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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입학사정관제 확대, 철저한 준비와 검증을

 

입학사정관제의 궁극적인 목적은 당장의 점수 차이보다는 대학 입학 후 발휘할 잠재능력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자고 하는 내용이다.

즉 학생의 성적, 개인 환경, 잠재력 및 소질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하는 제도이다.

KAIST총장은 일반고 학생을 대상으로 면접으로만 150명을 뽑겠다고 발표한 이후 각 대학이 입학사정관 전형을 확대하는 입시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2010년 입시에서 고려대가 정원의 23.5%를, 연세대는 16.3%를, 포스텍은 신입생 전원을 입학사정관을 통해 뽑기로 했고 한양대, 성균관대, 홍익대 미대 등도 입학사정관 전형을 확대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평가기준이 성적에 그치지 않고 다변화되므로 점수 올리기 위주의 사교육 시장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 참교육에 걸맞은 대입 전형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준비없는 졸속추진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과 혼란을 낳을 수 있다.

지금까지 입학사정관제 실시 계획을 밝힌 대학이 50여곳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전체 선발 규모는 2009학년도 인원(4,401명)을 2배 이상 뛰어넘는 1만명 선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07년이다.

당시 참여정부는 선진형 입시제도를 벤치마킹하는 차원에서 입학사정관 모델을 들여왔다. 10곳의 시범 대학과 20억원의 지원예산에 불과했다.

현 정부는 입학사정관제를 획일적 대입제도의 대안과 나아가 대입 완전 자율화를 위한 구심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교과부는 입학사정관 지원대학 40곳에 157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였다. 올해는 배정된 예산만 236억원에 달한다.

특히 선도대학으로 선정되면 최대 30억원까지 적지 않은 돈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들의 전형안을 뜯어보면 지원자의 잠재력을 중시하는 입학사정관제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기껏해야 면접 등에 입학사정관을 참여시킨다는 정도다.

몇몇 대학이 수시 특별전형에서 사정관이 서류 및 심층면접 등을 담당하는 점이 지난해와 다를 뿐이다. 선발 절차나 전형 요소들은 바뀐 내용이 없다.

입학사정관제가 정착되기 위하여 선결되어야 할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대학의 신뢰성이다.

객관적으로 계량화하기 어려운 서류나 면접결과만으로 뽑는 입학사정관제에서 성적이 1등인 학생이 떨어지고 3등인 학생이 합격했을 경우 불합격한 학생과 학부모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따라서 사회적으로 납득할 만한 선발기준의 타당성과 절차의 공정성 확보가 관건이다.

둘째, 입학사정관을 활용해 대학 스스로 공정성을 준수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입시전형을 조성하기 위하여 공동연수를 통한 입학사정관 자격인증제도와 운영 데이타베이스를 각 대학이 공유해 축적하는 시스템도입이 필요하다.

셋째,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등 부정적인 논란과 연관될 수 있으므로 취약지역의 고교에 대한 배려를 더욱 강화하고, 유혹을 방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자발적 감시기구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대학자체와 입학사정관의 자질과 윤리에 관한 검증시스템도 제시되어야 한다.

넷째, 입학사정관의 전문성과 사명관의 고취이다.

입학사정관직은 대부분 비정규직이고 이직자도 불과 3년사이에 29%나 되어 전문직으로서의 사명감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 버클리대는 입학사정관제도를 통해 지원자들의 시험성적뿐 아니라 과외활동과 가정환경, 출신고교 등 영역별로 90여명의 전문사정관과 선배, 연구원들이 종합 분석한다. 여기서 정성적인 데이터와 경험을 해마다 피드백하여 선발방법과 인터뷰 기법 등 다양한 분야로 나뉜 입학사정 가이드지침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를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온·오프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우리 입시제도가 내신과 수능위주로 되어 있어 다양한 특성과 재능을 발견해 내기 어려웠던 점에 비추어 입학사정관제는 우리가 길러내고자 하는 인재상의 가이드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무늬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사전에 철저한 준비와 검증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1920년대 도입된 미국의 입학사정관를 벤치마킹하여 차분히 한단계식 치밀한 준비속에 노하우를 축적해 나가는 지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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