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포럼] 공공시설 사회적 약자 이용편의 고려돼야
[경기포럼] 공공시설 사회적 약자 이용편의 고려돼야
  • 경기신문
  • 승인 2008.12.04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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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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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문정 (고양 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아줌마, 전화 좀 빌려주실 수 있어요?’ 초등학교 저학년 쯤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가 말을 걸어온다. 왜냐고 묻자 엄마랑 만나기로 했는데 못 만났단다. 전화기를 빌려주며 어린 아이가 기특하다 생각하다 문득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부터 길에서 공중전화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는 어른들에게 공중전화는 아무 의미도 없는 물건이 되었다. 하나 둘 사라져가는 것이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것은 그 아이처럼 미처 휴대폰을 소지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전화 한 통 맘대로 걸 수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차 싶었던 것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구나하는 깨달음이었다.

얼마 전 서울 도봉구의 한 여성단체에서는 이색적인 모니터 결과 보고회를 마련했다. 올 5월부터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과 함께 '우리마을 공공모니터단'을 꾸리고 보건소, 복지관, 지하철역 등 주민들이 주로 많이 이용하는 공공시설 10여 곳을 이용자의 입장, 특히 노인여성, 장애여성, 아이 키우는 여성의 입장에서 모니터하고 이 과정에서 경험하고 느꼈던 생각을 나누는 자리였다.

이들은 이 자리를 통해 그 동안 우리 사회의 공공시설에 대한 인식, 즉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깨끗하게 사용해야만 하는 의무만 있는 곳’이라는 생각에 문제를 제기한다. 동시에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권리’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기회조차 없었다고 주장하며 특히 노인여성, 장애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의 공공시설 이용 권리에 대해 고민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이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사실들이었다. 장애인 화장실은 남녀구분도 없고 잠금장치도 없었으며 출입구에는 계단이 있거나 청소도구함으로 쓰이고 있다.

기저귀대나 유아용변기는 모두 여자화장실에만 있다. 공공시설의 출입문은 너무 무거워서 밀고 들어가기도 힘이 들며 교통체계가 잘 되어 있지 않아서 찾아가는 것이 힘들다. 그나마 보행자통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교통사고의 공포를 느끼며 가야 한다. 또 특정지역에 시설이 편중되어 있어 소외지역들의 주민들이 이용하기에는 불편하다. 일반적인 평균 성인남성의 키에 맞춰져 있는 지하철 등 공공시설물의 안내도는 휠체어 장애인이나 허리가 굽은 노인들에게는 제대로 보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이런 당연한 사실들은 장애인화장실을 이용하는 장애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장애여성은 ‘여성’도 아니라고 인식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또 아이를 데려고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아빠들을 당황하게 하며 공공시설 소외지역 사람들의 소외감을 가중시킨다. 심한 경우 공공시설 이용자체를 꺼리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공공시설은 주민 모두의 시설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배려의 공간이기도 하다. 보건소나 복지관 등은 병원이나 시장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서민들이나 사회적 약자들에게 공공의 재원으로 그들의 편의를 위해 마련된 시설들이다. 그럼에도 실제 공공시설의 설치 목적과 기능과는 다르게 공공시설들이 설치, 운영되고 있는 현실을 이날 보고회는 알려주었다.

이 날 보고회의 교훈이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해본다. 많은 지역에서 설치기관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이용자들의 입장에서 공공시설을 생각하고 이용편의를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이 고민되었으면 좋겠다.

약속장소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어린 초등학생의 막막함을 한 번 더 고려하며 공중전화를 없앨 것인가를 생각하고, 고립된 공간에서 사회와 소통하기를 원하는 장애여성들의 입장에서 이들의 소통공간을 어떻게 마련한 것인가, 이들에게는 무엇이 필요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복지관 등의 시설을 고민했으면 좋겠다.

또 아이를 함께 키우기를 원하는 남성들의 이용 편의와 양성 평등한 돌봄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의 기저귀 거치대를 어디에 만드는 것이 좋을까를 생각하면서 공공시설의 설계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점차 IT 강국에 맞게 정자정부가 구축되고 다양한 전자민원 서비스들이 생겨나고 있다. 집이나 직장에서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점점 동사무소나 구청에 갈 일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그런 서비스에 아예 접근할 수 없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특히 정보통신에 접근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의 불편은 상대적으로 커질 것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의 눈높이가 아니라 그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게 공공시설이 리모델링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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