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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의미학] 17. 금중기의 예술세계

입체사진 작품 ‘느슨한 충돌’展…삭막한 동물 조각 죽은자연 묘사
미래문명 대한 충고 메시지 저달
자연에 대한 무례함을 꾸짖다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에는 프레비스 농장이라 일컫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이 농장의 주인은 12동의 건물 중 몇 개의 동을 미술 작가들이 작업할 수 있도록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미술을 좋아하고 미술의 발전과 작가의 작품 활동을 돕기 위해 작업공간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각 동은 50여 평 정도의 규모로 형성되어 있으며 이곳에서 회화와 조각을 하는 작가들이 작품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조각가들은 주위 환경과 작업실 규모의 문제 때문에 작업실 구하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여건에서 미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곳에서 조각가 금중기 교수(안동대학교)를 만날 수 있었는데, 넓은 앞마당과 작업실 안에 깔끔하게 진열된 작품들이 진행 중인 작업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금 작가는 조용한 목소리로 차분차분 그의 작품세계를 들려주었다.

2002년 그는 프랑스 파리 4구에 위치한 씨떼 데 아흐(International cite des arts)에서 상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곳은 파리 정부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세계 각국의 작가들이 머무르며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아틀리에이다. 조각뿐만이 아닌 회화, 사진, 건축, 음악, 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상주하고, 아마도 파리에서 영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장소 중의 하나일 것이다.

사실 파리에서 1년간 거주한다는 자체가 한국의 작가들에게는 많은 볼거리와 생각할 수 있는 것을 제공하지만, 이렇게 특별한 공간에서 여러 장르의 작가들과의 만남은 그에게 생각의 폭을 넓히는 사고의 전환점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최근 금 작가는 ‘느슨한 충돌’이라는 주제와 함께 입체와 사진 작업으로 작품을 보여준다. 작품에는 주로 동물이 등장하는데 이는 자연을 향하는 동물들의 소망과 동물에 대한 인간의 관점과 그 욕망을 나타내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친근한 동물들의 모습에는 작가의 의도된 작업 방식을 통해 친근함만이 아닌 낯설음이 공존한다.

작품들은 동물들의 사실적 형상을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무표정한 표정, 현란한 원색의 표현, 번쩍이는 표면질감으로 인해 동물성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느껴진다. 인간에게 길들여진 지극히 인공적인 느낌과 삭막한 현대사회 속에 인간의 모습을 보는 듯 차갑고 건조한 느낌을 전달한다. 죽은 자연을 보는듯한 그의 작품에서 인간의 자연에 대한 오만함과 미래의 문명에 대한 강렬한 충고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의 제작 과정을 살펴보기로 하자.

소재로 선택한 각 동물의 형태를 흙 작업을 통해 그 형상을 이루고, 석고의 외형 틀 작업 과정을 거친 후 F.R.P(플라스틱 재질)나 브론즈로 그 원형을 뽑아낸다.

F.R.P의 표면에 강렬한 색상을 이용한 우레탄 도색으로 마감 처리하거나 브론즈의 표면에 니켈 도금으로 마감 처리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상당히 장식적이며 세련된 박제의 느낌을 전달한다.

동물 고유의 색을 버리고 인위적인 색상을 선택해서 그로 인한 강렬한 단색과 차갑고 무표정한 표정들은 인공화된, 인간화된, 원시성을 상실한 자연에 대한 현대인들의 자기중심적인 세계관에 대한 고찰, 혹은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한 것이다. 아카데믹한 전통 조각의 질감표현이나 색상의 표현을 과감히 저버린 그의 선택은 작품의 의도를 더 확연히 보여주려는 강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눈부시게 빛나는 조각들, 원색과 광택의 시각적 효과를 통해 세련된 조형미를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단지 예쁘고 귀엽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그의 작품은 이렇게 대립과 이중적 방법론으로 하여금 슬픔이 배어있는 느낌마저 전달한다.

