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칼럼] 민주주의의 생산성
[명사칼럼] 민주주의의 생산성
  • 경기신문
  • 승인 2009.07.0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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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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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갈등지수 OECD 4위
겸양·존중·신뢰 자리잡아야
▲ 황우여 (국회의원·한나라당)
실로 갈등사회다. 뿌리 깊은 지역, 계층, 사상의 갈등과 이에 대한 각종 정책과 개혁으로 인한 갈등이 뒤범벅되어 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갈등 지수는 0.71로서 OECD국가 중 4번째로 심하다. OECD 평균인 0.44 정도로만 완화해도 국민 1인당 GDP가 27% 늘어난다. 무엇보다 OECD 27위(1997년)에 불과한 민주주의 계수(8)가 주범이란다. 그러니 정치가 경제를 발목 잡는다는 핀잔도, 여의도 폭파하라는 국민의 분노도 무리가 아니다.

한마디로 갈등해소를 위한 장치인 정치, 국회가 제 몫을 못한 탓이다. 그러니 우리는 최고의 자유민주주의시대를 만끽하면서도 보다 생산적인 선진 민주주의에 목말라 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전통적으로 선거를 통해 대표를 뽑아 전권을 위임하는 대의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나 의사결정의 원칙인 다수결의 원칙에 전권을 내주기에는 다음 선거까지 4년이란 기간이 살아 꿈틀거리는 유기체인 정치현실로 보아 너무 길다. 다수당이 선택한 공약이 국민 다수의 선택과 줄곧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보완책으로 각종 사회운동과 집회형태로 국민의 직접참여를 허용하는 참여민주주의가 등장하였으나 이에는 침묵하는 다수를 묵살하는 집단적 폭력적인 소수의 독재라는 비판과 불안이 따른다.

결국 현재까지 그래도 가장 낫다는 것이 공청회, 여론조사, 전문가 정책협의, 국민과의 대화, 주민투표, 국민투표 등 이른바 소통을 통한 민의수렴절차를 사전에 제도적으로 거쳐 국민적 합의를 정책결정에 반영하는 협의민주주의다.

그리고 과학적, 중립적, 민주적 조사와 절차를 거쳐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독립적이고도 장기적인 개혁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하는 정당, 전문가집단, 행정관료, 이익단체와 시민사회가 골고루 참여하는 상설위원회나, 특별위원회로 하여금 보고서를 제출하게 하는 것이 권장된다. 국회는 그 결과물에 따라 법률을 제정하면 큰 갈등 없이 국민의 신임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참여민주주의와 협의민주주의는 낯선 것이 아니다. 특히 지난 참여정부의 다양한 참여민주주의 실험에 연이어 예를 들어 이번 ‘미디어법’ 제정을 위해 둔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같은 특별자문기구는 협의민주주의의 한 형태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대실패로 끝났다. 기간이 단기간이고 해당 이슈와 관련된 이해관계자가 소외되었고 국민의사보다는 각 정당의 입장을 대변함으로써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있으니 분명 보완도 필요하다.

우리도 대의민주주의의 다수결의 원칙, 참여민주주의의 국민의사의 존중원칙, 그리고 협의민주주의의 전문성과 합의를 존중하는 협의의 원칙이 잘 혼합한 제도적 개혁의 틀을 국회가 중심이 되어 보다 정밀하게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보완만으로는 부족하다.

본래 민주주의란 ‘인간은 불완전하여 진리 그 자체는 알 수가 없다’는 겸허한 고백에서 출발하여 각 개인에 내재된 양심과 이성의 소리에 귀 기우리며 서로 열린 마음으로 모여 의논하고 토론하여 그 중 다수가 옳다고 확신하는 주장을 일단 진리로 받아들여 입법하자는 약속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이것이 다수결의 원리에 기인한 의회민주주의이다.

이러한 가치상대주의에 따른 겸양과 존중과 신뢰라는 마음이 자리 잡기 전에는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정치를 권투하듯 했다. 그 결과 여야 간에 불신의 벽이 높아졌고 국회는 맹목적인 대리전을 치루면서 갈등을 증폭시켜 왔다. 다수결에 의하여 선출된 의원이면서도 표결처리라는 의회의 상징조차 내팽개쳐 몸싸움으로 치닫고 그래야 제대로 싸워 반대를 해보였다고 여겼고 일부 국민과 언론 또한 이를 당연시해 왔다.

그러나 궁극적인 승리는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상대방의 신뢰를 얻어나가는 길밖에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리고 성숙한 선진 민주주의 위에 확립된 법치국가만이 갈등을 예방·해결하여 높은 생산성을 보장한다는 것도. 다시 민주주의를 생각할 때이다.

프로필
▶1947년 인천 출생
▶1982년 서울大 헌법학박사
▶1991년 서울가정법원 수석부
장판사
▶1996~2008년 제15·16·17대
국회의원
▶2008년~현재 제18대 국회의
원(한나라당·인천 연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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