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