사진 작업속의 이미지는 ‘느슨한 충돌’의 언어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다. 장식품과 플라스틱 모형, 과거와 미래, 진짜와 가짜, 현실과 가상현실이 충돌한다. 가상현실과 애니메이션을 매개로 한 캐릭터들의 대립은 동물의 그 모습처럼 낯설음과 친숙함이 공존하며, 이는 또한 인간 스스로를 인정과 거부하는 갈림의 틈 속으로 혼돈을 이끈다.

이러한 혼돈은 만물의 영장이 일컫는 인간이 대자연속의 일부분임을 깨닫는 탈출구 역할을 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것이다. 지시하거나 길들이는 것이 아닌, 파괴하거나 변형시키는 것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보존하는 의미에 소중한 가치를 둔다면 훗날 박제된 인간의 모습은 볼 수 없을 것이다.

쥬라기, 백악기 시대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수많은 공룡들의 왕으로서 군림했지만 자연의 대재앙을 이겨내지 못했다는 학설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진다면, 금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모습이 미래의 인간의 모습을 대면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2008년 7월에 있었던 금 작가의 개인전 서문에 “문명의 속도를 낮추고 자연을 깊이 들여다보아야 할 시간이다.” 라는 글귀가 깊은 울림으로 떠오른다.

언제나 조용히 말하는 그이지만 금 작가의 언어는 대자연의 모습만큼이나 힘차고 강렬하다.

안동의 대학교와 고양시에 있는 작업장을 오가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조각가 금중기의 건강과 새로운 언어의 향연을 기원한다.

약 력
   
▲ 작가 금중기
● 학력
1991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1995 홍익대학교 대학원 조각과 졸업
2006~08 가나 아뜰리에 입주, 서울- 가나아트
2003~04 창동미술스튜디오 입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2002~03 씨테국제예술공동체 입주, 파리- 삼성문화재단
2002.10~2003.3  에꼴드 보자르 베르사이유 사진전공
                           수학
● 개인전
2008  위협문화전, 이화익갤러리, 서울
2006  느슨한 충돌전, 갤러리선 컨템포러리, 서울
2005  느슨한 충돌전, 갤러리세줄, 서울
2002  호 흡전, lagalerie 갤러리, C.I.A 갤러리, 파리
2000  환의시선전, 문예진흥원미술회관, 서울
1999  이끌어냄&드러남전, 원서갤러리, 서울
1997  기억-99전, 갤러리 아트빔, 서울
1996  덕원갤러리, 서울
● 단체전
2008  개관기념전, 테디베어아트갤러리,파주
       2인전-금중기,노준전,갤러리 마노, 서울
       천송이 꽃을 피우자전,인사아트센터, 서울
       작품의 재구성전, 경기도미술관, 안산
       NOW JUMP전, 백난준아트센터, 용인
2007  노아의 방주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ARTSAFARI전,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상상공작소전, 경남도립미술관, 창원              
       창작놀이전, 성남아트센타, 성남
        NO-BOUNDS전, 갤러리선컨텤플러리, 서울
        베이징아트페어,북경
2006  빛-환경전, 중국심양
       메르츠의 방전, 서울시립미술관남서울분관, 서울
       who's who?전, 압구정현대백화점 하늘공원, 서울
       ehs project, 세종문화회관미술관, 서울
        kiaf, 코엑스, 서울
2005  청계천을 거닐다전,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happiness전, 한전프라자갤러리, 서울
        세계 빛 엑스포 조형전, 일산공원, 고양
        30cm전, 큐브스페이스, 서울    
        쾰른아트페어, 쾰른
2004  광주비엔날레 주제전, 먼지한톨 물한방울, 비엔
        날레관, 광주
        창동명월전, 창동미술스튜디오, 서울
        [,RE] 느리게 걷기전 ,홍익대 현대미술관, 서울
2003  개관기념전, 신미술관, 청주
        소통언어로서의 조각전, 세종문화회관미술관, 서울
        open studio, 1425,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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